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브라보 마이 라이프

A PLAY

BY SINABRO TEAM

브라보 마이 라이프
Bravo my life!

Script by
Sinaburo Script team

Directed by
Gyunhyeong Kim


Cast of Characters

은주 – 네일 가게 운영, 57세
로사 – 수녀, 55세
정희 – 사업 후 은퇴, 50세
경실 – 전업주부, 58세
남자 – 다역

구성

1 백악관
2 제퍼슨 메모리얼
3 한국전 메모리얼

Place

Washington DC
White House
Thomas Jefferson memorial
Korean War memorial

Time

Present Day, Spring

PLAY

#1 백악관

남자
자 여기가 그 유명한 화이트 하우스입니다. 이곳은 미국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죠. 현재 미국 대통령은? 네 그렇죠. 조 바이든. 언제까지? 네 2024년까지. 어떻게, 연임이 가능할까요? (관객들에게 묻는다. 대답 듣고.) 자 그럼 이 순간에 퀴즈를 하나 내죠. 미국에는 대통령이 두 번의 텀으로 끝나게 됩니다. 맥시멈 8년이죠. 자, 문제 나갑니다. 미국 대통령은 두 번만 할 수 있다. 이것은 법으로 제한을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조지 워싱턴부터 내려오는 관례일까요? (대답을 들어본 후) 그렇습니다. 관례가 아니라 법입니다. 원래는 관례였는데 4번을 연속으로 대통령을 한 사람이 있잖습니까? 그렇죠. 루즈벨트. 그래서 그 이후에 법으로 묶었습니다. 여기서 자유시간 드릴 테니까 한 번 둘러보시고 사진도 찍으시고 버스로 오세요.

정희
(객석을 둘러보며) 다들 커플인데 나만 혼자네. 아이고, 어쩌다가 이렇게 여행도 혼자 오게 됐나?

은주
나도 혼자에요. 사실 난 혼자 오고 싶어서 가족들에게 얘기도 안하고 몰래 빠져나왔거든요.

경실
때때로 같이 있을 때보다 혼자 있는 게 더 좋기도 해요.

로사
우리 초면인데 인사나 하는 게 어떨까요?

정희
그럽시다. 그런데 우리도 커플이라면 커플이에요. 우리 둘이는 (경실을 가리키며) 저녁에 뭐 좀 배우는 게 있는데 거기서 만났거든요. 이번에 의기투합해서 여행 함께 오기로 하고 같이 왔어요. 저는 정희구요. 열심히 돈 벌다 지금은 쉬면서 그냥 여행이나 하면서 뭘 할까 찾아보고 있어요.

경실
저는 경실이고요. 흔히 말하는 전업주부예요. 여러 번 일을 하려고 생각도 해 봤는데 딱히 할 만한 일도 잘 안보이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냥 집에 눌러 앉게 됐어요.

로사
저는 옷이 좀 이렇지만 사실 수녀예요. 제가 이 나이에 주책 같아 보이지만 여행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 팬데믹으로 갇혀 있었더니 아주 죽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탈출했어요. 이름은 로사 에요.

은주
반가워요 수녀님. 제 세례명은 아네스구요. 이름은 은주요. 네일 가게 하고 있어요. 간만에 바람이나 한 번 쐬려고 이렇게 오게 됐죠.

경실
여행들은 많이 다녀 보셨어요?

로사
아니요. 우리는 일이 일인지라 좀 구속과 제한이 많아요. (하늘을 가리키며) 저 분이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우리한테 여러분을 잘 돌봐 드리라고 하도 뭐라고 하셔서 눈 코 뜰 새 없답니다. 그래서 여행도 제대로 못 가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길 잃어버리지 않게 잘 이끌어 주세요.

정희
그럼 나만 잘 따라오세요. 앞으로는 여행이나 같이 다닙시다.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업한다고 많이 돌아다녔죠. 버스, 비행기, 자동차, 기차. 그리고 또 내가 돈 좀 벌어보려고 옛날에는 할렘에서 신발 장사도 했거든요. 야, 그때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마치 위험한 손님이라도 들어온 듯 객석을 둘러보며 한 바퀴 돌면서) 이놈들이 한 번 들어오면 신발이 한 두 켤레 씩 사라지는 거예요. 내가 직접 확! (기합 소리) 그냥 때려줄 수는 없고 그래서 경비한테 총 들려서 가게를 운영했었죠. 뭐 지금은 훨씬 좋아졌지만. 어쨌든 그래도 그땐 꽤 돈이 되기는 했어요. 걔들한테 고맙지.

로사
아, 거기 위험한데. 사실 저 그 근처에 혼자 갔다가 노숙자한테 잡혀서 큰일 날 뻔했어요.\

정희
아이고 수녀님이 겁도 없이 거길 왜 가셨어 그래?

로사
그러게요. 뭘 몰라서 그랬죠. 하여간 그 이후에 그 근처는 꼭 여럿이 같이 가요.\

정희
그러셔야지. 거기에도 수녀님의 손길이 필요한 방황하는 영혼들이 엄청나게 많을테니까.

은주
거기 많이 좋아졌죠. 제가 이민 왔을 때만 해도 진짜 무서웠는데. 그냥 길거리를 바라만 봐도 무서웠어요.

정희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옛날에 그 누구냐 그 시장, 트럼프 친구 있잖아요. 그래 줄리아니. 그 줄리아니가 어쨌든 큰 일했지.

로사
저 백악관에는 못 들어가나요?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데. 저는 여행을 하고 싶어도 쉽게 나설 수 없어서 일단 여행을 가면 뭐든지 다 해보고 싶어요. 모든 것에 다 관심이 있어요. 여행 뿐 아니라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 부터 뭐랄까 하여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 무지 관심이 커요.

은주
저는, 그 사소한 관심이라도, 이제부턴 저에게 줄려구요. 워낙에 일에 치여 살고 가족들 돌보다 보니 막상 나한테는 아무런 관심을 못 가졌어요. 그래서 이 참에 여유도 가지고 생각도 할 겸 이렇게 일에서 떠나고 집에서도 떠났어요~~

로사
그럼 가출했어요?

은주
아니요. 여행을 떠나왔다고요. 하긴, 말안하고 왔으니 가출인가? 뭐 찾지도 않을거예요. 어차피 사라진 것도 모를테니까 …

경실
나도 그래요. 오랜 만에 집안 일 훌훌 벗어버리고 이렇게 혼자 떠나왔네요. 근데 정말 힘들겠어요. 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사는게 이렇게 힘드는데 일까지 하면서 살려면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은주
맞아요. 남편들은 그것도 모르면서, 자기만 생각해요. 게다가 나이 드니까 왜 그리 잔소리는 해대는지. 그렇다고 집안 일을 제대로 도와주기를 하나 ~ 뭐든지 나한테 다 물어봐요. 다시 애 하나 키우는 것 같다니까요.

정희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편한 셈이네요.

로사 자매님, 외롭지 않아요?

정희
(과장해서) 외롭죠. 아주 사무치게 외로워요. 밤마다 은장도로 찔러요. 저는 정말 팰팍의 비구니라니까요.

로사
저는 그래도 다행히 남자 친구가 있어요. 물론 지금도 계속 옆에 있어요. 내가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화장실에서 앉으려 하며 약간 곤란한 태도로 위를 흘겨 보며) 그 때도 옆에 있어서 좀 불편할 때도 있지만. 하여간 언제든 필요할 때 부를 수 있어서 좋기는 해요.

은주
옳으신 말씀. 하느님이 항상 내 곁에서 우리를 돌봐 주시죠.

로사
(정희에게) 자매님. 하느님 믿으시나요?

정희
아니요.

