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위대한 유산

A MUSICAL PLAY

작 / 김균형
곡 / 이현섭

ⓒcopyright, kimgh, 2013


등장인물

첫째 – 선생님인 첫 번째 딸 (30대 초 여)
둘째 – 디자이너인 두 번째 딸 (20대 후 여)
셋째 – 졸업반인 세 번째 딸 (20대 중 여)
막내 – 신입생 철부지 (20대 초 남)
애인 – 셋째의 애인 (20대 중 남)
경찰 – 경찰 (30대 초 남)
해설 – 해설 (성별 연령 무관)
멀티 1인 다역 (남, 나이 무관)
코러스 – 남 0, 여 0 (최소 리어왕 장면의 딸 셋, 병사들, 티비 장면 등 남3, 여3)

구성

1 프롤로그 – 대학 연극반에서 연습 중인 막내의 연습실에 찾아온 세 누나들.
2 가족 – 퇴근 시간. 막내는 아직 연습 중이고 세 딸들은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집에 들어와 티비를 보고 있다.
3 저녁 한 때 – 갑자기 셋째의 애인이 들어온다. 그리고 청혼하고 말리고, 뒤늦게 연습 마치고 한 잔 한 막내가 들어와 주사를 부린다.
4 휴일 하루 – 휴일 하루 집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
5 둘째의 사고1 – 둘째가 집을 팔아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6 막내의 사고1 – 막내가 술 마시고 깽판을 쳐 경찰서에 가 있다. 이 일이 진행되는 동안 집은 팔린다.
7 막내의 사고2 – 막내가 한 번 더 술 마시고 경찰서에 가 있다. 다행히 인자한 경찰이 막내의 사고를 선처해 별 문제 없이 풀려난다.
8 둘째의 사고2 – 둘째가 집 판 돈으로 선배와 사업을 하려 했으나 그만 사기를 당해 집 판 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그리고 형제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그만 가출하고 만다.
9 첫째의 방황 – 첫째는 둘째를 찾는다.
10 결혼식 – 둘째를 찾기 위하여 경찰에게 부탁을 하고 함께 찾으러 다니는 동안 둘 사이에 사랑이 싹터 둘은 결혼하게 되고, 경찰은 결혼 선물로 둘째를 찾아 온다. 둘째는 눈물로 반성하고 가족은 행복을 기약한다.

무대

어느 집

폰트칼라

검은색 대사
파랑색 지문 해설
주황색 노래

1 프롤로그

해설
옛날 어떤 나라에 한 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왕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셋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든 왕은 자신의 자리와 넓은 영토를 딸 셋에게 물려 주고자 합니다. 왕은 딸들에게 말합니다.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딸에게 가장 큰 영토를 물려 줄 것이다.” 첫째 딸이 말합니다. “이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둘째 딸도 말합니다. “저에게는 오직 당신만이 존재합니다.” 이제 셋째 딸 차례입니다. 셋째 딸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아버지로써 사랑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습니다.” (음향변화) 왕은 놀랐습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막내 딸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니. 왕은 다시 말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그러나 막내 딸은 또 말합니다. “아버지인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습니다.” 왕은 격노했습니다. “할 말이 없다면 받을 것도 없다.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그러나 막내 딸은 언제나 똑 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입니다. “아버지인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습니다.” 격노한 왕. “내 이제 너를 추방하노라”

해설
그러나 막내 딸을 추방한 왕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곧바로 첫째와 둘째 딸로부터 버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왕위와 땅을 물려받자마자 두 딸은 돌변합니다. 그녀들에게 아버지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라 권력을 버린 바보일 뿐입니다. 가족의 관계도 모두 사라지고 모든 것을 빼앗기고 왕은 광야에 내팽개쳐집니다. 분노하는 왕.

첫째
막내야. 너 노래 잘한다. 역시 우리 막내가 최고다.

둘째
그럼 키로 보나 얼굴로 보나 우리 막내가 최고지

셋째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먹였는데

첫째
좋아. 얘들아! (무대 뒤에서 모든 배우들 몰려 나온다) 우리 막내 잘 부탁해.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큰 누나가 쏜다. 가자.

해설
(뒷 모습을 가리키며) 우리 연극의 주인공 막내와 그 누나들입니다. 저 막내가 지금 학교 연극반에서 뮤지컬 연습 중인데 누나들이 위문차 들렀군요. 혹시 이 내용이 무슨 작품인지 아시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다 아시죠? “리어왕”은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와 그를 배신하는 두 딸, 그리고 아버지를 끝까지 따르던 저 쫓겨난 셋째 딸. 결국 딸들의 욕심으로 모든 가족이 다 죽는, 슬픈 너무도 가슴 아픈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준비한 공연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 지금부터 우리의 가족 이야기를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케익을 가지고 나오며) 얘들아! 빨리 나와! 준비 다 됐어! 빨리 케익 자르고 출근 해야지.

둘째
알았어. (나오며) 아휴 내 생일을 이렇게 챙겨봐라~

첫째
아빠 엄마랑 너랑 같니!

셋째
(나오며) 야, 역시 언니밖에 없다니까. 언제 이렇게 다 준비했어?

둘째
막내야, 너도 빨리 나와.

막내
알았어. 나갈게. (부스스한 얼굴의 막내 – 나온다.)

둘째
(셋째에게) 오늘 우리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셋째
난 점심에 약속 있는데.

