참, 이해는 되지만 정말 알 수가 없다. 아침에 태극기와 미국기를 함께 들고 시위에 나오면서 혹시 자기 자신을 한 번 돌아보지는 않는지.
태극기부대 얘기다. 행사할 때마다 하도 태극기를 가지고 나와서 이름이 태극기 부대이다. 그래서 정말 이제는 태극기 흔들기가 두려워졌다. 태극기는 거의 저 태극기 부대의 전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태극기만 들고 나오지 않는다. 미국기를 거의 항상 함께 들고 나온다. 때로는 이스라엘기까지 들고 나온다. 일본기나 중공기 들고 나오지 않는 것이 천만 다행일 정도다.
왜 그들은 미국기를 함께 들고 나올까?
답은 간단하다. 자존감이 없으니까. 즉 스스로 홀로서기할 수 없다고 느끼니까. 그래서 내가 미국기를 들고 있으니까 강대국인 미국이 내 문제를 해결해 줄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겠지. 아마 겉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잠재의식에 저런 생각이 남아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미국은 나의 “주님” 이라는 말이다.
그럼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저렇게 미국기를 함께 들고 나오게 되었을까?
저들이 미국기를 함께 들고 시위를 시작한 것은 박근혜 탄핵 때부터이다. 큰 문제가 생겼으니, 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니, 그렇게 숭상하던 박정희의 딸이 모욕을 당하게 생겼으니, 나 혼자 힘으로는 해결책이 없으니, 그러니 미국에게 우리 너희와 친하니까 우릴 도워줘라는 의미로 미국기가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 미국을 구원자로 인식, 미국 보수주의와의 연대, 미국을 이상향으로 간주, 기독교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결합. 이런 이유에서 미국기를 함께 들고 나온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생전 처음으로 큰 일을 당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내재돼 있던 노예근성이 발동돼 미국기를 함께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노예근성이 문제다.
분명한 것은 노예근성이란 모든 인간에게 내재된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그건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할 때 생겨나는 일시적인 행동양식이다. 그런데 그 관계 속에서 복종적인 지위가 장기간 지속되고 거기에 그 상황을 합리화시키는 교육이 추가되면 그것이 하나의 본성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 이게 일본이 우리에게 행한 가스라이팅이다. 그것도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각해 보자. 그 긴 시간 동안 너희는 못난이야 너희는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너희는 싸움질만 해댔어 우리가 너희를 잘 살게 만들었어 센놈 밑에서는 기어야해 너는 노예니까 니 자리를 잘 지켜. 이게 35년간 조선인들에게 행해진 가스라이팅 내용이다. 35년간.
흔히 10,000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 10,000시간을 하면 그 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일본이 지배한 35년, 하루 24시간 35년은 대략 13,000일 정도. 그럼 312,000 시간. 10,000시간을 30번 이상 반복했으니….. 수많은 조선인들이 당연히 저 가스라이팅에 의해 노예로 변했을 것이고 우리가 독립하고 세계의 선진국으로 강대국이 된 이후에도 뭔가 위험한 순간이 나타나면 저 노예근성이 발동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분석은 된다. 이해도 된다. 그래도 참 문제다.
결국 모든 문제의 발단은 이승만으로 귀결된다.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해체하는 바람에 친일파가 척결되지 못했던 이유.
그때 친일파가 척결되었다면, 사람들 머리 속에 아 저놈들이 나를 노예라고 했는데 내가 노예가 아니구나라는 자의식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의식이 생길 계기가 우리에게 없었다. 그래서 각자가 이러저러한 계기를 통해 스스로 깨달으면서 그런 자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절반 가까이는 그런 자의식이 생겼다고 본다.
그냥 간단하게 우리 사회를 보면 34%의 빨간 넥타이를 지지하는 층은 자의식이 없거나 약하고, 45%의 파란 넥타이를 지지하는 진보층은 자의식이 있거나 강하고 그리고 20% 정도의 소위 중도층은 내가 자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자의식이 살아 있으면 대통령이 파란 넥타이가 되는 것이고, 이들의 자의식이 죽으면 빨간 넥타이가 정권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 빨리 모든 한국인이 우리 스스로 훌륭하다는 자의식을 회복하면 좋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