로사
꼭 성당이 아니더라도 어딜 가든 믿음이라는게 힘든 시기를 잘 버티도록 하는 힘이 되거든요.

은주
그러고 보니 우리 진짜 힘든 시간 보냈어요. 팬데믹 때 정말 난리도 아니었잖아요.

로사
그래도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이렇게 여행도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하느님께 감사 드려야죠.

은주
정말 불편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 가족들 다 무사하고 이렇게 여행까지 왔네요.

경실
(너무 하느님 얘기만 하니까 살짝 기분이 상해서) 혹시 하느님이 존재할까요? 없거나 아니면 뭔가 굉장히 바쁜 일이 있어서 우리를 잊고 있거나.

정희
수녀님 얼른 가서 저 분부터 구제하세요. 나보다 저분이 더 급하네.\

로사
자매님, 무엇이 그리 그대 마음을 그렇게 뒤틀리게 했나요?

경실
그렇잖아요. 사실 그 동안 수 많은 문제들 아무 것도 해결해 주지 않았잖아요? 덕분에 세상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위험은 점점 더 늘고 있고. 지금도 저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저 분은 왜 보고만 있어요?

정희
맞아. 하느님이 진짜 있다면, 그리고 우릴 사랑한다면 뭐라도 해야죠. 그 나라에 하느님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뭔가를 보여 줘야 하잖아요. 우린, 보이지 않으니 믿을 수 없는거구.

은주
꼭 하느님이 뭔가를 보여줘야만 믿는 건 아니죠.

로사
믿음이란 상대를 믿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속에 이미 들어 있을 수도 있어요. 내 속에 하느님이 있어서 나를 잡아 주니까요.

은주
세상 사는데 하느님이라는 버팀목조차 없었다면, 아마도 전 지금 보다 더 많이 지쳐 있을 거예요. (한 숨 쉬고) 제 유일한 낙이 일요일에 성당 가는 거거든요. 거서 미사도 보고, 같이 점심도 먹고, 다른 분들 사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거든요. 근데 이젠 그것도 … 접어야 할까 봐요.

로사
자매님. 속상한 일이라도 있었나요?.

은주
요즘은, 애들도 남편도 없이 주로 혼자 성당을 가게 돼요. 그럼 사람들이 자꾸 물어요. 무슨 일 있냐고. 애들 이랑 남편은 왜 안 왔냐고…. 저의 대단한 남편님께서는 골프 치러 가셨고 애들 님은 장가 가셔서 이제 소인만 홀로 이렇게 옵니다 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경실
우리 여행이나 다닙시다. 그냥 다 털어 버리고 놀러나 다니지 뭐. 우리 한 달에 한번은 꼭 일박이라도 여행 가기. 어때요?

정희
좋아요. 우리 다음에는 어디 갈까요? 너무 좋다~ 이제 같이 다닐 친구들이 생겼으니 더 많이 다녀야지.\

로사
음 …남자 스트립쇼도 한다는 라스베가스 어때요? 그 정도는 한 번 봐 줘야 되는거 아닌가? 자 갑시다. 자매님들. (함께 행진을 해서 객석 앞에 선다. 마치 기도에게 막힌 듯 그리고 좀 들어가자고 하는 듯 쳐다보다가 자기 옷을 내려다 보고) 내가 수녀복 입고 가면 문 앞에서 딱지 맞기 딱 좋겠죠?

경실
수녀님은 복장만 신경 쓰심 되겠네요. 지금처럼.

로사
그럴까요? 다음에는 남자처럼 할까? 나도 그 슬롯머신 한 번 당기고 벨 한 번 요란하게 울려 볼까요? 으하하하하하

경실
남장보다는 미니스커트랑 탱크탑 어때요? 립스틱~ 짙게 바르고~

로사
에이 이 나이에. 쑥스럽게.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며 화장을 하고 섹시하게 걷고 등등… 관객의 박수를 유도하고) 근데 아까 두 분이 뭐 배운다고 했던 것 같은데. 뭘 배우는데요?

정희
그건 비밀….이 아니고 요즘에는 노래를 배워요. 지난 번에는 그림을 배웠고.

경실
뭐 특별히 대단하게 뭔가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뭐랄까 지금까지 나는 아무 것도 못해보고 그 흔한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못해보고

정희
나는 그걸 너무했고 그래서 탈진한 상태고

경실
하여간 그래서 지금까지 못해본 것 이제라도 시간 내서 이것 저것 배워보려는 거죠.

은주
그런 걸 어디서 배워요? 나도 배우고 싶은데. …..

정희
가끔 인터넷 보다 보면 이런 저런 강좌들이 올라와요.

경실
근데 정말 그런 배우는 데 가보면 확실히 여자들이 많아.

정희
맞아요. 확실히 남자는 거의 없어요.

로사
왜 그럴까요?

경실
남자는 다른 것도 할 수 있으니까?

은주
남자한테 우선 순위는 1 나 2 아빠 3 남편인 것 같아요.

정희
나 아빠 남편?

로사
그럼 여자는요?

은주
여자한텐 1엄마 2 아내 3 나 겠죠?

정희
엄마 아내 나? 내가 꼴찌네.

경실
슬퍼진다.

은주
그래서 남편 겉돌고 애들 떠나면 나만 남게 되니까 삶이 얼마나 공허해지겠어요.

정희
여자는 결국 혼자 있는게 아니라 자식과 남편이라는 자기보다 더 큰 알들을 항상 품고 살고 있네.

은주
맞아요.

정희
그러다 그 알들이 없어지면… 그냥 무너지네. 아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경실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나 혼자가 돼 있고

로사
갑자기 이게 뭐지? 생각이 들겠네요.

은주
게다가 몸까지 변해요. 당연한 얘기겠죠. 변화가 생기는 게. 피곤해지고 뭔가 불안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우울해지고 어떨 때는 잠도 못 자요.

경실
그게 바로 갱년기라는 거죠.

로사
갱년기…

정희
근데 아직도 갱년기에 갇혀 계시나? 이미 다 지나간 일 아닌가?\

경실
사람에 따라 다르지. 빨리 오는 사람도 있고 늦게 오는 사람도 있고. 짧게 겪는 사람도 있고 길게 가는 사람도 있고.

로사
자매님들. 그 갱년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있어요?

경실
한 번 보실래요?

경실
안녕하세요?
남자 살기가 어떠세요? 요즘.

경실
글쎄요. 그냥 우울하고.

남자
그렇죠? 피곤하기도 하시고

경실
예.

남자
식욕도 별로 없으시고.

경실

남자
매사에 의욕도 별로 없으시죠?

경실
예.

남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경실

남자
괜히 짜증나고 괜히 긴장되고

경실
그렇다니까요.

남자
남편하고는 몇 번이나?

경실
네?

남자
같이 주무시나요?

경실
그거야 당연히 매일 같이 자죠.

남자
그냥 손만 잡고 주무시나요? 아니면?

경실
주로 손도 안 잡고 그냥 잡니다.

남자
그러니까 한 달에 몇 번 정도?

경실
한 달에 몇 번이요?

남자
예.

경실
한 달에 몇 번이 아니라 몇 달에 한 번 정도.

남자
예.

경실
아무도 저에게 관심을 같지 않는 것 같아요.

남자
예.

경실
애들도 모두 저한테 무관심하고.

남자
예.

경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잠만 자고.

남자
예.

경실
저에게 전화하는 친구도 별로 없고.

남자
예.

경실
그리고 온 몸이 다 아픈 것 같고.

남자
예.

경실
느닷없이 심장도 뛰고 얼굴도 빨개지고

남자

경실
매사에 관심이 없어요.

남자
예.

경실
내가 여자가 맞나 싶기도 하고

남자
예.

경실
그냥 짜증만 나요.