둘째
누구랑?

셋째
남자.

둘째
뭐라고? 넌 배울 만큼 배웠으면서 왜 시집부터 갈 생각을 해?

셋째
언니는? 내가 뭘 시집부터 생각했다고 그래?

둘째
아니면 이 취업 전쟁에 남자는 무슨 남자니? 그러다가 남자한테 코끼면 인생 황이야 황이라고!

셋째
아유~~~ 제발 그만하세요. 나도 애쓰고 있다고요.

첫째
자자 여러분. 노래 시작

해설
출근 시간은 언제나 정신이 없습니다. 이곳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가운데 화목하게 살고 있는 저 네 형제의 집입니다. 오늘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인가 보군요. 효녀 효자 아닙니까? 생신을 기억하고 챙겨 드리는 것. 그런데 재미도 있지 않습니까? 돌아가신 부모님의 생신을 케익으로 챙겨드리는 것. 참 신세대다운 발상이죠? 어쨌든 우리가 준비한 얘기는 이 집에서 벌어집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준비된 빨래감들을 내 던지며)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퇴근 시간입니다. (조명실을 향해) 음향! 역시 선생님인 첫째가 모범생으로 가장 먼저 집에 돌아오는군요.

2 – 가족

첫째
(밖에서) 누구 있니? 없지? (들어 오며) 아유 집안 꼴이 이게 뭐야?

첫째
아 깨끗하다. 막내 방은 또 엉망이겠지? (막내 방으로 들어간다.) 아휴 냄새. 일이 끊이질 않아. 자기가 잔 이부자리 정도는 스스로 정리 해야지. 이 녀석 확 군대나 보내 버릴까? 악! 이거 뭐야? 세계 지도? 이 녀석, 넌 아주 죽었어. 전화 어딨어!

상사
(등장하며) 은지씨, 잠깐 나 좀 볼까?

둘째
예. 실장님.

상사
이번에 신은지씨가 우리 회사 신제품 홍보 좀 해야겠어.

둘째
그래요? 국제적인 마케팅이겠죠 물론?

상사
그렇지. 우리도 세계 최고의 일류 브랜드가 되어야겠지.

둘째
좋습니다. 기꺼이 저도 그 국제화 대열에 앞장 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상사
그래. 그러면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지. 내일 일찍 나가야 할 테니까.

둘째
알겠습니다. 우리 회사의 상품을 세계에 충실하게 알리고 돌아오겠습니다.

상사
뭐라고? 세계에 충실하게 알린다고?

둘째
네. 저를 믿고 일을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상사
아니 아니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신은지씨는 그런 일 하기에는 조금 일러.

둘째
네? 무슨 말씀이신지?

상사
그러니까 세계는 나에게 맡기고 신은지씨는 국내를 맡아줘.

둘째
네?

첫째
출장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속옷 챙기고 여권 필요하나? 아~ 대구랬지.

둘째
언니~! 나도 직장 옮기든가 아니면 내 부띠끄를 내든가 해야겠어.

셋째
(들어서면서) 나 왔어. 어 작은 언니도 들어왔네. 이렇게 일찍 웬일이야?

첫째
작은 언니는 국제적인 회사 만드느라 내일 바쁘단다.

셋째
국제적인 회사? 그럼 외국으로 출장간단 말이야? 어디?

첫째
태구.

셋째
뭐 태구? 그게 뭐야? 경상도 대구? 국제적이라며?

둘째
국제는 과장이 맡고 나는 대구를 맡으란다.

셋째
난 또. 그나저나 언니는 좋겠다. 출장도 다니고.

둘째
야!!!!!

셋째
늦어서 죄송합니다.

1
자, 자기 소개를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2
저는 그러니까 저기요 제 이름은 그러니까 저기

3
아, 그래요?

4
불문과 출신이예요? 잘 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회사에서 프랑스 파리지사에서 일할 신입직원을 찾고 있거든요. 자 간단하게 불어로 우리 의사소통을 해 볼까요? 앙샹떼 마드모아젤

셋째
신은미입니다.

5
자 다음 문장을 한번 불어로 해 볼까요?

6
앙샹떼 즈 쉬 하비 드 부 부와

7
트레비앙

셋째
재 트라바이에 아 류니베르씨떼 드 오남 에 에 거시기

8
꼬멍?

9
꽈?

1
동크 씨 즈 빠스 세떼그자망 즈 프래 뚜 몽 뽀씨블

2
오케이. 끼에 보트르 오뙤 프레페레?

셋째
에 에 즈 느 꽁프랑 빠

3
부느 꽁프르네 빠?

4
씨씨. 쟁떼레스 보꾸 아 앙드레 지드. 잭스플로레 뗄멍 쉬흐 뤼.

5
봉 윈 데흐니에 퀘스치옹.

6
앙트르 옴 에 팜므 끼바 트라바이에 미외

7
에 껠에 라 우 레 해종?

셋째
에 그러니까 그게 저기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셋째
그 놈의 취직이 뭔지. 하루 하루가 정말 지옥 같아. 진짜 내가 생각이 없긴 없었나 봐.

첫째
걱정하지마. 곧 취직이 되겠지. 자 들어가자.

셋째
아 괴로운 대한민국의 졸업반이여.

