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사깨다이

사랑이 깨지는 다섯 가지 이유

A PLAY

김균형 작


등장인물

여자1 / 남자가 떠난 여자
여자2 / 성격차이 (무언파)로 실연한 여자
여자3 / 성격차이 (무노파)로 실연한 여자
여자4 / 현실적인 이유 (백수) 로 실연한 여자
여자5 / 성격차이 (집착)로 실연한 여자
여자6 / out of sight out of mind 로 실연한 여자
여자7 / 실연클럽 주최자
남자

구성

1 그대가 떠난 녀
2 무언파
3 무노파
4 백수파
5 집착파
6 Out of sight, out of mind
7 실연클럽

무대

무대는 일단 어느 건물 옥상이다. 옥상에 실연녀들이 모여 실연클럽을 창단하는 장소이다.

PLAY

#1 그대가 떠난 녀

여1
나 잡아 봐라.


알았어.


잡았다.

여1
아이.


어디 아파?

여1
아이 몰라앙.


어디가 아픈데?

여1
몰라 몰라 몰라.


자, 자기야, 나 잠깐 화장실 좀.

여1
응, 알았어. 빨리 갔다 와.

여1
웬 자전거?


화장실 갔다 오는 길에 버려져 있기에. 자전거 탈까?

여1
나 어릴 때 이후로 안 타봤는데. 나 타는 법 좀 가르쳐 줘야 돼.


알았어.

여1 아아아악! 자기야! 놓으면 어떡해!?


어? 어? 아 미안. 자.. 자기야 나 신호 온다. 나, 화장실 갔다 올게! (넘어진 여자 일으켜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자전거를 뺏어 타고 여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페달 밟기 시작.)


1 어? 뭐, 뭐야?


미안, 금방 올게 자기야~~~~

여1
얼마나 급하기에 화장실 가는데 자전거까지 타고 갈까


많이 기다렸어?

여1
조금.. 배는 괜찮아? 볼 일 이제 다 본거야?


응. 이제 괜찮아.

여1
정말 괜찮아?


응. 이제 괜찮아

여1
…..쌀만큼 다 싼 거야?


응. 이제 괜찮아! 우리 배드민턴 칠까?

여1
그래.


어어? 공 받아야지!


자, 잠깐만. 전화가 오네.

여1
응? 그래, 받아. (혼자 아쉬워하며) 에잇,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아. 알았어. 으응. 아니야. 응. (전화를 받으며 슬슬 무대 바깥으로 움직인다.)

여1
어디가?


(전화 끊으며) 화, 화장실..

여1
괜찮다며?


괜찮은 줄 알았어..

여1
내가 약 사올까?


아니.

여1
그래도 약 먹어야지.


아니.

여1
그래도..


아니. 금방 화장실 갔다 오면 괜찮아 질 거야.


나 다시 왔어.

여1
이제 괜찮아? 내가 약국이라도 다녀올까?


아니 괜찮아.

여1
정말?


그래.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그리고 나 사실 다른 애인 생겼어.

여1
뭐라고?


그 동안 우리 서로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인연이 아닌 것 같아.

여1
뭐라고?


그 뭐랄까. 우리는 서로 취향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여1
뭐라고?


게다가 타이밍도 제대로 맞지 않아서, 내가 애걸복걸할 때 자긴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날 좋아하니까 나는 다른 여자가 보이더라.

여1
뭐라고? 그러니까 지금 우리 헤어지자는 얘기? 난 그렇게 못해?


뭐라고?

여1
난 똑 같은 얘기 반복하기 싫어.


뭐라고?

여1
헤어질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그냥 내 옆에 껌처럼 붙어 있어.


참 내가 새 애인 소개해 줄게. 자기야~~~

여2
(퇴장하는 남자 뒤통수에 대고) 아니 그래서 저 놈을 그냥 가라고 뒀단 말이야?

여1
그럼 다른 사람 생겼다는데 잡아?\

여2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시원하게 한방 먹여라도 줬어야 할 거 아니야.

여1
놔둬. 이미 마음 떠난 사람인 걸. 쿨 하게 보내줘야지.

여2
쿨은 무슨 쿨?

여1
내가 너무 쿨한가? 에이씨. 그럼 가다가 확 개한테나 물려라.

여2
(남자 뒤에 대고) 야! 야! 야 이 자식아 이리 와봐! 이리 와보라고! 야 이 책임감 없는 놈아!!

여1
놔둬.. 남자가 다 그렇지 뭐. 뒷간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단 말이 딱이야 딱.

여2
물러 터져서는!

여1
사실은 내가 저 놈을 만나기 전에 점을 보러 갔었는데..

여3
그래, 무슨 일로 왔는고? 아니 아니. 얘기하지 마, 말 안 해도 다 아니까.

여1
예 그러니까요. 그게..

여3
어허, 아무 얘기 하지 말라니까. 내가 다 알아맞힌다고. 그러니까 어디 보자, 남자가..\

여1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저한테 언제 운명의 남자가 나타날지 궁금해서 왔는데.

여3
에 그러니까 나이가 스물..

여1
어머! 맞아요 스물 일곱. 정말 잘 맞추시네요. 제 운명의 남자는 언제 나타날까요?

여3
그러니까 키가 크고

여1
어머! 어머! 제가 키 큰 남자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아시고.. 전 키 큰 남자 너무 좋아해요.

여3
얼굴이 참.

여1
어머! 그래요, 그래 얼굴이 귀여운 남자가 좋죠. 전 사실 그런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나타날까요? 전 그런 남자와 영원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여3
자 그럼 한 번 잡아볼까?

여1
자, 그럼 복채를 두둑하게.

여3
옳지, 그렇지 그렇지, 내가 사람을 잘 봐 역시.

여1
얼른 봐 주세요.

여3
(점괘를 흔들며) 나와라, 나와라.

여3
복채가 부족한가? 흠, 잘 안 나오네.

여1
그래요? 그럼

여3
(멈추어서 고개를 저으며) 여전히 잘 안 나와. 아직도 복채가 부족한가?

여1
그래요? 그럼 더

여1
그만하지, 이제?

여3
헛, (다시 흔들고) 나왔다. 이 남자와는 으으음..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마라!

여1
그래서 나는 그가 내 이상형임에도 불구하고 사귀는 내내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았어. 그러다 어느 날 남자가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힘들다는 거야. 그래서 에이 까짓 거 설마 진짜 헤어질까 싶었지. 그래서 아니라고 너를 좋아한다고. 그때부터 내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지. 하자는 대로, 해 달라는 대로, 있는 것 없는 것 다 해 줬지.

여3
너 참 바보로구나.

여1
뭐라고 바보?

여3
그래 바보! 연애의 첫 원칙, 절대로 무조건 달라는 대로 다 주지 마라! 내가 뭐하나 물어볼게.

여1
갑자기 뭘 물어봐?

여3
자 여자들이 바람이 많이 나는 계절은 언제일까요?

여1
그런 계절이 따로 있나? 글쎄.. 봄?

여3
딩동댕, 맞았습니다.