남자
예.

경실
화가 나요.

남자
예.

경실
정말 화가 난다구요.

남자
예.

경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나를 화나게 만들어요.

남자
예.

경실
남편도 보기 싫고 아이들도 보기 싫어요.

남자
예.

경실
그냥 다 팽개치고 혼자 살고 싶어요.

남자
예.

경실
그냥 어디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숨도 쉬지 않고 누워 있고 싶어요.

남자
예.

경실
뛰어 내리고 싶어요.

남자
예.

경실
다 부수어 버리고 싶어요.

남자
예.

경실
너무 허무해요. 내 인생이 너무 허무해요.

남자
예.

경실
내가 뭘하고 살았나? 앞으로는 뭘하고 살까? 정말 한심하고 막막해요.\

남자
예.

경실
다 털어 버리고 싶어요. 다 부수어 버리고 싶어요. 다 부수어 버리고 싶다구요.

남자
예. 맞습니다. 갱년기. 지금까지 얘기하신게 바로 갱년기 증상입니다.

경실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결해요?

남자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하고,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체중관리를 철저히 시행하며, 고혈압, 당뇨, 간질환 등의 만성 질환에 대한 꾸준한 감시와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경실
뭐라고?

남자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가하고, 적절한 운동과 …

경실
그런 거 말고. 자꾸 집 밖으로 돌고 있는 남편, 아이들 이거 어떻게 하냐구?

남자
저는 흥신소가 아니라 의사라서… 그거는 잘 알아서 하셔야…

경실
야 이 십장생아

남자
(도망가다 멈추어서) 가족이 중요해요. 가족.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신경을 써 줘야 덜 힘들어요.

경실
그건 나도 안다고. 내 아이들하고 남편 데리고 와.

정희
에헤 왜 이러실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살아야지.

경실
인정? 뭘 인정해? 나 말리지 마.

로사
자매님.

경실
왜요?

로사
하느님께서 보살펴 주실 겁니다.

경실
아이구 속터져. (남자가 퇴장한 쪽을 향해) 야 너 이리오라구

정희
됐어. 됐어. 이제 그만해.

경실
그만할까? 아, 소리 한 번 지르고 나니까 좀 후련하네. (한 번 더) 야 이 십장생아

로사
자매님.

경실
하긴 갱년기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면 왜 사람들이 갱년기 갱년기 하겠어. 그게 잘 안되니까 그렇게 말들이 많겠지.

로사
나는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우리가 사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그런가? 하긴 우리는 저 분 시키는 일로 너무 바빠서.

경실
저 갱년기 넘기 진짜 힘들었어요. 우울증이 와서 지금도 약 먹고 있어요.

로사
자매님. 성당에 오세요.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보시면 뭔가 구원의 빛이 보일지도 모르죠.

경실
그래 볼까? 생각해 보죠.

로사
아니, 확실히 그렇다니까요.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고…

경실
저기 시간 되지 않았어요? 빨리 버스로 가요. 우리만 두고 떠나면 큰일 나. (서둘러 퇴장한다)

로사
(뒤를 따르며) 자매님. 내 말을 들어봐요. 우리 같이 하느님을 만나서 얘기도 하고…… 하느님 저 어린양을 이끌어 주소서.

2 제퍼슨 – 행복

남자
자 여기는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입니다.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이었죠. 하지만 이 분은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죽을 때 유언을 남기는데 이렇게 남깁니다. 내 묘비명에는 다음 내용만 적어라. 내가 독립선언문을 썼다. 내가 버지니아 대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종교 자유를 위한 버지니아 헌장의 필자였다. 대단하죠? 여기서도 첫 번째로 나오는 사항이 바로 독립선언문입니다. 그럼 독립선언문의 핵심은 뭘까요? 인간은 하늘로부터 받은 핵심 권리를 가지고 있다입니다. 그리고 세 가지를 얘기하는데 뭘까요? 생명의 권리, 자유의 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 행복 추구의 권리. 그런데 영국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이런 기본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므로 너희는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런 나라를 만들 것이다. 이게 독립선언문의 핵심 내용입니다. 오늘날 그런 나라가 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 그런 나라가 됐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고 사진도 찍으시고 조금 이따가 이동할게요.

정희
저 가이드가 지금 우리한테 숙제를 낸거지?

경실
그러게. 뭐라고? 아까 무슨 권리?

로사
생명, 자유, 행복 추구

은주
그럼 지금 미국이 그런 나라가 됐나요?

정희
되긴 개뿔? 올해만 해도 벌써 몇 번째 총소리 들려서 몇명이 죽었어? 여기서 무슨 생명을 찾아.

경실
그래 맞아. 요즘 들어 오히려 더한 것 같지?

정희
2020년에 장장 4만 5천 명이 총 때문에 죽었어. 절반은 자살이고.\

로사
그렇게 많아요? 오 하느님.

경실
생명의 권리를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은주
난 저 셋 중에 행복 추구…그거 할거야. 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행사할 거예요.

정희
갑자기 왜 이러셔? 무슨 권리를 행사한다는 거야?

은주
나도 행복해 져야겠다고요. 이것 저것 벗어버리고 나를 위한 행복을 찾으리라!!!

로사
자매님 참아요. 뭘 벗어 버리시게. 함부로 벗으시면 안돼. 다 순리라는 것에 따라야 하는 거지.

은주
난 정말 행복을 찾으려고 뭔가를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살면서 의사 하나, 변호사 하나, 그리고 판사 하나는 알아 둬야 된다. 근데 지금 내가 아들이 둘인데 하나는 의사 또 하나는 검사거든요.

경실
자식 농사 잘 졌네.

은주
그렇게들 말하죠.

로사
부럽다. 나도 애 하나 있었으면 대통령 시켰을텐데.

정희
수녀님은 참으시고.

은주
사실 내가 걔들 그 자리에 올리느라 뼈빠지게 고생했어요. 아마 걔들은 잘 모르겠지만.

경실
뭐 알아 달라고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니까.

정희
그렇죠. 부모의 지극정성을 사실 자식이 이해하기는 어렵지.

로사
자매님. 간만에 오른 말씀하시네.

정희
왜 이러세요? 나라고 항상 비판적이지는 않아요. 난 그래도 인생을 즐길 줄 안다구요.

은주 진짜 어려서부터 좋은 학교 보내느라 이사 다니고 학교 활동도 가장 적극적으로 시키고 학교 끝나면 과외 시키고. 수시로 특별활동 데리고 다니고.

경실
진짜 우린 자식들을 위해 뭐든 다하지.

은주
그럼 뭐해요. 자식도 품안의 자식이라고 이제는 집에도 자주 오지 않아요. 진짜 어떤 때는 화가 나요. 그렇다고 멀리 살면 말도 안해. 기껏 30분 거리에 살면서 한 달에 얼굴 한 번 제대로 볼 수 없어요. 왜 안오니? 물으면, 지 새끼들 키우느라 바쁘다나 뭐라나. 누가 몰라? 난 지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어쨌든 내가 일하느라 애들을 안 봐줘서 그러나 생각도 들고. 애들 봐준다고 하면 매일 올까요?

로사
자매님. 자식들에게도 다 그들만의 중요한 삶이 있을 겁니다.

정희
안돼, 절대 안돼. 왜 손자를 봐줘, 우리랑 여행 다니기로 했잖아.

은주
왠지 허무하고 화가 나요. 그렇게 공들여 키웠는데… 내가 벌어 놓은 재산도 다 지들 껀데…지금 생각 같아선 다 쓰고 하나도 안 남겨 주고 싶다니까요.

정희
그래서 명언이 있지. 살아 있을 때 절대로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면 안된다. 대신 조금씩 자꾸 보여주래. 그러면서 나 돈 있다라고 하면 그 돈 때문이라도 자식들이 찾아 온다거든.