해설
맞습니다. 그래서 삶은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봅니다. 그래야 아쉬움이 없는 겁니다. 우리 살아가는 한 순간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쉬워합니다. 아쉽지 않으려면 단 한가지 현재에 충실하자. 주어진 매 순간 최선을 다 합시다! 자, 시간이 좀 더 흘러 지금은 밤입니다.

3 – 저녁 한 때

애인
안녕들 하세요? 문이 열려 있네요.

모두
악!

셋째
아니 웬일이에요? 이런 시간에?

첫째 둘째
(동시에) 아는 사람이야?

애인
죄송합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 들어서. 실례인줄 알지만. 하여간 반갑습니다. (악수를 청하나 모두 피한다.)

셋째
(자기도 당황해) 자 이 셋째의 남자친구 임호준씨를 소개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모두
(시큰둥하여) 짝짝짝

애인
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환영해 주시다니. 언니들이 진짜 미인들입니다.

첫째
그렇게 서 계시지 말고 저리 앉으시죠.

애인
감사합니다. 첫째 언니, 둘째 언니, 맞으시죠? 그리고 막내 남동생이 있다고 들었는데…

둘째
개는 원래 이런 시간에 귀가하지 않아요. (셋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한쌍의 바퀴벌레다. 야!

애인
아 이거 가족들 다 있는 자리에서 말하려고 했는데. 애석하지만 그래도 할건 해야지.

셋째
호준씨! 왜 그러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한다는 거예요?

애인
서울 타워에서 우린 사랑을 얘기했죠 빙글 빙글 돌아가는 서울타워에서 우린 내일을 얘기했죠. 서울타워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서울타워가 도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 서로 영원히 사랑하자고.

둘째
쟤들 괜찮은걸까? 지금 제 정신일까?

첫째
왜? 달밤에 변신하는 늑대인간일까 봐?

둘째
아니, 맨 정신에 저런 닭살 돋는 소리를 꼭 여기에서 하고 있어야 되느냐구?

첫째
기다려봐. 재미있잖아.

애인
우리 결혼 합시다.

셋째
예? 결혼이요? 글쎄요. 전 아직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애인
앞에 언니 둘이 있어서 그럽니까?

셋째
언니들은 모두 독신주의자예요.

둘째
그래. 이 몸은 결혼을 싫어한단다.

애인
그럼 문제가 뭡니까?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 꾸미고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셋째
글쎄요. 전 아직 확실하게 마음의 준비도 안 돼있고……

애인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뒤에서 불쑥 끼어들며) 글쎄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죠. 인생의 목표가 그 쪽처럼 결혼과 아이인 사람도 있고 또 나처럼 일인 사람도 있을 거구. 그러니까 우리 서로 강요는 하지 맙시다.

애인
죄송합니다. 강요하려는 건 아니었고. 저는 단지… 미안해요. (울면서 나가버린다.)

둘째
미안해요 흑흑흑. 끝이야? 다시 돌아오겠지?

셋째
언니!!

둘째
뭐가 이래? 하여튼 우리나라 남자들 생각 없는 거 알아 줘야 돼. 야 괜찮다. 나 잘했지?

셋째
언니는 지금 그게 할 소리야? 내가 언니 때문에 미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첫째
사실 그렇지 뭐.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인생의 목표라면 목표랄 수도 있잖니? 너무했다 너. 우리도 들어가자.

해설
(웃으며) 하루가 끝나가는군요. 정말 재미있는 가족입니다. 그리고 그 덩치 값 못하는 하마 같은 애인. (흉내를 내며) 죄송합니다. 아, 이러면 안되죠. 하여간 선생님인 첫째나 디자이너인 둘째 – 그리고 이제 졸업반인 셋째. 그러고 보니까 하나가 안 보이는군요. 아까 이미 보셨던 우리의 주인공! 막내. 막내가 아직도 안 들어 왔군요. 막내는 머지 않은 공연 때문에 한참 연습 중입니다.

거너릴
아버님께서 데리고 계신 오만불손한 시종들이 걸핏하면 트집을 잡고 싸우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요즘 아버님께서 그들의 행동을 감싸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선동하시는 것 같아 우려가 됩니다. 아버님께서도 존경 받으실 연세이신 만큼 분별을 지니셔야 됩니다. 아버님이 거느리는 백 명의 기사들과 시종들이 나의 궁에서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이 곳은 불한당들의 소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하오니 시종들을 줄이셔야겠습니다. 제가 임의로 조치하겠습니다.

리어
이것이 내 딸이란 말이냐?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나에게 그렇게 사랑을 맹세했던 나의 딸들이란 말이냐?

막내
(흥얼거리며)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 이 나라의 앞날은 어디로 갈 것이냐? 날 국회로 보내줘. 제발 제발 보내줘. (누나들 나오고) 큰 누나. 둘째 누나, 그리고 셋째 누나. 나 한잔했어. 조국과 인생을 논하며 친구들이랑 한잔했어. (오바이트…)

4 – 휴일 하루

첫째
아, 아침이다. 아참 오늘은 일요일이지. 얼른 애들 깨워야겠다. 얘들아 일어나자! 아침이다. 휴일에 대청소 하기로 했잖아. 얼른 일어나야지. 얘들아.

나머지
투덜 투덜

첫째
얼른 안 일어나? 일요일만이라도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할 것 아니야. 너희들 자꾸 이러면 오늘 하루 종일 밥 없다. 알았어?

나머지
(투덜 투덜거리며 나온다.)