여1
왜?

여3
왜냐하면 봄에는 태양광이 강해지고 그에 따라 여자들의 생식욕구가 강해져서 여자들이 특히 봄에 바람이 많이 난다는 거야. 자 그러면, 남자는 어느 계절에 바람이 가장 많이 날까요.?

여1
여자가 봄이니까.. 남자는 가을?

여3
땡.

여1
그럼 여름?

여3
땡.

여1 그럼 겨울?

여3
땡.

여1
그럼? 봄?

여3 땡!
일 년 사계절 내내! 남자는 종족번식 욕구가 항상 강하기 때문에 일 년 내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람피울 기횔 노린다는 거지, 마치 동네 개들이 일 년 내내 온 동네 다니면서 오줌 싸 놓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여1
오 어쩐지 저 놈이 나하고 만나면서도 계속해서 주변의 모든 여자들에게 껄떡거리더라니.

여3
그래. 바로 그렇다니까. 그러니 일찌감치 꿈 깨고 혼자 살아. 그 쪽이 편해.

여1
그래도 혼자 살면 외롭잖아.

여3
그냥 쉽게 생각하자. 살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 아니겠니. 너무 괴로워 마.

여1
그래, 잊어야지 별 수 있니? 세상에 남자가 저 놈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아까 그 놈이 만일 내 마지막 운명의 남자였다면 어쩌지? 흑..(번쩍 고개를 들며) 에라. 집에 가다가 개한테나 물려라.

여2
그래 그거 아주 좋다. (큰 소리로) 그래 물려라. 물려. 아주 꽉꽉 물려라. 지나가던 모든 개들한테 아주 꽉꽉 물려라. 야 이 나쁜 놈아. 물려라.

여1
그런데 넌 왜 그렇게 흥분해?

여2
나? 아니 그럼 내가 지금 흥분 안 하게 생겼어? 같은 여자 입장에서 저런 놈을 보고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냐고!! 하여간 여자 눈에 눈물 내는 놈들은 모조리 개한테 물려가야 돼. (앞으로 나서며) 물어라! 물어!

#2 무언파

여2
(얼굴 눈 가리며) 나 누구게?.


누굴까?.이순이~

여2
(왜 맞췄냐는 듯이) 짜식 (퍽퍽)


윽..

여2
괜찮아? 별로 세게 안 때렸는데.. 미안미안.


아, 아니야.

여2
아파?


아니야.

여2
정말 안 아픈 거지?


응. 그냥 솜방망이 같았는데 뭘.

여2
우리 사진이나 찍을까?


그러자.

여2
이 사진 봐봐. 표정들이랑 자세들이 재미있지. 여기 있는 친구들 다 고등학교 동창들이야. 우리 매년 두 번씩 고등학교 때 가까웠던 친구들 모임 있거든. 이거 며칠 전 모임에서 만났을 때 찍은 거야. 모두 얼마나 반가웠다고. (남자가 인상 쓰고 있는 것을 깨닫고) 왜 그래?


응? 아니 괜찮아.

여2
왜 뭔가 달라졌는데.


아니 괜찮아.

여2
아니야 말해봐. 뭔가 달라졌잖아. 뭐 기분 나쁜 일 있어? 그럼 내가 해결할게.


아니 괜찮아.

여2
정말이지? 그럼 계속 얘기한다. 여기 있는 얘는 지금 외국 기업에 다니고 있어. 월급 많이 받더라고. 나는 언제나 걔만큼 받을 수 있을지 몰라. 그리고 여기 내 옆에 있는 얘 (남자가 신경 쓰인다.) 아니 뭔데? 왜 표정이 그런데?


아니 괜찮아.

여2
아니 자기 얼굴 지금 정말 괜찮지 않거든.


아니 괜찮아.

여2
지금 뭔가 이상하게 바뀌어 있잖아. 웃지도 않고 인상만 쓰고.


아니 괜찮아.

여2
정말 답답하네. 삼식씨 제발 말을 해줘. 문제가 있으면 내가 고친다니까. 내가 고칠 테니까 말을 해 달라고.


아니 괜찮아

여2
정말 괜찮은 거지?


아니 괜찮아

여2
(화가 나서) 아니, 전혀 괜찮지 않거든. 전혀! (여1, 3에게) 얘들아, 너희들이 정상적인 남녀 관계 시범 좀 보여줘라.


1,3 그러지.

여3
자기 옆에 딱 달라붙어서 사진 찍은 이 남자 뭐야?

여1
응? 아아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동창이야.

여3
고등학교 때부터면 오랜 사이네?

여1
응 그렇지.

여3
나보다 더 오래 안 사이네.

여1
응 그렇지.

여3
그래 꽤 잘생겼고

여1
응 그렇지.

여3
옷도 잘 입고.

여1
그렇지.

여3
부티도 나 보이고.

여1
응 그렇지.

여3
이렇게 어깨에 손도 떡 하니 올려놓고, 지금 그렇게 당당하게 말이 나오는 거야?

여1
응? 아니 그거야 친구니까..

여3
이런 괜찮은 남자가 그렇게 오랫동안 단순히 친구였다고?

여1
자기도 내 성격 알잖아. 내 성격이 어디 보통 여자 성격이야? 거기다 이 놈 얼굴 값 한다고 눈도 무지하게 높고 중요한 건 그 녀석은 나를 친구 이상으론 보지도 않는다고.

여3
아하.. 그랬군. 이 남자는 자기한테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는데 자기는 관심이 있다 이거구나.

여1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친구라니까 친구!

여2
(여 1 3을 가리키며) 스톱! 저렇게 진행돼야 하는 거 아니야? 설사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약간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말을 해야지. 나는 이게 싫다. 저게 좋다. 뭘 말을 해야 서로 알아듣고 이해를 하든 설득을 하든 할 것 아니야! 그래야 상대가 왜 불쾌한지를 알 거 아니냐고. 삼식씨, 어떻게 생각해?


그래. 자기 말이 맞아. 알았어. 참고할게.

여2
아. 네 팀장님. 네? 아.. 네… 예, 별 수 없죠 뭐. 여덟 시요? 네 그때까지 회사로 들어갈게요. 괜찮아요. 자주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팀장님도 같이 하실 텐데요 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즐거운 밤샘해보죠. 네네 이따 뵙겠습니다.


팀장님?

여2
응.


아 그 새로 왔다는 젊은 팀장?

여2
응. 미안해. 팀장님이 내가 꼭 필요하다고 사무실에서 보자고 하시네. 오늘 밤 새야 한다는데. 어쩌지..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가기 전에 우리 즐거운 시간 보내야겠네?

여2
정말 미안해. 함께 즐겁게 보내려고 했는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사실 내가 오늘 자기에게 선물을 하나 준비했거든.

여2
선물? 무슨 선물인데?


응, 한 번 알아 맞춰봐.

여2
글쎄 뭘까? 가방?


여2
목걸이?


여2
옷?


여2
시계?


여2
그럼? 뭔데? 알려줘라.


알려 주면 재미없잖아. 알아 맞춰봐.