로사
그건 좀 너무 심하다.

은주
얼마나 속상하면 그런 얘기까지 하겠어요. 나도 한 푼도 안 물려줘야겠어.

경실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그래도 남편하고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 거니까.

은주
남편? 남편 얘긴 하지도 마세요.

경실
아니 왜. 남편하고 뭐 안 좋아요?

은주
이 나이에 뭐 좋고 안 좋고도 특별히 없지만, 하여간 아무래도 조만간 뭔가 대형 사고를 한 번 쳐야겠어요.

로사
자매님, 흥분을 가라 앉히시고.

은주
아니 그렇잖아요. 이 인간은 나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다니까.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이에요.

정희
뭘 어쩌려구요?

은주
짐을 싸서 아예 나가 버리든가, 아니면 재산 반씩 가르고 이혼하자고 하든가. 아니지 남편 짐을 싸서 남편을 쫒아 버려야지.

로사
자매님. 오늘 매사 너무 극단적이시다.

은주
아니에요. 사실 내가 오늘 마음 정리가 필요해요. 이대로는 못살아요. 미칠 것 같아요.

경실
그래도 그렇게 감정적이 되면 안되고. 도대체 왜 그러는데요?

은주
이 인간이 밖에다 살림을 차렸어요!

정희
어떤 년이야? 데리고 와. 내가 그냥 머리카락 다 뽑아버릴테니까. (기합소리 크게)

은주
그게 어떤 년이 아니고 골프하고.

경실
뭐?

은주
그 인간이 그러더라고요. 난 이제 골프 말고는 아무 것도 상관하고 싶지 않아. 그게 자기 은퇴생활이래요. 나는? 마누라는 하루 종일 그 독한 냄새 맡으면서 일하지, 집에 오면 밥하지 빨래하지 청소하지. 이 인간은 밥 한 번을 안 해. 해서 차려 주기만 기다려. 차려주면 그거 먹고 클럽 메고 나가요. 당연히 설거지 한 번 안하고.

정희
하긴. 골프에 미친 인간들이 좀 있지. 그게 그렇게 좋은가?

은주
난 사실 아티스트가 되려고 했어요.

경실
아티스트?

은주
예 그림을 그렸었죠. 우리 엄마가 화가거든요. 엄마 따라 그림을 그렸었죠. 그러다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남편이 주재원으로 미국으로 오느라 같이 와서 재미 있게 살았죠. 여행도 많이 다녔고. 난 여행가면 그림을 그렸어요. 내가 살고 싶던 삶을 살 수 있었어요.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니까 남편이 그냥 남겠다네요. 찬성했죠. 그림 그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정희
남편이 다른 여자가 있었구나.

은주
아니, 뭔 자꾸 그런 쪽으로만 생각해?

로사
자매님 그만!

은주
주재원 그만두고 제대로 된 일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돈 들어갈 곳은 점점 더 많아지고. 그래서 결국 나도 돈을 벌어야 했어요. 여행하면서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 대신, 작고 냄새나는 공간에 갇혀서 일 인치도 안되는 손톱에 색을 바르고… 그렇게 25년 넘게 살았네요..

경실
그러면서 돈도 벌고 애들도 잘 키웠고 그럼 뭐 그리 나쁜 인생은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특별히 사고를 친 것도 아닌 것 같고.

은주
그렇죠. 남편이 특별히 사고를 치지 않았으니까 다 문제 없죠. 남편이 뻑하면 하는 얘기가 바로 그거예요. 나는 도박도 안하고 바람도 안피고 사업하다가 말아 먹지도 않았다. 고로 나는 문제 없다.

경실
하도 사고 치는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나마 그 사고라도 안치면 다행이라는 뜻이지 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죠.

은주
사고 안치고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않는다. 좋아요. 하지만 나한테는 한 눈을 팔아야 하는 거잖아요.

로사
그렇죠. 부부라는 건 서로 챙겨줘야 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데. 더군다나 자식들 독립하면 둘이 서만 살아야 하는데.

은주
내 말이

경실
남자가 문제야.

은주
젊었을 때는 남편도 일 열심히 하면서 살았어요. 나한테도 잘해줬고. 아이들 캐어도 잘 했고 네일 가게도 종종 나왔고. 그런데 어느 날 턱하니 일을 때려 치우더라구요. 그러면서 이제 일도 할만큼 했으니까 본인만을 위한 인생을 살겠다나…

경실
몇 살에?\

은주
3년전이요.

로사
아직 한참 일 할 나인데.

은주
아니래요. 한국에 있는 자기 친구들은 다 명퇴해서 논다고….

정희
수상해. 혹시 다른 여자가 있어서 같이 놀러 다니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

로사
자매님. 자꾸 그런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정희
우리 분위기 왜 이러니? 이 수녀님은 왜 자꾸 날 말을 못하게 해?

은주
하여간 그렇게 일을 때려 치더니 미국 여행을 한다고 혼자 돌아다니더라구요. 난 뭐 일하고 싶어 하나? 난 그림 그리는 것까지 포기하고 그 독한 냄새 맡으면서 죽어라 일하는데…. 나도 열불이 났죠. 그래서 대판 싸웠어요. 그랬더니 알았다고 나를 돕겠다고 네일 샵에 나오더라구요.

로사
자매님. 착한 남편분을 두셨어요. 그게 다 자매님의 복입니다.

은주
근데 또 보니까 좀 안쓰러운거예요. 그래서 그만 두고 좀 쉬라고 했죠.

정희
이런 거기서 악수를 두셨군.

로사
자매님 결혼도 안하신 분이 어떻게 아십니까?

정희
결혼 안했어도 알 건 다 알아요. 누가 이 수녀님 좀 말려줘. 왜 내가 말 만하면 시비지?

은주
근데 그게 진짜 악수는 악수였어요.

경실
그래. 그렇게 풀어주면 안 되는 거라니까.

은주 밤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어요. 피곤하고 지치고 내가 왜 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상태가 되니까 갑자기 갱년기가 훅 오더라구요. 더웠다가 추웠다가, 화가 미칠듯이 나고..그랬다가 눈물이 나고…

로사
자매님 진정하시고…

은주
그게 다가 아니에요.

남자
엄마. 나 이번에 오피스 새로 구해서 독립하려고 해.

은주
그것도 괜찮지. 이제 좀 경력이 붙는 것 같으니?

남자
아직 걱정이 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속 다른 의사 밑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은주
그래. 엄마가 뭘 좀 도와주랴?

남자
괜찮아.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어.

은주
걱정하지마. 엄마가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게 다 이럴 때 쓰자는 거니까.

남자
아니야. 아니야. 내가 이제 독립해 나가면 버는 것도 더 괜찮아 질거고 모기지도 잘 갚을 수 있을 거야. 뭐 다운 페이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

은주
그럼 이 엄마가 다운 페이 보태 줄게.

남자
괜찮아. 내가 해결할 수 있어.

은주
엄마가 엄마 역할 좀 하게 놔둬. 그래 집이나 오피스는 보아 둔 곳이 있어?

남자
지금 사는 동네보다 좀 더 괜찮은 곳으로 가려고. 애들 학교도 중요하니까.

은주
어디로 이사 가게?

남자
봐둔게 있어. 집도 괜찮고 나중에 엄마 아빠가 와도 잠깐 있다 갈 만한 방도 있고. 그래서 좋아.

은주
그래? 동네는? 우리 집이랑 가까워?

남자
여기서 좀 더 멀어졌어. 하지만 돈도 더 잘 벌 수 있고 내 경력 쌓기에도 좋은 동네야.

은주
어딘데?