첫째
자 번호

둘째
하나

셋째
두울

막내
(서서 잔다.)

첫째
이 자식들이. 다시!

둘째
(악쓰며) 하나

셋째

막내
셋, 번호 끝.

첫째
좋다. 반동은 테크노 반동.

나머지
반동은 테크노 반동

첫째
반동 시작. 하나 둘 셋 넷

첫째
반동간에 노래한다. 노래는 청소가.

나머지
노래는 청소가

첫째
하나 둘 셋 넷 노래 시작.

첫째
난 집안 먼지. 둘째 – 넌 쓸어. 자 빗자루

둘째

첫째
셋째 – 부엌

셋째

첫째
… 막내 – 니 방

막내
알았어.

애인
안녕들 하세요?

셋째
호준씨?

애인
무슨 날인가요?

셋째
대청소날.

애인
전 바빠서 이만.

첫째
대청소날 어떻게 아시고?

둘째
도와 주실 거죠?

셋째
손님인데..

둘째

첫째
이불 빨래. 막내랑.

막내
나?

둘째
밟아요. 꽉 꽉

첫째
우린 이만.

셋째
언니!!!

둘째

막내
배고파.

셋째
호준씨도..

첫째
뭐 먹을까?

둘째
짜장면?

모두
띵호와 반점.

둘째
오케이.

셋째
이제 쉬자.

막내
졸려.

첫째
둘째! 옷 정리.

셋째
난 호준씨랑.

애인
밖으로.

첫째
청소 계속.

둘째
다 했어.

첫째
막내방 검사.

둘째
오케이.

첫째
막내. 오케이?

막내
오케이.

둘째
악!

첫째
왜그래? 무슨 냄새?

둘째
야!

첫째
막내. 똑바로 해.

막내
깨끗하게 했어.

첫째
둘째 – (동시에) 이리와!

해설
즐거운 휴일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리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 정말 화목한 가족이지 않습니까? 부모님들이 안 계시는 가운데 부모의 역할을 하는 큰 딸부터 철부지 막내까지, 그리고 엉겁결에 끼어든 애인도. 정말 즐겁게 살아가는 행복한 가족입니다. 자, 이쯤에서 뭔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가족에 대한 공연이니까 당연히 가족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기게 되겠죠.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는 2막에서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5 – 둘째의 사고 1

코러스
바람이 분다. 이 허황한 사막에 모래 바람이 분다. 폭풍우가 친다. 폭풍우와 싸우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심장을 부수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막내
비바람이여! 너희들이 아무리 나를 괴롭히더라도 너희들을 불친절하다고 원망하지 않겠다. 나는 너희들에게 영토도 주지 않았고 너희들을 자식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너희들에게는 아무 것도 준 것이 없다. 그러니 멋대로 행패를 부려라. 나는 불쌍하고 무력하고 허약하고 멸시 받는 늙은이다. 오너라. 와서 나의 사지와 육신을 갈갈이 찢어다오.

첫째
막내야! 이거 왜 이렇게 어둡니? 막내야!

막내
누나!

지혜
저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희 연습 중인데요.

둘째
우리 막내 좀 잠깐 보면 안될까?

지혜
안됩니다.

셋째
우리 먹을 것 좀 싸왔는데

지혜
먹을 거요? 뭐, 그렇다면 이리로 올라 오시죠.

해설
역시 먹는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군요. 하여간 막내는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 그나 저나 저 왕은 얼마나 기가 막힐까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걸 받자마자 내쫓다니. 그것도 아버지와 딸 사이에서.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자,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선배
어이, 은지 오랜만이야.

둘째
선배. 반가워요.

선배
그런데, 웬일로 잘 나가시는 신은지씨가 날 다 보자고 했어? 지난 번엔 같이 일하자고 하니까 싫다고 하더니?

둘째
잘 나가긴 뭐가 잘나가요? 선배 나 좀 살려줘요. 나 도저히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워요.

선배
글쎄. 지난번에는 내가 같이 일하자고 하니까 싫다고 하더니.

둘째
선배. 그 얘기는 그만 하자고요.

선배
지난번에는 내가 같이 일하자고 하니까 싫다고 하더니. 이미 늦었어. 다른 사람 찾아서 다 준비 끝났어. 곧 런칭이야. (나가며) 런칭에 꼭 와야 돼.

둘째
(막아서며) 그러지 말고. 나도 좀 끼워줘요.

선배
지난번에는 내가 같이 일하자고 하니까 싫다고 하더니. 이미 다 끝났다니까. 곧 런칭이라구.

둘째
내가 지난 번 부족하다고 한 돈 다 댈게요.

선배
글쎄. 지난번에는 내가 같이 일하자고 하니까 싫다고 하더니.

둘째
선배!

선배
그건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동업자하구 얘길 해봐야 할 문제야. 그런데 아마도 그게 쉽게 되지는 않을 거야. 그 사람도 자기 몫을 댔는데 누가 그거 나눠 먹자고 하면 좋아하겠어? 하여간 내가 다시 얘기해보고 연락할게.

둘째
나, 부띠끄 런칭하는데 아빠 엄마가 남겨준 유산 중 내 몫이 필요해. 집 팔아서 내 몫을 가져갈게.

첫째
뭐라고? 둘째야!

셋째
(깜짝 놀라 전화 받으며) 여보세요? 네. 네? 잠깐만요. 언니!