여2
글쎄 모르겠는데… 뭐야?


알아 맞춰봐.

여2
모자?


(표정이 바뀌며) 노

여2
과자?


여2
상자?


여2
모르겠다. 근데 자기 표정이 왜 그래?


아니 괜찮아.

여2
설마 내가 선물이 뭔지 알아맞히지 못한다고 삐친 거야?


아니 괜찮아.

여2
그럼 뭔데? 왜 갑자기 얼굴이 그렇게 바뀌었는데?


아니 괜찮아.

여2
아니, 자기 얼굴 지금 문제 있어. 그래 내가 맞추지 못해서 미안해. 그럼 이제 알려줘. 그리고 나 조금 있다가 가야 하니까 제발 남은 시간 즐겁게 지내자. 진짜 미안해.


괜찮아

여2
아니 자기 얼굴에 괜찮지 않음 이렇게 쓰여 있는데.


괜찮아.

여2
내가 미안하다고 하잖아.


괜찮아.

여2
자기야.


괜찮아.

여2
자기야.


괜찮아.

여2
정말 미치겠군. 삼식씨 괜찮지 않다고. 지금. 삼식씨도 괜찮지 않고 그 때문에 나도 괜찮지 않게 됐다고. 삼식씨가 뭣 때문에 괜찮지 않다고 나에게 정확하게 얘기하면 나도 뭔가 삼식씨가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 아니야? 그런데 삼식씨는 무조건 괜찮다고 하잖아. 괜찮지 않으면서. 제발 말을 해라. 응? 말? 오케이?

남 괜찮아.

여2
(남 걷어차며) 야, 이 삼식아! (남자 쓰러지면) 도대체 이놈이 뭐가 문젠지 알아야겠어. (여1에게) 최면!

여1
오케이. (핸드폰을 들고 휘저으며) 자 화면을 잘 보세요. 잘 따라오세요. 하나 둘 셋 하면 여러분은 잠이 듭니다. 하나 둘 셋

남 사실 내가 오늘 자기에게 선물을 하나 준비했거든.

여2
선물? 무슨 선물인데?


응, 한 번 알아 맞춰봐.

여2
글쎄 뭘까? 가방?


여2
목걸이?


여2
옷?


여2
시계?


여2
그럼? 뭔데? 알려줘라.


알려 주면 재미없잖아. 알아 맞춰봐.

여2
글쎄 모르겠는데… 뭐야?


알아 맞춰봐.

여2
모자?


아니라고 그런 것 아니라고. 자기는 왜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 다섯 번째에는 딱 맞혀야 되는 거잖아.

여2
응? 미안해. 아니 그런데 그게 화를 낼 일이야? 내가 첫 번째에 맞출 수도 있고 마지막까지 못 맞출 수도 있지? 어떻게 딱 다섯 번째에 정확하게 맞춰?


하여간 난 기분 나빠. 난 다섯 번째가 좋아. 첫 번째도 안되고 마지막도 안돼. 꼭 다섯 번째에 맞추어야 해.

여1
(얼른 깨운다) 하나 둘 셋.

여2

(관객들에게) 참, 연극 좋죠? 현실에서도 이런 방법이 통하면 세상에 헤어지는 사람 없을 텐데. (친구들에게) 저렇다니까. 저렇게 할 얘기를 가슴 속에 가득 쌓아 두고도 절대로 얘길 안 해. 그리고 괜찮아. 괜찮아만 반복한다니까. (남에게) 삼식씨, 이제 제발 말 좀 하자고. 오케이?
남자 그래. 알았어. 우리 웃으면서 즐겁게 남은 시간 보내자.

여2 왜?


괜찮아.

여2
아니 지금 얼굴이 또 갑자기 급변했잖아. 왜 그러는데. 뭐 잘못되기라도 했어?


아니 괜찮아.

여2
지금 네 얼굴을 보라고. (객석으로 가서 관객에게) 이 얼굴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세요?


괜찮아.

여2
야, 삼식아!


괜찮아

여2
왜 그러는데 또! 설마 내가 배터리 뺀 것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아냐..괜찮아

여2
야! 이 개%$^&^%!

여2
괜찮다는 건 정말 거짓이야. 어느 날 밤, 저 인간이 술이 만땅이 돼서 날 찾아왔어.

여2
삼식씨 대체 무슨 일이야? 안 마시던 술을 이렇게나 마시고. 어휴 대체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왜? 그래서 싫어?

여2
아니 그게 아니고. 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이순씨..

여2
응?


나 그 동안 말은 안 했는데 가끔 이순씨한테 섭섭한 게 있었다.

여2
그래? 한 번도 그런 얘기 한 적 없었는데. 언제나 괜찮아 괜찮아만 했잖아.


남자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그 속에 들은 말을 생각해야지.

여2
그래서 내가 자꾸 물었잖아. 괜찮냐고. 그런데 계속 괜찮다며?


얘기할까?

여2
그래. 얘기해봐.


에이 괜찮아.

여2
또! 얘기하라고.


에이 괜찮아.

여2
얘기하라니까!


있잖아. 난 자기가 화장을 하지 않기를 바라. 그런데 자기는 화장을 진하게 해. 난 손잡고 걸어 갈 때 내 오른 손을 잡기를 바라. 그런데 자기는 계속 왼손을 잡아. 난 앉을 때 마주 보고 앉기를 바래. 그런데 자기는 계속 옆에 앉아. 난 왼손잡이라 밥이 오른쪽 국이 왼쪽이야. 그런데 자기는 계속 반대로 놔. 게다가 난 소를 좋아하지만 자기는 돼지를 더 좋아하지. 난 전화하는 걸 좋아하지만 자기는 문자 쓰는 걸 좋아하고, 자기는 맥주를 좋아하지만 난 소주를 더 좋아하고, 난 멜로를 좋아하지만 자기는 액션을 좋아하고, 난 호러를 싫어하지만 자기는 좋아하고, 난 외출하는 걸 좋아하지만 자기는 외출을 싫어하고, 난 자기가 치마를 입길 바라지만 자기는 치마라면 질색이고.

여2
(말 자르며) 그게 다 서운한 것들이었어?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


아니야.. 괜찮아.

여2
야, 네가 지금 서운하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것들이 싫다고 말하지 않았잖아. 아, 그래서 수시로 얼굴이 구겨졌었구나. 그리고 내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꼭 괜찮아 그랬고.


괜찮아.

여2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다고! 에이, 짜증 나. 야 관둬, 관두자고. 사라져.


자기.

여2
사라져!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여2
정말이지? 정말 다시는 안 그러지?


(애걸복걸) 응.. 정말 내가 잘못했어.

여2
그래. 자기. 미안해 헤어지자고 해서. 이제부턴 제발 말을 하자고. 응? 말을 하면 내가 뭐든지 고칠게. 응?


알았어.

여2
우리 밥 먹으러 가자.

여2
그 다음에 어떻게 됐겠니?

여1
잘 됐으면 내가 여기에 올라 왔겠니?

여2
그렇지.