남자
Warren. 저쪽 남쪽에 있는 곳이야. 우리 애가 다닐 학교도 괜찮고. 거리도 한 시간이니까 그렇게 멀지 않아.

은주
한시간이 안 멀어? 지금 사는 곳이 30분인데도 너 얼굴 보기도 힘든데. Northern Valley 쪽도 학군 좋다던데 그쪽으로 가. 엄마가 다운페이 해줄게. 그리고 엄마도 너희 동네로 이사 가도 되고.

남자
엄마 나도 엄마 옆에 있고 싶은데, 이미 그쪽에 내 오피스 봐 둔 곳이 있어, 그쪽에 조건이 너무 좋아. 거기 St. Luke’s Hospital 에서도 일하기로 했어. 엄마 내 미래가 거기 있어.

은주
(혼자 말) 그래. 너의 미래…… 예전에 내 미래는 화가였다. 근데 다 버렸어. 새로운 미래가 생겼기 때문에. 바로 너와 네 동생 케빈. 너와 네 동생이 바로 내 미래라고.

남자
엄마. 나 이번에 워싱턴으로 이사 가야해.

은주
케빈아 그게 뭔 말이야? 워싱턴? 거기 4시간은 운전해야 하는데잖아?

남자
나야 나라에서 가라면 가야하니깐. 거기서 일단 3년 있어야 해 엄마

은주
그럼 검사 하지 말고 변호사 하면 안돼? 엄마랑 이 동네에서 살면 안돼? 너 색시도 워싱턴 가는 거 좋대?

남자
에이, 엄마, 나 검사 됐다고 좋아 하더니, 변호사? 엄마 난 검사가 적성에 맞아. 그리고 제시도 너무 좋대. 제시는 거기서 공부를 좀 더 하겠대.

은주
공부? 아이는 안 낳고? 그리고 걔는 뭔 공부 욕심이 그리 많아. 그래서 언제 가야 하는데?

남자
응, 올 3월에 가야해.

은주
결정한거야? 그러기로? 그럼 엄마는?

남자
엄마는 아빠 있잖아. 엄마, 이제 일 그만하고 아빠랑 같이 여행도 가고 골프도 치면서 지내. 그리고 워싱턴으로 여행오면 엄마 호텔에서 안 자도 돼. 내가 있으니깐.

은주
( 혼자 말) 아빠? 그게 누군데? 일주일에 한 두 번 보는 그 남자? 골프에 빠져서 골프공에 본인 이니셜 넣느라 바쁘고 골프 클럽 상처 난 거보면 눈깔 뒤집어지는 그 남자?

남자
은주 나 다음주에 친구들이랑 플로리다 4박 5일 골프 여행가기로 했어. 그리고 이것봐 봐. 이번에 구입한 놈인데…멋지지!!!!! 이거 하나에 삼천불 줬지.

은주
헉 그거 하나에? 삼천? 미쳤어. 그렇게 비싼 걸로 골프치면 공이 저절로 구멍에 들어가? 그리고 다음 주에 나 병원가야 한다고 같이 가기로 했잖아. 위내시경 장내시경 이라서 나 혼자 못 간단 말이야…

남자
골프를 몰라도 너무 모르네 내 몸에 딱 맞춰서 제작한거야, 이걸로 치면 비거리도 더 나오고… 오늘 연습해봐야지..

은주
아니 나 위내시경 장내시경 어쩌냐고? 가지마? 확 죽어?

남자
뭘 또 그렇게 이야기해? 그냥 검사잖아. 수술도 아니고. 택시 타면 될 거 아니야? 아…그래, 내 친구 스티븐 알지? 그 친구 택시회사 하잖아. 걔한테 직원하나 셋업 하라고 할게. 이번 껀 절대 캔슬 못해. 플로리다에 트럼프가 소유한 골프장인데 친구 넷이서 간다구. 이런 기회 잡기 힘들어 다녀와서 당신 좋아하는 우드버리 가서 원하는거 하나 사줄께. 좀 봐주라

은주
내가 무슨 우드버리를 좋아해. 당신이 골프 옷 산다고 갔지.

남자
에잇! 왜 이렇게 트집을 잡는 거야? 내가 바람을 피워? 도박을 해? 아니면 사업한다고 돈을 날려 먹어? 오로지 골프 좀 하는 걸 가지고 뭔 바가지야?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은주
생각? 어떤 생각? 바람 안 피우고 도박 안하고 사업한다고 돈 날려 먹지 않으면, 집에 혼자 있는 난 생각 안하고 어디 가는데 의논도 아니고 통보나 하고 일주일이나 집 비워도 되는 생각? 애들은 커서 나갔으니까 이제 집에 혼자 있는 마누라는 살펴봐야 할 것 아니야?

남자
무슨 애냐? 살펴보긴 뭘 살펴봐. 에이 나 골프치러 간다.

은주
(혼잣말) 미국에 온지 30년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 내가 기대하던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아왔죠. 이제 나에게는 뭐가 남았나요? 내 미래는 어디 있죠? 내가 잘 못 살아왔나요? 남편 자식 보다 나 자신을 먼저 챙겼어야 하나요? (객석을 향해 묻는다.)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다고 후회해야 하는게 맞는 거죠?

은주
(남자에게 쫓아가 골프채를 뺐어 들고 도망가고 쫓아가고 하다가 잡혀서 엎드려 뻗쳐를 시킨 다. 다른 배우들은 모두 벤치 위에 자리 잡고.) 이런 남자 짜증나요!!! (각 대사 끝날 때마다 남자 엉덩이를 한 대 씩!)

경실
저녁 시간 혼자 즐기는 남자 – 밥만 먹으면 바로 일어나 티비 리모콘 들고 티비만 쳐다보며 나는 투명인간 취급하는 남자!

로사
보채는 남자 – 간만에 외출한다고 준비하면 뭐가 그렇게 급한지 내가 뭘 좀 얼굴에 찍어 바르고 옷도 다시 보고 있노라면 5초에 한 번씩 나가자고 들들 볶는 남자!

정희
정리 정돈 못하는 남자 – 빨래 거리 하나 제대로 빨래통에 넣지도 못해 흘리고 오줌 쌀 때 변기 주변에 온통 튀기고 설거지 한 번 도와 주면 싱크대를 온통 물바다로 만들고 뭘 해도 제대로 못하는 남자.

경실
혼자 여가를 즐기는 남자 – 집에서 할 일은 산더미, 빨래, 설거지, 청소, 화분에 물주기, 그래서 빨래라도 개줘~~이럼 못 들은 척 바로 드러 누워서 소파와 합체…

로사
스포츠에 미친 남자 – 모처럼 휴일이면 가족들과 놀러가거나 애들과 함께 하는 대신 하루 종일 스포츠 채널 보며 눈이 티비에 꽂힌 남자.

정희
잔소리 많은 남자 – 여성 호르몬이 자꾸 많아져 아주 주둥이가 가벼워져서 그냥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

경실
딴 소리 하는 남자 – 간만에 밥먹으로 나가자고 하면 아무 곳이나 가서 먹자고 하고 꼭 거기 가면 이건 안 먹느니 이건 뭐가 어떠느니 하면서 투덜거리는 남자!

은주
정말 이 생각 없는 남자, 남자가 나를 짜증나게 해!!!!!

은주
거봐라. 니가 힘들 때 누구 부르냐? (분위기 바꾸어서) 저도 우리 엄마 아빠가 얼마나 나를 소중하게 키우셨는지 알지만, 인간은 정말 이기적이에요. 나 역시 아이들 키우느라, 일하느라 엄마 아빠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거든요. 근데 이제 내 자식들이 나한테 관심을 주지 않으니까 섭섭해요.

로사
자매님. 용기를 내세요.