첫째
(대답이 없다.)

셋째
큰 언니 전화 받아.

첫째
(방안에서) 나 없다고 해.

셋째
경찰서래. 막내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봐.

첫째
(뛰어 나오며) 뭐라고? 여보세요? 네. 네? 금방 가겠습니다.

해설
드디어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둘째가 사업을 하겠다고 유산으로 물려받은 집을 팔겠다면서 가족간에 갈등이 생깁니다. 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그리고 막내에게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막내는 왜 경찰서에 갔을까요? 왜?

6 – 막내의 사고 1

경찰
야, 정신 차리고 똑바로 대. 너 혼자 한 짓이야?

막내
저, 아저씨. 그렇게 무섭게 묻지 마세요.

경찰
야, 임마! 그러니까 똑바로 대라는 거 아니야. 너 혼자 한 짓이야 아니면 다른 놈도 있어?

막내
(울며) 아저씨. 무서워요.

경찰
이거 아주 웃기는 놈이네. 아니 국회 밀어버리겠다고 포크레인 몰고 기세 좋게 달려들던 놈이 어째 이렇게 변했어? 니가 진짜 국회에 포크레인 몰고 갔던 놈 맞냐?

막내
(여전히 울기만 한다.)

첫째
(들어오며) 아니, 막내야!

막내
누나! (마구 운다.)

첫째
그래. 그래. 이 누나가 다 해결할게. 이것 보세요. 왜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으신 겁니까?

경찰
네?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첫째
안 했는데 왜 애가 이 모양이냐고요? 당신이 경찰이지 깡패예요?

경찰
아니, 저 흥분하지 마시고…

첫째
내가 지금 흥분 안하게 됐어요? 당장 경찰 – 불러 주세요.

경찰
아니, 이러지 마시고. 경찰은 이미 여기에 있어요. 민중의 지팡이!

첫째
그럼 빨리 수갑 차세요.

경찰
네?

첫째
수갑 차란 말이에요.

경찰
이것 보세요.

첫째
보긴 뭘봐요. 빨리 수갑 차라구요.

경찰
(버럭) 이것 보시라구요.

첫째
네?

경찰
당신 뭡니까?

첫째
저요? 전 얘 큰 누나 되는데요.

경찰
큰 누나면 경찰서에 와서 이렇게 행패 부려도 돼요?

첫째
행패라니요? 제가 무슨 행패를 부렸다고…

경찰
그럼 지금 나에게 수갑 차라고 악 쓰는게 행패가 아니고 뭡니까?

첫째
아니, 저는 그냥. 우리 애가 울고 있기에.

경찰
그래서요?

첫째
예? 그러니까 그게. 죄송합니다.

경찰
뭘 알기나 하고 이렇게 설치시는 겁니까? 이 놈이 술 취해서 국회를 밀어버리겠다고 포크레인 몰고 국회로 돌진한 놈이란 말입니다.

첫째
네? 너 진짜 그랬어? 손 들어.

막내
누나…?

첫째
빨리 손들란 말이야.

경찰
저 여보세요. 그렇게 손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일단 사건의 전모를 밝혀서 조서를 꾸며야 하니까 조금 기다리세요.

부동산
(손님들을 데리고 들어오며) 집 좋죠. 아담하고 예쁘죠. 그냥 오셔서 사시면 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방도 크고 이 방은… (막내 – 방을 열다가 냄새를 맡고) 다른 방을 먼저 보시죠.

첫째
왜 그랬니? 왜 그랬어?

막내
미안해 누나! 나 술 마시면 매일 하는 얘기잖아. 친구들하고 술 마시다가 내가 너무 순하고 바보 같다고 해서 홧김에 그만.

경찰
화나면 포크레인 몰고 국회로 가냐?

막내
죄송합니다.

경찰
얘 전공이 뭡니까? 정치, 경제, 사회?

첫째
애견미용관데요.

경찰
애견미용?

부동산
어때요? 괜찮죠? 날짜만 잡으시면 바로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막내 방으로 향하다가) 이 방이 아니고 저 방을 일단 먼저 보시죠. 아주 튼튼하게 지어진 집입니다. 이런 집 찾기 어려우실 겁니다. 정말 딱 맞는 집 아닙니까? 그냥 계약합시다.

막내
안돼! 누나, 나 좀 어떻게 해줘.

첫째
저, 어떻게 조용히 처리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경찰
글쎄요. 얘가 한 짓이 워낙 황당한 일이라서 지금 상부에서도 고민 중이랍니다.

첫째
이 일을 어쩌냐? 이러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부동산
끝내주죠? 항상 있는 물건이 아니예요. 빨리 잡아야 해요. 이미 여러 사람이 계약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경찰
드디어 결정이 났습니다. 학생이 술 기운에 한 일이라고 훈방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부동산
(객석의 누군가에게) 됐죠?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죠? 계약 하시죠?

막내
(들어오며) 누나!

셋째
막내야!

첫째
고생한 너에게 주기에는 너무 가혹한 선물이다. 둘째가 집을 판단다. 그리고 자기 몫을 가져 간단다.

둘째
어차피 언젠가는 팔아야 할 집이야. 그 시기가 조금 당겨졌다고 생각하면 돼.

막내
무슨 얘기야? 누나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가 갑자기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한다는 얘기야?

둘째
왜 길거리에 나 앉니? 각자의 몫이 있는데. 난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네가 이해를 해라.