여3
왜 저렇게 말을 안 할까?

여1
저런 남자와 똑같은 여자가 만나면 어떨까?

여1
괜찮아.

여3
괜찮아.

여1
괜찮아.

여3
괜찮아.

여1
괜찮아.

여3
괜찮아.

여1
짜증난다. 그만 하자.

여2
나도 처음엔 이해하려 많이 노력했어. 뭐 싸움을 싫어해서 충돌을 피하려고 하는가 보다. 속 좁은 남자로 보이기 싫어서 그런가 보다 했어. 거기다 다시 사귈 땐 나도 정말 노력 많이 했다고! 화장도 안하고 입기 싫은 치마도 입어주고 여하튼 노력했다고! 그런데 계속 괜찮다는데 어떡해? 오만상을 다 쓰면서도 괜찮다는데.

여1
어쩌겠니. 저 남자 성격이 저런 걸.

여2
저놈에게 하도 질려서 이젠 길 가다가도 누가 괜찮다고 하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니까.

여3
괜찮아, 괜찮아, 곧 괜찮아 질 거야.

여2
(여3을 따라가며) 뭐라고?

여3
(도망가며) 엉 엉 엉….

여4
뭐야? 왜 그래?

여2
난 아니야. 난 아무 짓도 안했어.

여3
슬퍼서 운다. 아니 짜증나서 운다.

여1
무슨 일인데?

3 무노파

여3
나 잡아 봐라~~~


잡히면 뽀뽀!


잡았다, 잡았으니까 뽀뽀. (입술 들이민다)

여3
아이 사람도 많은데. 몰라 몰라. (가슴 퍽퍽치며)


어디 아파?

여3
아이 몰라


진짜 아파?

여3
아이 몰라잉.


모르겠으면 병원 고고싱?

여3
아니이 몰라아.


허허허허…


여보세요?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여3
무슨 전화야?


엄마 전화.

여3
그런데 뭘 그렇게 네만 하다가 말아?


엄마가 그렇게 질문을 하잖아.

여3
무슨 질문이었는데?


그러니까 내가 네를 몇 번 했지?

여3
글쎄.


(잠시 생각하다가 관객에게) 제가 네를 몇 번 했어요? (…) 13번.

여3
그런데?


우선 엄마가 묻잖아.

여4
삼식이냐?


네.

여4
밥은 먹었고?


네.

여4
잘 지내고 있냐?


네.

여4
잘 지내고 있다고?


네.

여4
분명하지. 잘 지내고 있는 게?


네.

여4
그렇게 네만 하지 말고 확실하게 잘 지내는 거 맞지?


네.

여4
아니 그렇게 네만 하지 말고 확실하게 잘 지내는 게 맞냐고?


네.

여4
넌 그렇게 할 줄 아는 말이 네 밖에 없니? 네만 하지 말고 확실하게 잘 지내지?


네.

여4
정말이냐?


네.

여4
믿어도 되냐?


네.

여4
확실하지?


네.

여4
그래 알았다. 잘 지내라.


네.

여4
연락도 자주 하고. (대사 끝나고 여 1, 2와 어울린다.)


네. (여3에게) 봐. 13번 맞지?

여3
그래. 맞네. 삼식씨 그러고 보니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난다.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여5
앉으시죠. 무얼 주문하시겠습니까?

여3
(남자에게) 뭘 드시겠어요?


아무 거나 골라 주시는 대로 먹겠습니다.

여3
터프하시네요. 비프스테이크 어떠세요?


아니요.

여3
그럼 돈가스?


아니요.

여3
그럼 스파게티?


아니요.

여3
그럼 짜장면?


아니요.

여3
그럼 뭐? 내가 고르라며?


제가 먹을 건 제가 고르죠. 뭘 드시겠습니까?

여3
글쎄요. 저도 골라 주시는 걸로 먹을 게요.


쿨하시군요. 그럼 비프스테이크?

여3
아니요.


그럼 돈가스

여3
아니요.


그럼 스파게티?

여3
아니요.


그럼 짜장면?

여3
아니요.


그럼 각자 알아서 시키자.

여3
여기 음식 값 꽤 비싼데요.


(메뉴판 보고) 비싸긴 뭐가 비싸요. 이 정도면 평균 약간 넘지. 그나저나 여기 음식 종류 많네요.

여3
(메뉴판 보고) 많긴 뭐가 많아요? 이 정도면 평균 약간 넘지. 그나저나 비프스테이크 되게 맛있어 보이죠?


(메뉴판 보고) 맛있기는 뭐가 맛있어 보여요? 그냥 그렇구만. 그나저나 여기 소고기는 호주산 같은데.

여3
(메뉴판 보고) 호주산은 무슨? 내가 보기엔 미국산 같은데. 그나저나 이 집에서는 김치도 주는 것 같네요.


(메뉴판 보고) 김치는 무슨? 단무지나 주겠죠. 그나저나 이 메뉴 사진 참 잘 찍었네요.

여3
(메뉴판 보고) 잘 찍기는 무슨? 그냥 그러네요. 그나저나 이 메뉴판 디자인 참 특이하죠?


(메뉴판 보고) 특이하기는 무슨? 메뉴판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지. 그나저나 여기 점심 메뉴는 꽤 싸네요.

여3
(메뉴판 보고) 꽤 싸기는 무슨? 어디 가나 점심에는 다 비슷하지. 그나저나 여기 주문하면 꽤 시간 걸릴 것 같죠? 종업원도 이 아가씨 하나 밖에 없으니까.


꽤 시간이 걸리긴 무슨? 저 아가씨가 열심히 뛰어 다니면서 잘 가져다주겠죠.

여5
그나저나 혹시 메뉴 선택이 끝나셨는지?

여3
메뉴? 참 그래서 삼식씨 뭐 먹기로 했어요?


아무 거나요.

여3
그럼 스테이크 맛있어 보이니까 비프스테이크 먹죠.


아니요. 돈가스 먹을래요.

여3
그럼 비프스테이크 하나. 돈가스 하나요? 그리고 (남에게) 음료수는? 콜라?


아니요. 사이다. 스테이크는 어떻게 익히랄까요? 잘?

여3
아니요. 중간. 살짝 맵게 해달랄까요?


아니요. 절대로 맵지 않게. 많이 달라고 할까요?

여3
아니요. 조금. 여기 약간 더운 것 같지 않아요?


아니요. 별로. 이 집 분위기 좋지 않아요

여3
아니요. 별로. 저기 저 창문 예쁘지요


아니요. 별로. 저기 저 장식 귀엽지요

여3
아니요. 별로. 저기 저 그림 멋있지요


아니요. 별로. 저기 저 꽃 정말 아름답지요

여3
아니요 별로. 저기 저 남자 잘 생겼지요


아니요. 별로. 저기 저 벽지 특이하지요

여3
아니요 별로. 우리 밥 먹고 영화 보러 갈까요


아니요. 당구나 치러가죠

여3
당구? 난 당구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쇼핑이나 갈까요.


쇼핑? 난 쇼핑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드라이브나 갈까요.

