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몇 년 전부터 유튜브라는 것이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튜브란 한 마디로 말해 주로 자신이 생각하는 다양한 의견을 영상으로 제작 발표하는 개인 영상이다. 그것이 무슨 허가를 받거나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것도 아니고 아무나 아무 얘기나 그냥 하면 되는 개인 의견이다. 그런데 이것이 개인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개인의 생각이 개인적인 발표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떤 한 개인의 생각이었던 것이 공유라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생각을 넘어 집단의 생각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알 수 없었던 어떤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이나 혹은기타 다양한 사실들이 지금은 영상과 음성을 통해 공유가 가능 해졌다. 그리고 단순히 공유에서 끝나지 않고 의미있는 집단 의견으로 수렴되어 기존의 공식화 되어있는 의견이나 관점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에 이미 설립된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집을 수도 있다.

정말 혁신이다. 과거에는 알려지지 않거나 무시되었던 수많은 개인 의견들 혹은 개인적인 비주류 생각들이 이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일이 과거에는 전혀 불가능했다. 개인의 생각은 개인의 생각이고 개인의 의견은 그냥 개인의 의견이었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기는 어려웠다. 유일한 방법은 책 혹은 신문 같은 매체? 하지만 그것도 아무나, 즉 사회적으로 뭔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회가 요구하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냥 술 마시고 한탄하고 흥분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생겼다. 동호회 카페 블로그 등이 생겼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고가 필요했다. 즉 대부분이 글과 사진이었기 때문에 그 글에 접근해서 그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그 글을 읽는 수고가 필요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볼 수도 없었고 샤워를 하면서는 더더욱 불가능했다. 발표하는 사람은 그냥 발표만 하면 되지만 그걸 공유하는 사람들은 뭔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공유해야 했다. 하지만 이 바쁜 시대에 그렇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다르다. 어떤 사람의 의견에 접근하기 위하여 별다른 노력이 필요치 않다. 설거지하면서도 또 샤워하면서도 얼마든지 듣거나 볼 수 있다. 그냥 켜 놓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컴퓨터나 폰이 대신 나에게 읽어주고 보여 준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보거나 들을 수 있다. 유튜브의 개인 생각들을 듣고 공유하기 위해 아무런 수고도 필요치 않다.

이런 이유에서 유튜브는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각각의 유튜버들은 각자의 특징을 갖는 일인 방송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본다. 나만해도 대부분의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서 얻는다. 나 뿐 아니라 이곳 미국에 살고 있는 혹은 해외에 살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 국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노년들이 유튜브를 통해 고국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어떻게 보면 이게 문제다. 이건 완전히 편식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기억한다. 그러다가 내가 하나의 영상 시청을 마치면 비슷한 류의 또 다른 영상을 추천한다. 즉 내가 일부러 다른 영상을 찾지 않는 이상 내가 보는 영상들은 언제나 비슷한 주제의, 비슷한 경향의, 비슷한 방향의 영상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영상을 하나 보면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부를 비판하는 영상을 추천한다. 그리고 내가 거기서 벗어나 일부러 정부를 찬양하는 영상을 찾지 않는이상 나는 언제나 비판적인 영상만 보게 된다.

이건 문제다. 심각한 문제다. 특히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없이 항상 자신이 접할 수 있는 정보에만 접하는 사람들, 영상을 전혀 비판적이거나 혹은 판단하는 어떤 관점으로 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심각한 문제다.

지난 1월 드디어 감옥으로 간 지만원이라는 인간은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를 벌써 수십년을 떠들어 대왔다. 게다가 그가 하는 말은 대부분 저런 북한군 얘기처럼 그냥 자신의 소설일 것이다. (내가 직접 그의 유튜브를 본 적이 없으니까 정확하게는 모른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어쨌든 많은 노년들이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며 그걸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이 문제다. 이야기를 듣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교차 검증을 통해 확인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야 하는데 그런 과정은 전혀 거치지 않고 그냥 유튜브에 있는 어떤 개인의 의견을 자신의 기준으로 세운다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는 일종의 황색저널리즘과 같다. 많은 채널들이 다소간 선동적이고 자극적이며 눈에 띄는 제목을 내 걸고 일종의 호객행위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없다. 단지 소비자 각각에게 달려 있다.

결국 유튜브를 보는 각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일일 것이다.

여러 채널을 보자. 서로 반대되는 의견도 보자. 절대 하나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자. 합리적으로 판단하면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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