셋째
그만해 언니! 그 책임 없는 얘기 좀 그만해! 그래서 어쩌라고? 쟤가 지금 혼자 나 앉으면 뭘 어떻게 하란 말이야?

첫째
그래. 니가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봐라. 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철부지가 뭘 어떻게 하겠니? 우리 한번 더 생각해 보자.

둘째
그만해. 그만해. 내 생각은 확실하다고.

부동산
집 팔렸어.

셋째
안돼요. 집 안 팔아요.

둘째
(복에게) 먼저 가 계세요. 저도 금방 갈게요.

부동산
지금이 기회야. 빨리 팔아야 돼. (나간다)

둘째
(복을 배웅하고) 왜? 왜 날 이해 못해?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언니가 내 처지라면, 그래서 매일 무시나 당하고 중요한 일은 하나도 안 시키면서 잡일이나 시킨다면, 그래서 별 볼일 없는 인간으로 취급 당하면서 월급이나 축내는 존재로 받아들여진다면, 언니는 그 직장 즐겁게 다닐 수 있겠어? 난 나를 이해해줄 줄 알았어. 내 가족이니까 이런 나를 이해해주리라 생각했어.

셋째
이건 이해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야. 우린 당장 어쩌라고? 난 취직도 못하고 있어. 막내는 이제 대학 다니기 시작했어.\

둘째
니가 취직하는 것과 집은 서로 별개의 문제야. 그리고 막내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야. 그리고 난 이미 내 퇴직금이며 은행 대출이며 모두 받아서 다 선배에게 넘겼어. 이젠 되돌릴 수 없다고. 제발 날 이해해 줘. 내가 이 집 다시 살게. 돈 벌어서 다시 사면 되잖아.

셋째
다시 산다고? 생각대로 안되면? 그땐 어떻게 할건데? 죽기라도 할거야?

둘째
뭐라고?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니?

셋째
그래. 협박이야. 협박하는 거야. 정말 협박하는 거야. (분위기 바뀌며) 그러고 싶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언니가 내 언니가 아니고 남이라면 정말 그렇게 할거야.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고 말 거야. 그런데 어쩌겠어? 내 언니잖아. 내 언닌데 밉다고 내가 어떻게 길을 막겠냐고? 내 언닌데 어떻게 길을 막겠냔 말이야? (퇴장, 이후 모두 퇴장…)

7 – 막내의 사고 2

경찰
야! 너 왜 또 그래? 뭐가 불만이야? 응? 왜 그래? 또 술 마시고 사고 쳤잖아!

막내
그렇게 소리지르지 마세요. 무서워요.

경찰
이거 완전히 두 얼굴의 사나이네. 술 마시면 용감해 지는 거 보니까. 이번엔 도저히 안되겠다. 내가 누나 생각을 해서 잘 봐주려고 했는데 콩밥 좀 먹어야겠다.

막내
(소리 내 운다.)

경찰
야! 시끄러! 너희 누나오면 또 나만 혼난단 말이야.

막내
사실은요. 제가 안 그러려고 했는데. 그런데, 술 한잔하고 집에 오는데 길거리에 레미콘 차가 있어서 그냥 한번 몰고 갔어요. 용서해 주세요.

경찰
아니, 그래. 그런데 왜 하필 또 국회냐고? 그 시간에 무슨 국회의원들 개 미용이라도 시킬 거냐?

막내
우리 누나 언제 온대요?

경찰
기다려 임마. 내가 조서 다 꾸미고 연락할 테니까.

막내
그럼 안되잖아요. 피의자의 권리가 있는 건데. 변호사가 옆에 있어야 하잖아요.

경찰
변호사 좋아하네. 너 애견미용과라며? 그럼 레미콘 차 몰고 국회 쳐들어갈 생각말고 개털이나 잘 깍을생각해.

막내
네? 개털이나 깍아요? (마구 운다.)

첫째
(들어오며) 아니. 막내야. 너 왜 또 우냐? (경찰에게) 왜 또 우리 애를 울리세요?

막내
누나! 저 아저씨가 나더러 개새끼래.

첫째
뭐라구?

막내
나더러 개새끼라고 했다니까. 개새끼라구 개새끼.

경찰
야! 너 왜 거짓말하냐? 내가 언제 너더러 개새끼라고 했어?

첫째
아니, 정말 내 동생한테 개새끼라구 했단 말이에요?

경찰
아닙니다. 제가 왜 그런 얘길 했겠습니까?

막내
했어요. 나보고 개새끼라고 했어요. (더 목놓아 운다.)

첫째
(경찰에게) 너 이리와! 빨리 안 와. 선생님이 오라고 하시면 빨리 뛰어 와야 할 것 아니야. 빨리 뛰어와!

경찰
저 이것 보세요. 지금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첫째
그래도. 너 자꾸 선생님 말씀하시는데 토 달 거야? 빨리 이리 오란 말이야!

경찰
잠깐만요. 왜 이러세요?

셋째
언니! 아니야! 그 분은 학생이 아니야. 경찰이야.

첫째
어머. 죄송합니다.

경찰
이거 정말 이상하군요. 흥분하면 바뀌는 게 집안 내력이신가 보네요.

첫째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흥분했었나 봅니다.

경찰
하여간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는군요. 도대체 동생 교육을 어떻게 시키신 겁니까? 술만 마시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되는군요.