여3
드라이브? 난 드라이브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야구장이나 가죠.


야구장? 난 야구장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노래방이나 가죠.

여3
노래방? 난 노래방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놀이공원이나 가죠.


놀이공원? 난 놀이공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커피숍이나 가죠.

여3
커피숍? 난 커피숍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스케이트나 타러 가죠.


스케이트? 난 스케이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케이블카나 타죠.

여3
케이블카? 난 케이블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여5
(끼어들며) 그만 하지?

여3
아니야. 우리는 각자 의견을 얘기하는 중이라고?

여5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만 그만 그만.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서로 “노”만 하고 있니? 뭐라고 얘기하면 무조건 노! 노! 노! 노! 그게 의견이냐? 서로 무조건 반대하는 거지.

여3
아니야.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얘기하는…

여5
시끄러워. (메뉴판을 들고) 이게 무슨 색이지?


노란색.

여3
아니요, 옐로우!

여5
거봐.

여3
그게 아니라니까.

여5
시끄럽다고. (옷의 색깔을 짚으며) 이건 무슨 색?


빨간색.

여3
아니요!

여5
그래. 아니요 “레드”지? 잘한다.


(여5에게) 저는 이제 나가도 될까요?

여3
아니요.

여5
.!

여3
아니. 그게 아니라.

여5
또! 아주 입에 “노”가 붙었어요. (남자에게) 나가세요.

여5
너 그렇게 해서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살 건데?

여1
맞아. 저 상태는 너무 심각한데.

여4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로 3행시 지을게.

여5

여4
아 배고파

여5

여4
니들도 배고파?

여5

여4
오 이상하다. 오늘 세끼 벌써 다 먹었는데.

여1
나도 하나 할 테니까 불러봐.

여4

여1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여4

여1
(관객에게 다가가) 니캉 내캉 오늘 연기 한 번 내보자.

여4

여1
욘락처 좀….

여4
그래. 너희들 둘 다 성격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그런데 나는 뭐니?

4 백수파

여4 (목 누르며) 어떤 손가락?


음.. 이거~(여자 손가락 보고 집으며) 맞혔다, 맞혔으니까 뽀뽀. (입술 들이민다)

여4
아이 사람도 많은데. 몰라 몰라. (가슴 퍽퍽 치며)


어디 아파?

여4
아이 몰라.


진짜 아파?

여4
아이 몰라잉.


모르겠으면 병원 고고싱?

여4
아니이 몰라.


허허허허…


저기..

여4
응?


나 배고파..

여4
그래? 우리 자기 배고프면 뭐 먹을까?


소 못 먹은 지가 좀 되긴 됐는데..

여4
소?


응. 소… 역시 조금 비싸지?

여4
(혼잣말) “소”란 말이지?


뭐라고?

여4
아, 아니! 자기, 우리 오늘은 돼지 먹으러 가자!


돼지? 나는 돼지 먹으면 설사 하는데.

여4
에이, 그래도 오늘은 돼지 먹자. 나 갑자기 돼지가 너무 땡긴다.


그럼 할 수 없지 뭐. 그런데 저기 있잖아..

여4
응?


나 며칠 있다 오디션 있는데..

여4
오, 오디션?


응. 중요한 오디션인데… 입고 갈 옷이 없네.

여4
삼식씨.


응?

여4
삼식씨 나이가 벌써 서른셋이야.


근데 그게 왜?

여4
요즘 TV를 봐.


TV는 왜?

여4
요즘 나오는 가수들 나이가 몇이야? 죄다 어리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더 어려질 거야


그래서?

여4
이제 나이도 있고 또 …


사순아..

여4
알아. 그래. 나도 음악 하는 자기 멋있어! 하지만 뭔가 안정적으로 먹고 살 생각을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응? 그리고 나도 자꾸 나이가 들어가고 …


휴. 그래. 나이 서른셋에 가수가 되겠다는 내가 사실 한심하지. 한심해. 가수는 무슨 가수! 다 때려 치고 목이나 매야겠다.

여4
미안 삼식씨, 미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자기 먹고 싶다던 소나 먹으러 가자!

여4
잠깐만 여보세요? 응, 아 오늘? 왜 이제 말해줘? 진작 말해줬음 팩도 좀 하고 미용실도 갔다 왔을 거 아냐. 하여튼 알았어. 그래 안 늦을게. 여덟 시? 응응 알았어. 끊어~~


누구야?

여4
아아 오늘 대학친구들이 모이자구. 나도 거기 나오라고 그러네.


그래? 되게 오래간만에 보는 거겠는데?

여4
그렇지. 사회 나가고는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까 다 같이 모이는 건 드물지.


그래 재미있게 놀고 와.

여1
어머 사순아 웬일이니, 웬일이야 오랜만이다!!

여3
(여2에게) 어머 이순아 너 코랑 눈 했지? 감쪽같다 얘!! 어머 나도 거기서 할 걸.

여2
어머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 기집애 귀신같이 알아보네?

여4
뭐니, 뭐니! 대체 이게 얼마만이니!!

여5
올해는 처음으로 본다. 얘.. 웬일이니 정말.

여1
다들 어째 더 늙은 것 같기도 하면서도 성숙미도 느껴지는 게 묘한 걸? 다들 결혼할 때가 돼서 그런가?

여5
(여2에게) 넌 곧 결혼한다는 소리가 들려오던데…..

여2
어머 어머 어머. 하여간 그런 소문은 잘도 난다니까. 호호호호호. 그래 나 두 달 뒤에 결혼 해. 청첩장 나오면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더니.

여3
정말?!

여4
얘 축하한다. 정말. 난 네가 평생 혼자 늙어 죽을 줄 알았는데.

여1
그나저나 다들 먹고 살만한가 보네. 응? 하나는 결혼 준비 중이고.. 호호호 다른 하나는 벌써 애가 둘이고.

여5
야야 일찍 키워놔야 좋은 거지 뭘.

여3
(여4에게) 그나저나 넌 그 대학 다닐 때 가수 한다던 남자 친구 아직 만나?

여4
응? 아..그게..

여3
아 그게?

여4
응, 곧 음반 낼 거야.

여3
그래? 어디에서?

여4
그 뭐라 그러더라? 뭐 와이진가… 난 잘 모르겠어.

여1
어떤 노랜데? 나는 락이 좋던데.

여4
아 그게..

여3
야, 락이 뭐가 좋니? 시끄럽기만 하고.

여4
내가 나중에 물어 볼게.

여5
야, 그럼 앞으로 너 보기 어려워지겠다.

여4
왜?

여3
너도 매일 같이 바쁠 것 아니야. 매니저 노릇 해야지. 좋겠다.

여4
응, 응… 그렇지 뭐.

여1
야, 그런데 인간 승리다. 그 사람 서른 넘지 않았니? 그 나이에 음반도 내고.

여3
그러게 말이야.

여2
그러고 보니 우리도 늙었다 얘.

여5
(여4에게) 너 이제 애인 관리 잘해야겠다.

여4
응? 그렇지 뭐.