경실
남편이라도 내 편이 되면 한결 위로가 될텐데…

정희
어떻게 남자를 확 뒤집을 방법이 없을까?

은주
나도 이제부터 사는 방식을 바꾸어야 겠어요.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노래도 배우고 탱고도 배우고 골프도 쳐야겠어요.

정희
좋은 생각이에요.

경실
그럼 집안은 누가 돌봐요?

은주
돌볼 것도 없어요.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로사
그래도 청소도 해야 하고 밥도 해야 할 것이고 정리 정돈도 하고

정희
그걸 꼭 여자가 해야 해? 남자는 팔이 없어 다리가 없어?

로사
그렇죠. 그건 불공평하죠???…

경실
그래. 남편이 골프치러 간다고 나가려고 하면 얼른 붙잡아서 집안 청소시키고 그 사이에 준비해서 같이 나가서 골프치고 와요.

은주
거부하면?

정희
그럼 집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마. 그냥 잠만 자고 나오는 거야.

경실
콜! 어차피 아쉬운 건 내가 아니니까.

은주
그렇지. 내가 아무 것도 안해도 난 아쉬울 것 없지.

로사
자매님, 그래도 집안의 평화를…

정희
(말을 가로채며) 위해서 꼭 여자가 참아야 하는 건 아니죠.

은주
그래요.

경실
그럼 당장 여행 끝나고 돌아가면 우리랑 같이 노래부터 배워 볼래요?

은주
콜!

정희
마침 우리가 요새 배운 노래가 하나 있는데, 가르쳐 드릴까?

경실
그래 딱 이 상황에 맞아. 잘 들어요. (노래를 마치 오페라 부르듯 부른다.)\

정희
잠깐. 무슨 노랠 그렇게 불러?

경실
왜? 뭐 문제 있어요?

정희
무슨 노래가 그래? 내가 할게.

비켜라 내앞에서 모두 비켜라 드디어 난 다시 태어났다
비켜라 내앞에서 모두 비켜라 난 나간다
앞으로만 나간다 씩씩하게 용감하게 워워

3 한국전 메모리얼

남자
자 오늘의 마지막 코스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군인들이 벌판에서 전진하고 있죠. 전장입니다. 어디? 예 바로 우리나라 6.25 전쟁터입니다. 군인들이 앞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아마도 자유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저 끝의 벽에는 또한 명언이 한 줄 적혀 있죠.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결국 무너지는 것이죠. 이게 정말 우리에게는 뼈저린 아픔이죠. 사실 우리가 둘러보고 있는 이 워싱턴 DC에 있는 7000 그루의 벚나무들. 그 중 절반은 우리나라에서 뽑아온 것입니다. 물론 일본이 도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일본 벚나무라고 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유전자 감식을 통해 우리나라 제주도 왕벚꽃이라는 것이 밝혀 졌습니다. 하긴 우리가 아직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문제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 전쟁터에서 우리의 소중함으로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 자유 시간입니다.

로사
Freedom is not free? 의미심장하네. 그러니까 힘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다.

정희
여기 오니까 갑자기 애국자 된다.

경실
우리 옆집 아저씨는 월남전에 참가했었대요.

은주
전쟁은 무서운 일이에요. 근데 그 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으니.

정희
그러게. 그 우크라이나 어떻게 될까?

은주
쉽게 끝나기는 어렵겠죠?

경실
지금 전쟁이 딱 Fredom is not free 의 표본이네. 우크라이나가 만만하니까 러시아가 친 거잖아요.

로사
그런데 같이 싸우지 않는 다른 나라들이 더 문제에요.

정희
뭐하러 남의 전쟁에 참가해요? 지금처럼 대충 무기들이나 던져 주고 니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냅두다가 자기들에게도 피해가 커져가면 야 휴전해 이러면서 참견이나 하는 거지.

로사
그래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정희
함께 산다고? 누가? 그래서 전쟁 참가해서 애들 죽으면 표 떨어지는데. 모든게 다 표 문제야.

경실
그래도 함께 싸워주지 않으면 나중에 자기가 당할 수도 있는데.

정희
그래서 바로 Freedom is not free 가 나오는 거지. 내 전공이 역사야. 역사. 6.25도 똑같았어요. 실제 싸운 기간은 딱 7개월. 그리고 나머지 2년간은 휴전하라고 중국놈 미국놈들이 끼어들면서 시간만 질질 끈거지. 6.25만 그런게 아니에요. 임진왜란을 봐봐. 그건 더해. 실제 전쟁 3개월했다니까. 그 이후부터 명나라놈들과 일본놈들 사이에 휴전 협정을 벌였거든. 그 휴전 협상 테이블에 우린 빠졌었고. 6.25때도 임진왜란 때도. 그때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겠냐고 힘이 없는데? 난 정말 저 Freedom is not free 가 너무 너무 가슴에 와 닿아.

은주
그러니까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힘을 길러야죠.

정희
단순히 힘을 기르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어느 순간 호구로 보이면 바로 물어 뜯기는 거니까. 특히 일본은 시시때때로 우리를 어떻게 해보려고 눈을 부라리고 있잖아.

경실
그래. 하여간 일본은 안돼.

정희
아무래도 내가 대통령이 돼야겠어요.

로사
자매님. 갑자기 무슨 말이 에요?

정희
대통령이 돼서 여자애들 군대 보낼 거야.

경실
뭐? 갑자기 이 순간에 왜 여자애들 군대 얘기가 나와??

은주
여자애들 군대에 보낸다?

로사
그래. 난 여자애들 군대 보내는 얘기 공감이 돼. 우리만 봐도. 사실 우리가 좀 뭐랄까 남자에 비해 독립심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

경실
그런 면이 있기는 하죠. 그렇다고 군대 가면 그 문제가 해결 돼요?

정희
다 해결될 수야 없겠지만 꽤 많이 진전될걸. 미국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얘들 체육시간을 얼마나 중시해. 그러니까 일단 몸에 자신감이 붙어야 뭐든 할 수 있는 거지.

로사
자매님. 대통령 출마 한 번 해보시죠.

경실
바로 떨어집니다. 여자애들이 가만 두겠어요?

정희
내 생각에는 여자애들이 군대 갔다 오면 지금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씩씩하고 용감한 여자들이 될 거야. 우린 좀 여기 저기 의지하는 면이 있지. 옛날부터 그랬잖아.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어서는 아들을 따른다.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우리가 무슨 남자들 기생충이냐?

경실
사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어.

로사
자 이 자매님을 청와대로 보냅시다. 와….

정희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를 청와대로 보내 주십시오. 제가 여자애들 싸그리 군대 보내서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 국가로 이끄는 반석을 만들겠습니다. 하하하

경실
근데 난 저 벚나무들이 우리나라 벚나무라는 거 지금 처음 알았네. 쟤들은 그 오래 전에 배타고 여기 왔을 거 아니야. 힘들었겠다. 그리고 얼마나 서러웠을까? 살던 고향에서 뽑혀 이 먼 나라로 와서 살고 있으니. 말도 못하는데.

은주
뭔가 우리하고 비슷하지. 동병상련의 느낌이 있어.

로사
근데 저 나무들이 우리 나라에서 뽑혀 왔다고 했잖아요?

정희
품종은 제주도 왕벚꽃이고 저 나무를 뽑아온 곳은 울릉도라고 하더라고요.

경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일본 벚꽂 일본 벚꽃 하고 있네. 그리고 전에 와서 보면 저 벚꽃 축제할 때 기모노 입고 돌아다니고 뭐 완전 일본판이던데.

정희
아쉬운 일이지. 우리 백악관 테러해서 저 벚꽃 축제를 한국 벚꽃 축제로 바꾸라고 할까? 아니 일단 다음 축제 때는 최소한 도시락이라도 던져야겠어.