첫째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 알아듣도록 단단히 교육을 시킬 테니까 제발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막내에게) 너 이리와! 빨리 안 와! 선생님이 부르시는데 왜 안 오고 그러고 있어? 빨리 와! 손바닥 내밀어.

경찰
저. 이것 보세요.

첫째
가만히 두세요. 제가 일단 교육을 시킬 테니까요.

막내
누나. 용서해 줘. 다시는 안 그럴게.

첫째
시끄러! 술 마시고 문제 일으키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니?

막내
누나. 나 이제 겨우 두 번째잖아.

첫째
시끄럽다니까! 이리 따라와. (한쪽으로 빠지고)

애인
은미씨. 그런데 왜 동생분이 경찰서에 오게 된 거예요?

셋째
술 먹고 레미콘 차 몰고 국회로 쳐들어 갔대요.

애인
지난 번에도 국회로 포크레인 몰고 갔다고 하지 않았어요?

셋째
네. 그때도 술 마셔서 그렇게 됐죠.

애인
참 훌륭한 동생을 두셨군요.

셋째
무슨 말이에요?

애인
그러니까 동생이 온 국민을 대신하여 희생했다는 것 아닙니까? 정말 훌륭한 동생입니다.

셋째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애인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뛰쳐 나가려 한다)

셋째
저 경찰 – 아저씨. 제 동생 좀 잘 봐주세요. 재 절대로 나쁜 아이 아닙니다. 술도 못하면서 술을 마셔서 저렇게 돼서 그렇지 정말 착한 아이입니다.

경찰
그래. 착한 것 좋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또 국회냐고요?

애인
훌륭하잖습니까? 온 국민을 대신해 국회로…

경찰
뭐라고요?

애인
참 그게 아니었죠. 죄송합니다. (또 울려고)

경찰
가훈을 바꾸셔야겠네요. “흥분하지 않기” 이런 걸로요. 어쨌든 제가 보기에도 착하긴 한 것 같습니다.

애인
(셋째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잘 되겠죠.

첫째
(동생을 데리고 와서) 빨리 빌어. 용서해 달라고 빌어.

막내
아저씨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첫째
이것 보세요. 완전히 반성하고 있잖아요. 용서해 주십시오.

경찰
글쎄. 용서하고 안하고는 저의 개인적인 능력이 아닙니다. 하여간 저도 최선을 다 할 테니 일단 돌아가서 기다리십시오.

해설
친애하는 국회의장님 그리고 모든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평범한 일개 경찰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지 저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저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평범한 한 공무원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한 젊은이의 앞 길을 의장님께서 널리 밝혀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경찰 – (쓰던걸 들고 앞으로 나서며) 이번 레미콘 사건은 의장님을 비롯한 국회의원 모두를 모독한,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를 모독한 괘씸한 사건 임에 틀림없습니다. 정말 일벌백개로 다스려야 할 중대한 죄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발 뒤로 물러서 생각한다면 이 학생을 용서해 주시는 것이 한 가족의 평화를 지켜 줌으로써 국회의 권위를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 학생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현재 누나들 셋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정말 순수하고 착한 학생입니다.

8 – 둘째의 사고 2

셋째
절대 언니를 용서할 수 없어. 이건 아니야. 가족이 뭐야. 형제가 뭔데. 안돼. 절대로 안돼. 난 절대로 언니와 같이 살지 않을거야.

애인
(들어오며) 실례합니다.

셋째
아니, 호준씨! 연락도 없이.

애인
저야말로 연락도 안되고 해서 이렇게 쳐들어 왔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셋째
아니에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막내
우리 집이 팔렸답니다.

셋째
작은 언니 사업자금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집을 팔았어요.

애인
그래요? 대단한 양보십니다.

막내
무슨 말씀이세요?

애인
그러니까 넷 중 한 사람의 사업을 위해서 모두가 양보하셨다는 것 아닙니까? 정말 부럽습니다.

셋째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막내
참. 답답하네.

첫째
그렇죠 뭐. 형제 사이에.

애인
은미씨. 정말 훌륭하세요.

막내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누나가 돈이 필요해서 혼자 이 집을 팔고 우리는 길바닥에 나 앉게 되었단 말이에요. 길 바닥에.

애인
네? 그래요? 죄송합니다. (또 나간다)

셋째
호준씨! 아이고 저 병신. 죄송하다고 나가는 게 무슨 주특기냐?

애인
(다시 들어오며) 은미씨! 나 찾았죠?

셋째
고마워요. 잘 되겠죠.

애인
자 우리 나가죠. 내가 저녁 살 테니까.

첫째
아니에요.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애인
아닙니다. 이렇게들 우울하신데 제가 뭔가 보탬이 돼 드리고 싶어서 하겠다는 거니까 말리지 마십시오.

막내
그러자 누나. 가서 저녁이나 먹으면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지.

애인
그래. 처남.

셋째
처남?

애인
자 나갑시다. 기왕이면 저녁 먹고 영화도 한편 보고 들어오죠.

셋째
그래요. 언니. 나가자!

첫째
그래. 나가자.

애인
좋습니다. 자 출발!

첫째
뭐라고?

둘째
난 사기 당했단 말이야. 그 선배가 다 가지고 튀었단 말이야.

셋째
잘했다. 잘했어.

둘째
뭐라고?

셋째
잘했다고. 그래서 우리가 뭐랬어? 서두르지 말라고 했잖아.