여1
좋겠다. 너는. 야, 뜨기 전에 빨리 확 결혼이나 해서 꽉 잡아 놔라.

여4
얘들은… 우리 다른 얘기하자.

여2
가만 있어봐. 이거 중요한 얘기다.

여4
무슨 얘기?

여2
결혼 얘기지.

여4
결혼? 난 아직 결혼 생각하지 않는데.

여5
너 혼자 살래? 너도 결혼해서 애 낳아 봐라. 피곤도 하지만 고것들 크는 거 보면 정말 인생의 행복이 느껴지지.

여4
그래? 그럼 얼른 결혼해야겠다.

여1
그 카수랑?

여4
응? 그렇지 뭐.

여2
어머 얜.. 무서운 소리하네. 결혼이랑 연애랑 같니? 연애야 뭐 껍데기가 중요하잖아. 근데 결혼이 그게 되니? 얼굴이야 보다 보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키야 살다 보면 작든 크든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능력이 있어야지. 아니면 돈이라도 있거나.

여4
넌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하나 보다? 그런 소리 자신 있게 하는 걸 보니.

여2
당연한 거 아니니? 호호호호. 어휴 나도 한 삼 년 전만 해도 잘생기고 키 크고 그런 남자가 좋았는데, 그것도 결혼할 때가 되니까 아니더라.

여1
그럼, 역시 능력이 최고지.

여2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예전엔 속물로만 보였던 여자가 지금의 나야. 딱 나!

여3
그나저나 너희들 칠순이 얘기 들었니?

여4
칠순이? 아, 우리 동창 칠순이?

여1
그래. 개는 진짜 남자 잘못 만나서 지금도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더라고.

여4
왜 어떤데?

여1
그 남자가 취직엔 아예 관심도 없고 그냥 매일 놀고먹는다는 거야.

여2
어쩌자고 그런대?

여3
솔직히 그게 지 여자 친구 등 처먹는 거나 다를 게 뭐라니. 정말 생각이 있으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여자 친구한테 손 벌리진 말아야지. 결혼도 안 한 남자 친구 뒷바라지를 하고 있어야 되겠어?

여1
그렇지. 이제 젊은 시절 다 갔는데 걔는 언제 정신 차린다니? 이제 현실적이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여5
내가 결혼해서 살아보니까 정말 대학 때 만났던 겉만 번지르르한 그런 속 빈 깡통들이랑 결혼했으면 큰일 났겠구나 싶더라. 어차피 애정은 곧 식어. 나머지는 능력으로 사는 거야.

여2
(전화를 받으며) 어머.. 우리 오빠 요 앞이래. 또 나 구두 신어서 발 아픈 건 어찌 알고 차로 모시러 왔나 몰라. 난 BMW 타고 집으로 가야겠다. 오늘 즐거웠어~~~~ 우리 오빠가 데려다 준다는데 같이 갈 사람?

여5
난 우리 서방이 애들 다 재워놨다고 오랜만에 심야영화나 한편 보자고 해서.

여1
그럼 나나 좀 태워줘. 우리 자기는 지방으로 출장 갔어.

여2
사순이 넌?

여4
어? 나도 우리 오빠가 데리러 온다고 해서..

여2
어머 그래? 스타 되면 나 좀 잘 부탁해.

여5
또 봐~

여4
또 봐~

여4
(친구들 뒤에 대고 한숨) 에이고….

여4
응. 삼식씨 뭐해?


삼식이 자는 중,

여4
자기야~ 나 혼자 가기 무서운데.. 이리로 올래? 택시비 줄게.


음냐..음냐…zzZZZ… 난 멋진 가수가 될 거야… 자기야 나 오디션… 옷이 없어…… 냉장고에 반찬이 없어!!.. 아흠 소 먹고 싶다. 음뭬에에에에~ …(잠꼬대)

여4
응. 엄마. 어? 나야 잘 지내지.. 애.. 애인..? 아, 아니 없지. 뭐 경제적인 능력이 중요하겠지. 선? 알았어 잡아, 잡아. 보면 될 거 아냐. 나 아직 노처녀 아니야. 엄마 때랑 나 때랑 같아? 알았어. 엄마 날짜 잡아서 다시 연락 줘. 어, 끊어요.

여4
어.. 왔어?


자기. 어제 전화했었네?

여4
으응.


근데 어쩜 신기한 게 난 통화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나.

여4
그래. 휴..


우리 자기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여4
아, 아니야. (혼잣말로) 김사순!! 물질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속물이 되고 싶은 거야? 정신 차려!! 삼식이 오빠처럼 한결같이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어딨다고!!


뭐라고?

여4
아니야 하하하.


저.. 사순아..

여4
응?


저.. 사순아.. 그러니까….

여4
뭐야? 말해봐. 괜찮으니까 말해봐.


혹시.. 돈 좀 있니..?

여4
왜 얼마? 오만 원? 용돈 떨어졌어?


저…. 좀 큰데..

여4
왜 얼만데?


한..오천 만원. 오..오천만 원만 있으면 데뷔 할 수 있어!!

여4
뭐?


사순아. 응? 제발. 오천만 원만 있으면 나 데뷔할 수 있어. 데뷔만 하면 나 무조건 슈퍼스타가 될 거라고. 그럼 다 갚을게. 난 성공해도 절대 너 안 버릴게. 응 자기야. 자기야아아아아~~ 오천만 원. 오천만 원만 응? 응? 오천만 원..

여4
오천만 원이면 큰돈인데…


사순아 내가 다 갚는다니까!! 내가 데뷔만 해봐!! 데뷔만 하면 다 갚아준다니까!!

여4
아니, 내가 당장 돈도 없고 그리고 지난번에도 벌써 …


사순아, 나 앞으로는 소 안 먹고 그냥 자기가 먹자는 거 먹을게. 그러니까 오천 만원만.

여4
아니, 그러니까 벌써 지난번에…


사순아…

여4
에라이… 이 삼식아, 오천 만원이 누구 집 소 이름이니?


사., 사순아..

여4
이제 그만 꿈 좀 깨지? 지난번에 이미 한 번 당했잖아. 아직도 정신이 안 차려져? 그 나이 먹고 헛꿈 꾸는 걸로 모자라 또 다시 사기까지 당하고 싶니? 정신 좀 차려라 이 불쌍한 인간아! 내가 너 같은 인간이랑 미래를 꿈꿨다니! 아아아악 그래! 꿈은 깨라고 있는 거라지? 나도 꿈 깰 테니까 이 인간아 너도 꿈 깨고 정신 차려. 그래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어디 한번 팍팍 굶어보고 그때도 가수타령 해라. 야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하나 말해줄까? 너 노래 졸라 못 불러!!! 뭘 봐! 얼른 안 꺼져?!


허..헐… 사순이.. 너..

여4
안 꺼져? 빨랑 꺼져 빨랑!!!!

여1
그럼 네가 저 놈 수발을 들었단 말이야? 언제부터?

여4
뭐 언제겠어. 저 놈 군대 갔다 와서 학교 졸업하고 지금까지니까 꽤 되지.

