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에 대하여

배신이란 무엇일까?

아마 우리 문화에서 가장 나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배신일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한참 시끄러운 채 해병 문제에서 이종섭이가 어느날 갑자기 윤석열이를 배신하고 윤석열이가 조작하라고 시켰다고 자백했다고 치자. 그럼 윤석열이 나쁘다고 말하겠지만 또 적지 않은 인간들이 이종섭이 배신자라고 떠들어댈 것이다.

배신은 도대체 왜 이렇게 나쁜 문화가 되었을까? 아니 실제로 배신이란 나쁜 일인가?

어쨌든 일반적으로 배신이란 정말 나쁜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인류 역사란 결국 배신의 반복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 배신이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아마도 우리 역사에서 가장 먼저 배신하면 떠오르는 인간은 누가 있을까? 글쎄, 얼핏 예식진이 떠오른다. 의자왕을 배신하고 의자왕을 붙잡아서 소정방에게 바쳤던 그놈. 결국 그 놈 때문에 백제는 망했다. 그러고보니 이 배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놈들이 많다. 특히 을사오적 정미칠적, 특히 이완용. 결국 이놈들은 왕을 배신했지만 무엇보다 나라와 백성을 배신했다. 그 결과 그 놈들은 떵떵거리고 살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옥행 버스를 탔다.

이후에도 배신은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배신에 대한 느낌은 매우 다르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가장 대표적인 배신은 바로 알아서 기는 문화이다. 윤석열이가 있고 그 아래에 이종섭이도 있고 또 그 아래에 해병대 사령관도 있다. 하지만 해병대 사령관은 이종섭이나 윤석열이를 배신하지 않고 또 이종섭이도 윤석열이를 배신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들이 또 우리가 여태까지 받은 교육 때문일 것이다.

누가 우리에게 배신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을까? 물론 역사적으로 모든 교육은 배신하지 말라고 가르친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배신하지 말고 알아서 잘 기라는 문화, 이건 일본이 우리에게 교육시킨 것이다.

배신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배신 자체가 아니다. 배신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알아서 기라는 뜻이다. 그렇게 알아서 기면너를평생 잘 먹고 잘 살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비단 정치 뿐 아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얼마나 알아서 기는 사람들이 많은가? 이랜드 회장인가 뭔가라는 놈이 매장 순시를 할 때 그 회장이라는 인간은 매장 직원들에게 춤추고 노래하고 기쁘게 회장을 영접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 아래에서 그 어심을 받드는 놈들이 충성한것이다.

배신 교육의 핵심을 바로 이것이다. 내가 아무 소리 하지 않아도 네가 잘 알아서 기어라. 그리고 혹시 내가 뭘 잘못해도 네가 다 알아서 뒤집어 써라. 이게 전형적인 배신 교육의 핵심이다.

오죽이나 배신이 많았으면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

하지만 이런 문화는 우리 문화가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모든 왕조가 평균 100년도 가지 못했다. 대부분 결국 배신의 문제다.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도 배신의 꼬리를 무는 문화다. 대장은 언제나 그 부하에 의해 배신당하고 정권이 뒤집어졌다.

우리는 그런 문화가 아니다. 우리는 믿음의 문화이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역성혁명은 단 한 번이었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의 문화가 배신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화 역시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놈들이 우리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교육으로부터 만들어진 문화일것이다. 사실 일본 사무라이 문화는 그냥 배신의 문화일 뿐이다. 그러니 일본이 얼마나 배신을 두려워했을 것인가는 두 번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를 침략해 정복한 이후 당연히 더 큰 불신이 있었고 더구나 조선인들은 거세게 저항하니 자기 주변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주변의 인물들이 무슨 상황이든 자기를 배신하지 않을것을 교육시켰을 것이다.

이런 배신하지 않는 문화는 대표적인 일본 문화다.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의 부당한 일에 대해 올바른 소리를 하고 그것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배신이 아니다. 너무나 올바른 일이고 모두가 따라야 하는 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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