애인
은미씨. 참아요. 그렇게 말하면 안돼요.

둘째
너 지금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러니?

셋째
그래. 죽어. 차라리 죽어 버려. 그렇게 똑똑하면서 사기는 왜 당하냐? 그렇게 저 혼자 잘되겠다고 집까지 팔아 치웠으면서 왜 여기서 한탄이냐고? 차라리 나가 죽어.

첫째
셋째야!

셋째
왜? 왜? 내가 뭐 말 잘못했어? 내가 못할 소리 했어? 이건 아니야.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돼. 그 돈이 어떤 돈인데,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엄마 아빠가 물려 주신 소중한 집을 판 돈이야. 이건 아니야. 차라리 나가 죽어. 난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나가 죽으란 말이야. 나가! 나가! 이 집에 니 몫은 이제 없으니까 사라져. 나가! 없어지란 말이야. (퇴장.)

막내
그래. 맞아. 나도 더 이상 누나 보고 싶지 않아. 누나의 그 이기심 때문에 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누나가 내 누나 맞아? 집을 판다고 할 때 날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안돼. 여기에 누나의 몫은 더 이상 없어. 나도 누나가 나가길 바래. 더 이상 누날 보고 싶지 않으니까.

9 첫째의 방황

첫째
실례합니다.

흥신소
네 어서 오십시오. 자 일단 이리로 앉으시죠. 그래 뭘 도와 드릴까요?

첫째
사람을 좀 찾으려는 데요.

흥신소
사람? 좋죠. 사람을 찾는 것이 바로 우리 전문입니다. 그래. 무슨 일이십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돈이라도 뜯기셨나요? 얼맙니까? 이자를 따블로 쳐서 다 받아 드리겠습니다. 우선 이름과 나이 그리고 집 주소, 친구 형제 관계…

첫째
그게 아니고.

흥신소
아, 그게 아닙니까? 그럼 뭐 사람 찾는 게 우리 전문인데. 아, 이제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도망이로군요. 나쁜 놈이네요. 아니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도망을 갔단 말씀입니까? 이 새끼를 그냥! 어떻게 잡아 올까요? 아예 다리라도 분질러서 옆에 앉혀 드릴까요? 아니면 레미콘 쳐서 묻어놓고 사진으로 가져 올까요? 그도 아니면 섬으로 팔아 치울까요?

첫째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흥신소
그게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는데.

첫째
저기요. 동생을 찾고 있어요.

흥신소
아! 동생. 개가 그러니까 집 문서를 들고 튀었군요. 집 팔리기 전에 빨리 잡아야겠네요. 감히 집 문서를 들고 튀다니. 나쁜 놈이군요.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금방 잡아 드릴 테니까. 자 그럼. 인상착의를 말씀하시고 기타 등등 필요한 사항을 말씀하십시오. 우리가 딱 일주일 만에 바로 찾아 이 자리로 데려 오겠습니다. (무대 뒤를 향해) 어이! 준비 다 됐지? 찾으러 가자구.


죄송합니다. 찾을 수가 없습니다.

첫째
그래요? 그럼 할 수 없죠.


죄송합니다. (퇴장한다.)

첫째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기억나시죠? 그 포크레인하고 레미콘이요.

거너릴
네가 살아있는 이상 나에게 평화는 없다. 언젠가 아버님이 너를 앞세우고 나를 치러 오시겠지.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너를 살려 보낼 수 없다. 아버님은 이미 이 세상에서 잊혀지고 있다. 이빨 빠진 호랑이는 이미 호랑이가 아니니까.

해설
(등장하며) 막내의 공연이었습니다. 아마 누나가 가출한 현재 자신의 상태를 돌아 볼 때 막내에게는 정말 너무도 가슴 아픈 공연이었을 것입니다. 가출한 누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이럴 때 부모님이라도 계시면 의지라도 할 텐데. 아버지의 인자함과 어머니의 자상함이 정말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해설
어머니 아버지!!!!!!

10 가족

막내
(작게 길게 지르며) 여러분!! (조명 인)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의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더 이상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셋째
그래요. 정말 이 자리에 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애인
저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가정의 예비 구성원으로써 오늘의 이 일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막내
자 그럼, 행진이 있겠습니다. (첫째가 들어오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첫째
(이미 눈물이 고여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나 결혼해요. 축하해 주세요. 그리고 … 그리고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경찰
(눈물을 닦아 주며) 자, 웃어요. 당신은 웃는 게 예쁘니까. 그리고 내가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둘째
(가족들과 모두 껴안고)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해설
둘째가 돌아왔습니다. 이 가족에게 다시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첫째는 결혼하고 둘째는 집으로 돌아오고 셋째는 곧 취직이 되겠죠. 그리고 막내는 학교 열심히 다닐 것입니다. 술만 안마시면 문제가 없죠. 아니죠. 술 덕분에 독신을 고집하던 누나가 결혼도 하고 둘째도 찾았는데 술은 안 마실 것이 아니라 잘 마셔야겠군요. 여러분, 우리 모두 술을 잘 마십시다.

첫째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납니다. 당신들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유산도 생각나고. 첫째 사랑할 것, 둘째 싸우지 말 것, 셋째 이해할 것 그리고 넷째 첫째 둘째 셋째 말을 잘 들을 것. 엄마. 아빠. 저 결혼해요. 축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