여3
그래 의외로 저런 놈들이 많아. 일도 안하고 빈둥빈둥 나쁜 놈들.

여2
놔둬라. 저런 놈들은 저러고 싶어 저러겠니?

여5
그래 저런 놈들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야, 이제 내 얘기도 좀 들어봐. 나 대학 때 얘긴데, 하여간 그 이후로 내가 지금까지 남자를 사귈 수 없다는 거 아니니.

5 집착파

여5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움직였다!

여5
꺄아아아아 엄마야. 내가 움직였나?


응 움직였어.

여5
아이 몰라 몰라잉.


아이고 귀여운 것.

여5
나 귀여워?


그래 그래.

여5
여보세요? 아. 선배님. 네. 내일 점심에요? 네네. 네. 아 선배님이 쏘시는 거예요? 그럼 당연히 가죠. 네. 알겠습니다.


누구야?

여5
응? 과 선밴데 내일 우리 스터디 그룹 애들 점심 사준다고 해서.


그 이번에 전역하고 복학했다던?

여5
응. 그 선배. 학교 적응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요즘 밥도 잘 사줘.


좋냐?

여5
응? 갑자기 뭐가?


얼굴에 아주 꽃이 핀 것 같아서.

여5 아니 그냥 뭐, 공짜 밥 얻어먹게 생겨서.


그럼 너는 공짜면 뭐든지 쫓아간다는 거냐?

여5
어머 왜 그래?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아 그게 문제가 아니고. 그래서 거길 가겠다고?

여5
아니 그럼 우리 스터디 동아리 사람들 다 모인다는데 나도 가야지. 당연한 거 아냐?


이제 막 전역했으면 눈에 불을 켜고 어떻게 하나 낚아보려고 발악을 하고 있겠네.

여5
아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 선배 그런 사람 아니야.


오호 지금 내 앞에서 그 새끼 편을 들겠다?

여5
아니 편은 무슨 편이야아~~ 그냥 오해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 그 선배 전역하고 우리 스터디 그룹 들어와서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텐데. 거기다 한참 선배기도 하고. 그리고 매너도 괜찮고.


아아 자주 만나시겠다?

여5
왜 그래?

남 내가 싫다고 해도 그럴 거야?

여5
아니 왜 그러는데..


난 싫어. 네가 다른 놈들이랑 있는 게 싫어. 그 스터디 그룹 당장 관둬.

여5
그럼 나 공부도 하지 마? 졸업해야 할 것 아냐. 취직해야 할 것 아냐.


싫어. 수컷들이 드글드글 하는 곳에 널 둘 수 없어.

여5
그 사람들 나한테 관심도 없을 걸? 나 남자친구 있는 것도 다 알아.


그래서 더 갖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을 거야.

여5
저기


내 말 들어.

여5
아니, 내 얘기는 그러니까…


그만 두라고. 당장. (소리 지르고 퇴장)

여5
(남자의 뒤에 대고 기운 없이) 알았어.

여6
오순아,

여5
어, 육순아, 오랜 만이다.

여6
나머지 친구들은?

여5
(무대 다른 쪽에 자리 잡고 있는 1 2 3 4를 가리키며) 저기 있지.

여6
(그들에게 함께 이동하며) 어머, 얘들아.

여4
아니 그래서 깔깔깔 거시기가 저시기 해서 거 머시기가 이래서 그 이

여6
어머 벌써 시간이 열 두 시야 아우 근데 어쩜 이렇게 해도 해도 할 말이 많니?

여1
그러니까 야 그래서 그 거시기랑 머시기가 말이지

여4
그 거시기는 거시기해서 약간 거시기하고 저 거시기는 거시기라고

여5 응 오빠.


어디야?

여5
응? 나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가볍게 술 한 잔 하면서 얘기하고 있지.


동창? 남자도 있어?

여5
아니. 여자애들 밖에 없지.


근데 웬 남자 목소리가 이렇게 들려?

여5
난 안 들리는데.

남 내가 그 말에 속아 넘어갈 줄 알아?

여5
속아 넘어가다니?


어떤 새끼랑 있는 거야? 저번에 그 선배 놈이야?

여5
아니라니까.


거짓말하다 걸리면 죽는다 진짜.

여5
정말이라니까.


근데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여5
아니 오랜만에 만나서 할 말이 워낙 많다 보니까…


근데 여자들 밖에 없다고? 정말?

여5
그렇대도


너 남녀공학 나오지 않았어?

여5
무슨 소리야? 나 여고 나왔는데.


내 기억엔 분명 남녀 공학이었는데..

여5
오빠야 나 진짜 여고야..나 여고 나왔어. 그러니 여기에 남자가 없는 게 당연하잖아.


근데 어째 자리에 남자가 없어 아쉽다는 말툰데?

여5
그런 거 아냐..


아 진짜 그 술집은 왜 이렇게 남자 새끼들이 많아?

여5
세 팀 밖에 없어.


뭐야 그런 것도 일일이 세 봤어?

여5
세보지 않아도 그냥 한 눈에 보이는데 어쩌라고?


그래. 좋아 믿어줄게. 근데 진짜 나이트라도 간 거야? 대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여5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 떨기도 바쁜데 나이트는 무슨 나이트야.


그럼 나이트라도 가겠다는 거야?

여5
내가 언제 나이트 간데?


근데 왜 이렇게 늦게 까지 집에 안 들어가고 있는데?

여5
아니, 친구들하고 얘기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무슨 의심을 그렇게 해?


지금 내가 의심 안 하게 생겼어?

여5
아니 대체 의심 갈 게 뭐가 있는데?!


지금 당장 집에 가서 집 전화로 전화해.

여5
뭐라고?


집전화로 나한테 찍으란 말이야.

여5
안돼.


왜 안 되는데? 그러니까 기어이 나이트를 가겠다는 거지?

여5
제발. 우리 얘기 끝나려면 두 시간은 족히 있어야 돼. 한 시간만 더 응?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지금까지 봐준 것도 어딘데! 대체 뭘 하려고, 어딜 가려고?

여5
내가 뭘 하고 어딜 간다고 그래..


한 시간 안에 집전화로 나한테 찍어!

여5
(여자들에게) 미안하지만 난 이제 일어나야겠어. 나중에 다시 봐.

여5
(손가락을 보여 주며) 나 손톱 예뻐?


응. 되게 예쁘다.

여5
그렇지? 어제 네일 아트 좀 받았어.


네일 아트?

여5
응. 예쁘지?


나랑 문자 할 땐 그런 말 없었잖아.

여5
아 그랬어?


어 그랬어.

여5
정신없었나 보다. 친구 따라 갔다가 난생 처음 네일 아트란 거 해보느라 들떠서 오빠한테 말할 정신도 없었나 봐.


그래?

여5
응응. 미안미안.


대체 왜 그런 걸 얘기하지 않는 건데?

여5
아니. 나는 정말 뭐랄까?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안되겠다. 도저히. 너 학생증이랑 주민증이랑 모두 이리 내.