로사
자매님. 그거 괜찮은 생각이에요. 근데 테러보다는 로비가 더 빠르죠.

정희
그럽시다. 그래서 나를 빨리 대통령으로 뽑아줘요. 그러면 벚꽃 축제를 한국식으로 바꾸자고 로비를 한테니까.

경실
오늘 왜 그래? 뭘 그렇게 즉흥적이야? 차라리 이번 당선된 한국계 의원들에게 얘길하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정희
그렇지. 이번에 꽤 여러 명 당선됐지.

은주
아마 쉽지 않을거예요. 그 동안 일본이 미국에 뻗쳐 놓은 줄이 얼마나 많은데. 왜 재작년인가 그 하버드 교수 램지어라는 놈만 봐도 그래요. 수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있는데도 위안부는 매춘부다 우기는 거 봐요. 참, 학자로서의 양심도 없지.

로사
하긴 우리나라가 아직도 일본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사실 문제죠.

경실
그래도 요즘 우리나라 많이 좋아졌잖아요.

정희
좋아지긴 뭐가 좋아져? 맨날 그 모양 그 꼬라지지. 싸움질이나 해대고. 아직 멀었어. 우리나라는.

로사
자매님. 그건 아니죠. 이미 세계가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인정도 했는데.

정희
그러세요? 수녀님. 세계가 인정하면 뭐해요? 나는 인정 못해.\

로사
왜? 왜 인정을 못해요?

정희
왜? 왜 이유가 있어야 해? 턱 보면 보이잖아. 아직 한국은 멀었어.

로사
자매님. 그렇게 맹목적으로 우리를 비하하면 안돼요. 우리 자부심 좀 가져도 돼요.

정희
자부심? 그런 소리 말아. 이 먼 이국땅까지 와서 한국사람끼리 사기나 치는데. 아니 그렇게 여기 살면서도 아직도 몰라? 그래 내가 팰팍 사는데 집 값만 봐도 그래. 다른 타운 보다 팰팍이 훨씬 더 비싸. 우리끼리 그렇게 서로 사기치다 보니까 집값만 올려 놓았다니까.

로사
자매님. 그건 아닐 거예요. 뭔가 편견이 심하신 것 같애요.

정희
편견? 내가? 그럼 그게 사실이 아냐? 팰팍 집값이 비싸지 않아?

경실
비싸죠. 다른 곳보다. 그런데 그게 한국사람끼리 서로 사기쳐서 비싼게 아니구. 혹시 팰팍 동네 한 번 돌아봤어요?

정희
돌아봤지. 뭐 다른 곳보다 더 좋은 건 없어 보이던데.\

경실
그렇게 맹목적으로 한국놈들은 나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죠. 제가 하나 알려 드릴게요. 보통 한국사람들이 사는 동네 자체가 비싼 동네에요. 요지에 자릴 잡으니까. 그리고 일단 들어가면 그곳을 발전시켜서 더 좋은 동네로 만들죠. 예를 들면 집들을 모두 다시 짓는다 처럼. 새집은 당연히 비싸지는 거고.
은주 그럼 우리 이 참에 강의나 한 번 들어볼까요? 주제는 한국의 현재. 교수님 나오세요.

남자
안녕하세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 이것이 오늘의 강의 주제입니다. 한국의 여권 파워는 몇 등? 2등. 비자없이 갈 수 있는 나라 187개. 참고로 미국 영국 6등. 우리나라 무역 순위 세계 7위, 군사력 세계 6위, GDP 11위, 조선 산업 1위, 고등교육 인구 3위, 인구대비 특허출원 압도적 세계 1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팝 아티스트는? BTS. 게다가 세계인들이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고 환장합니다. 우리는 세계 최빈국이었죠. 일본이 우리나라를 아주 박박 긁어서 모조리 빼앗아 갔죠. 그리고 패전국인 일본이 갈라지는 대신 힘 없던 우리가 갈라졌죠.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면서 2천만이었던 우리 민족의 거의 절반인 800만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들이 철도를 놓아주었죠. 왜? 효율적인 수탈을 위해서. 하지만 백미는 역시 교육. 한국인을 패배의식에 쩌는 민족으로 만드는 교육.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를 형편 없는 민족으로 여깁니다. 가끔 버스로 여행하다 보면 항상 버스 앞에만 앉으려 고집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많은 분들이 “한국 사람은 저런 게 문제야”라고 말합니다. 자 그렇게 말하시는 분. 당신은 한국인 아닌가요? 한국인이죠. 당신은 저렇지 않은가요? 저렇지 않죠. 그럼 옆에 계신 다른 분들은? 그 분들도 다 저렇지 않죠. 그럼 당신을 비롯해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저렇지 않다는 거네요. 그죠? 그런데 왜 한국 사람은 저런게 문제야라고 일반화시키나요? 저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일본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어요. 한국인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이 우리에게 남겨 놓은 패배주의 식민주의 교육의 잔재죠. “조선 놈들은 안돼.” “조선 놈들은 맞아야 해.” 뭐 이런 한심한 얘기들에 우리가 스스로 “우린 안돼” “우린 맞아야 해”라고 생각하며 맞추어 가는 거죠. 그럼 되겠어요? 우리를 다시 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합시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실
근데 진짜 저 한국놈은 저게 문제야 이건 공감이 가요. 우리 가끔 그러잖아요.

은주
그러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부정적 생각이 우리 속에 들어 있었다니.

정희
일본 진짜 나쁘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교육시켜놨어?

로사
근데. 한국에 문제가 있는건 사실이에요. 왜 재작년인가? 서울대에서 청소하는 분이 쉴만한 곳도 없이 구석방에서 쉬시다 돌아가셨잖아요.

정희
보라구, 그렇다니까. 내 얘기가 바로 저거라고. 저래서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거야.

은주
우리나라도 뭔가 생각을 바꾸긴 해야 돼요. 나라는 선진국이 됐는데 아직 국민이 선진국이 못됐나?

경실
난 아니라고 봐. 국민은 옛날부터 선진국이었어.

로사
그럴까?

경실
다른 사람들 의견을 한 번 들어봅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로사
어디서 누구에게 물어봐요?

정희
다 준비가 돼있죠. (조명실을 향해) 조명 켜 주세요.

정희
(객석을 향해) 아까 받은 설문지 다 작성하셨죠? 자 그럼 지금부터 종이 비행기를 접겠습니다. 접지 못하는 분은 저를 따라 함께 접어 주세요. (모두 종이 비행기를 다 접으면) 이제 다 접으셨나요? 그럼 지금부터 비행기를 손에 드세요. 그리고 제가 하나 둘 셋을 하면 저에게로 날리는 겁니다. 준비. 하나 둘 셋.

정희
봐. 이렇게 문제가 많잖아. 이거 다 어떻게 해결할 건데?

로사
자매님. 그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잘 전달을 해서 해결을 돕도록 해야죠.

정희
하여간 한국은 안돼!

로사
자매님! 그건 일본이 우리에게 덧씌운 패배자 교육의 사고방식입니다.

정희
오케이. 오케이. 수녀님. 근데 왜 나한테만 이러세요?

로사 자매님을 더 사랑하니까.

경실
그만하세요. 이런 문제 저런 문제, 문제 많아요. 하지만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다 해결할 거예요. 우리 금 모으기도 했던 민족이잖아요.

은주
문제는 어디에나 있어요. 세상에 문제 없는 나라 있어요? 미국에 문제 없어요? 우리보다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걸요.

로사
참, 옛날이 좋았어요. 어렸을 때 우리 시골은 정말 힘들었어요.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당연히 티비 같은 건 없고 여름 방학 되면 그냥 하루 종일 강가에 가서 살았고 겨울 되면 썰매 만들어서 썰매 타고 그렇게 살았죠. 그리고 겨울에는 밤만 되면 할머니가 내 옷 벗겨서 호롱불 아래서 이 잡고 헤진데 꿰매고 그랬어요. 우리가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는데. 근데 지금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이렇게 호강하고 살고 있네요.

남자
청춘예찬. 민태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希望)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로사
아, 옛날이여.

은주

진짜 옛날 생각난다. 엄마 아빠 형제들도 생각나고.

로사
엄마! 아빠! 잘 계시죠? 미안해요. 자주 연락도 못드리고… 연락한다 연락한다 하면서 내 사는게 바쁘니까 엄마 아빠를 자꾸 잊어요. 정말 미안해요.

정희
나도 엄마 생각나. 엄마.

경실
(가볍게 읊조리며 노래)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정희
에이 그 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지.

경실
자 자 바꿉시다. 분위기 좀. 우리 지금 여행 중 이잖아! 여행 중인데 즐겁게 마무리해야죠.

은주
그래요.

경실
맞아. 우리 여행와서 필요 이상 심각한 얘기를 했네요.

정희
뭐 필요한 얘기긴 하지만

경실
그래도 여행이라면 여행답게. 쉬면서 즐기자고 온 건데.

로사
이런 얘기하는데 뭐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는 없죠.

은주
그러고 보니까 우리가 좀 나쁘다. 괜히 남편 흉보고 자식들 원망한 거 아닌가?
정희
우리가 뭐 없는 말했나? 그건 사실이잖아.

은주
그렇죠. 사실 남편이 집에 무관심하고 자식들도 멀어진게 맞으니까.

로사
그래도 다 나름 이유가 있잖아요.

은주
근데 그래도 자식들은 이해할 수 있어요. 지들 나름대로 사는게 힘들잖아.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알잖아. 물론 이해한다고 섭섭하지 않은 건 아닌데. 근데 이 남편은 이해가 안돼.

경실
그래. 이제 다 늙어서 집에는 저하고 나뿐인데 나를 팽개치고 골프하고 친구하고 놀러 다녀? 그러다 걷기 힘들어지고 살기 불편해지면 누가 지 옆에 있을 건데. 골프공이 와서 날 타고 다니세요 그러고 넙죽 엎드릴까? 아니면 친구가 와서 밥이라도 한끼 해줘?

은주
그렇지. 나 하나 뿐이잖아. 결국 끝까지 서로 의지하고 힘들 때 도울 수 있는 건 나 뿐인데. 지가 내편이 되고 내가 지 편이 돼야지. (객석을 쳐다보며) 그래요 안그래요? 어, 대답이 없네. 그래요 안그래요? 그렇죠? 친구가 아프면 가서 밥이라도 해 주고 빨래라도 돌려줄 거예요? 아니죠? 그럼 누가 해줘요? 마누라가 해 줄 것 아니에요. 똑바로 기억해요. 너한테는 나밖에 없다. 니가 힘들 때 너와 함께 있어줄 사람은 나 뿐이다. 자 여기 계신 남편 여러분. 나를 따라 복창합니다. 나 힘들 때, 에헤 이 목소리 보소. 더 크게. 나 힘들 때, 같이 있어줄 사람은, 너 뿐이다. 한 번 더 나 힘들 때, 같이 있어줄 사람은, 너 뿐이다. 똑바로 해라. 안 그러면 뒤진다.

경실
당연히, 우리도 더 잘해야죠. 너무 남자들 미워하지 말고

정희
갱년기라고 피곤하다고 짜증난다고 피하지 말고

로사
동료들에게도 더 잘해 주고

은주
남편에게도 더 따뜻하게 해주고

경실
당연히 자식들 더 세심하게 살펴주고

정희
남에게 의지하려 하지 말고

로사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은주
사소한 일들로 남들 미워하지 말고

경실
이게 바로 우리 장년의 삶이겠죠.

은주
장년? 뭔가 우리가 늙은 것 같은데.

정희
늙은 건 맞지. 이제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덜 남았으니까.

로사
어쨌든 이제 남은 인생을 더 멋지게 살아야 할 텐데요.

경실
우리 어떻게 살지 조금 전에 다 얘기했잖아요. 너무 남자들 미워하지 말고

정희
갱년기라고 피곤하다고 짜증난다고 피하지 말고

로사
동료들에게도 더 잘해 주고

은주
남편에게도 더 따뜻하게 해주고

경실
당연히 자식들 더 세심하게 살펴주고

정희
남에게 의지하려 하지 말고

로사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은주
사소한 일들로 남들 미워하지 말고

로사
좋아요. 자 더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이제 모두 집으로 돌아갑시다.

로사
이제 슬슬 걱정이 되네. 오늘 사실은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경실
수녀님이 뭔 걱정이야. 하느님 빽 있잖아요.

정희
집에 돌아가면 오늘 처리했어야 할 일들 잘 마무리 하세요.

은주
아이고 이건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생활에서 벗어날 수가 없네.

경실
그러게. 언제나 다 털어 버릴 수 있을까?

은주
골프씨 남편은 아직도 밖에 있을거고, 아이들은 말해 뭐해

로사
그래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너무 좋았어요. 혹시 알아요?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지?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은주
좋은 소식이라….

경실
이제 즐거운 여행도 끝나갑니다.

정희
갑갑하겠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갈 인생이죠.

정희
한 숨 자면서 가면 되겠네요. 좋은 꿈이라도 꾸면서.

로사
좋은 꿈…

남자
(목소리만) 엄마. 나 이번 주말에 애들이랑 갈게요. 엄마 좋아하는 갈비찜 만들어 가지고 갈테니까 어디 나가면 안돼요. 밥 먹고 같이 외출이나 합시다. 그리고 앞으로는 자주 들를게요. 이제 새 병원에 적응이 되기 시작해서 여유가 좀 생겼어요. 엄마, 사랑해요.

남자
여보. 그 동안 얘기는 안했는데 당신이 너무 집에서만 고생하는 것 같아서 우리 둘이 여행 좀 다녀오라고 애들이 티켓을 준비했다네. 같이 즐겁게 갔다 옵시다. 사랑해요,

남자
장년예찬. 윤용호. 장년!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애틋한 말이다. 장년!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쇠락해 가는 심장의 박동 소릴 들어보라. 장년의 피도 뜨겁다. 장년의 심장은 박동이 약할지라도 끈기가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유지시켜온 저력은 바로 이것이다. 지혜는 날카로우나 부드러운 혀끝에 있어야 하고, 용기는 거룩하되 무모하지 않아야 한다. 장년의 따스한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 삶이 얼마나 날카롭고 무모하랴? 힘 빠진 장년에게 생활의 의지를 다시 불러오는 것은 갱년기 아내의 바가지이며, 성장한 자녀들의 아우성이다. 머리는 빠져가고, 피부는 주름져도, 지혜롭고 노련한 장년의 위로는 얼마나 값지고 얼마나 눈물겨우냐? 아내를 다시 일어서도록 하는 것은 남편의 사랑이다. 자식을 다시 일어서도록 하는 것은 장년의 거덜난 주머니다. 장년의 피가 아직도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서 사랑은 열매를 맺고, 지혜의 꽃은 무성해지고, 희망은 계속되며, 피가 식는 그 날까지 장년의 대답 없고 공허하지만, 자랑스러운 삶은 계속된다! Bravo 장년! Bravo my life! Bravo our life!

Script team

Yongho Yoon
Kyung A Lee
Janice Chang
Heesun Song
Jennifer Kim
Sophia Park
Hanjoon Bae
Sunny Lim
Capri Kwon
Gyunhyeo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