여5
뭐? 왜?


네가 어디를 가는지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안심이 안돼. 내가 모두 가지고 있으면 너 술집도 못 가고 나이트도 못 갈 거 아니야. 어서 이리 내.

여5
오빠. 우리 이러지 말자.


뭘 이러지 마. 그럼 네가 행동을 똑바로 해야 할 것 아니야.

여5
아니 내가 뭘 똑바로 안 했다고 그래?


언제나 그렇잖아. 안돼. 어서 이리 내.

여5
좋아. 오빠가 그렇게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나도 더 이상 오빠 만나고 싶지 않아. 우리 이제 그만 만나.


아, 오순아.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만큼 네가 좋으니까 네가 걱정되니까 그런 거야. 남자선배랑 밥 먹는 것도 질투 나고, 남자들 많은 곳에 네가 있으면 불안해.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잠도 안 와. 그래 내가 표현을 잘 못해. 오순이 너도 알잖아! 그냥 내가 널 많이 좋아하나 봐. 난 그냥 널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미안해 다시는 의심 같은 거 안 할 게.. 진짜야. 약속할게!

여5
아, 아니야 내가 미안해 갑자기 화내서.. 근데 이제 진짜 의심 안 할 거지?


응 오순아.. 미안해 내가 잘할게~ 나 미워하지 마아아아~


그래. 알았어. 오빠. 내일 봐.

여5
응, 오빠.


어디야?

여5
어디긴 집이지.


집이라고?

여5
응. 집.


뭐 하는데?

여5
오빠 생각하지.


내 생각한다고? 거짓말 하지 말고.

여5
나 그냥 잡지책 읽고 있어.


잡지책? 너 지금 잡지책 읽는다고? 집이라고?

여5
응. 나 지금 잡지 읽고 있어.


진짜 집이라고?

여5
응. 집이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오빠 전화 기다리느라 나 잠도 못 자고 있었어.


진짜 집이라고?

여5
응. 진짜라니까.


그냥 솔직하게 말해.

여5
무슨 소리야. 나 지금 집이야.


후.. 너 진짜 집 확실한 거야? 친구가 너 학교 근처 술집에서 남자들이랑 노는 거 봤다는데

여5
오빠가 싫어하는 거 뻔히 아는데 내가 왜 남자랑 놀아?


진짜 집?

여5
응 진짜 집


진짜 집?

여5
응 진짜 집


진짜 집?

여5
응 진짜 집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집?

여5
응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집


진짜 집이라 이거지.. 내가 지금 너네 집 간다.

여5
그래. 와라. 와. 나 진짜 집이라고. 아니 올 필요 없고, 네가 좋아하는 집전화로 확인 시켜주면 될 거 아냐! 1분 내로 당장! 끊어! 아이고, 화나! (다른 여자들에게) 처음엔 정말 호감 만땅이었는데.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 관심 받고 있다는 느낌, 이 남자 참 섬세하구나 싶은……. 근데 이건 뭐 가면 갈수록 피곤한 정도를 넘어서더라. 집착이 심해질수록 나는 숨도 쉴 수 없게 됐어. 아무 것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없고 뭘 하더라도 허가를 받아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하고. 이건 안돼. 안돼. 너흰 죽어도~ 모를 거야.

여자들
(일제히 고개 저으며) 아니 아니.

여5
보기만 해도 피곤해

여3
나도 그런 사람 만나봤어. 할 짓이 못돼. 으으.

여4
남녀 사이엔 믿음이 중요한 법.

여2
그래 그래! 못 믿을 거면 애초에 만나질 말아야지!

여1
그래! 그런 인간들은 혼자 살라고 해!

여6
그럼 이제 나만 남았네. 하여간 난 너희들 참 부럽다. 지지든 볶든 어쨌든 옆에서 서로 보고 얘기할 수는 있었잖아. 나는 볼 수도 없었다고. 보고 싶어도 볼 수도 없다가 그냥 그렇게 헤어진 거야.

6 Out of sight, Out of mind


내가 이겼다! (딱 밤 때린다)

여6
아이.


아파?

여6
아이 몰라.


많이 아파??

여6
몰라 몰라 몰라.


허허허. 더 때릴까?.


(전화를 들고) 네 부장님.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네.

여6
부장님이 전화했어?


응.

여6
왜? 무슨 일인데?


나 부산으로 발령 났다.

여6
부산?


그래. 부산. 나 바다 좋아하잖아. 어렸을 때부터 바닷가에 사는 게 꿈이었어.


아침 뱃고동 소리에 잠을 깬다. 눈 비비고 일어나 눈곱 떼고 코 후비고 비린내 나는 부둣가에서 미끄러져 툭툭 털고 일어나다가 저 멀리 보이는 자전거가 보기 좋아서 차를 타고 따르다가. 내가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지? 하여간 나는 바닷가로 발령 나서 좋다. 너무 좋다.

여6
좋긴 뭐가 그렇게 좋은데?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데?


우리가 왜?

여6
우리는 서로 너무 멀리 떨어지게 되잖아.


떨어지긴 뭐. 비행기타면 한 시간인데. 아무 걱정할 것 없어. 우리가 어떤 사인데. 서로 떨어져 있다고 우리의 사랑이 약해지거나 식겠어? 걱정하지 마.

여6
정말 괜찮을까?


괜찮다니까. 아무 걱정할 것 없다니까. 나만 믿어. 나 누구야? 나 삼식이야. 하하하

여6
이렇게 우리의 긴 만남은 시작된 거야. 그 사람이 전근을 간 그 주 우리는 매일 전화했어.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밤.

여6
(전화를 받으며) 자기!


자기!

여6
응. 나야. 우린 오히려 같이 매일 볼 때보다 더 오랜 시간을 만나는 것 같다.


나와.

여6
어디?


집 밖으로.

여6
집 밖?

그래.

여6
무슨 소리야? 자기는 지금 부산에 있어야 하잖아.


그래도 나 자기 보고 싶어서 이렇게 ktx 타고 올라왔어. 심야고속타고 다시 내려가야 해. 얼른 얼굴만 보고 가게 나와.

여6
자기… (감동의 눈물) 나 오늘 정말 감동했다. 자기 내가 뭘 해줄까? 얘기만 해. 내가 자기 원하는 것 모두 다 해줄게.


아니야. 난 그저 자기만 마음 변하지 않고 나를 영원히 사랑해 주면 돼.

여6
자기. 우리 영원히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자.


그래야지. 당연히.

여6
주말 당연히 그는 또 올라왔지. 서로 멀리에 떨어져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하루 종일 할 일이 많았지. 우리는 즐거운 주말을 함께했어.


자기. 잘 있어. 내가 전화할게. 아니 이번 주에 부산 내려오면 어때? 자갈치 시장에 가서 우리 회도 먹고.

여6
그래. 자기 이번 주에는 내가 내려갈게.


어, 기차 떠난다.

여6
자기. 조심해서 내려가.


그래.

여6
정말 행복한 날들. 가까이에 함께 하는 것보다 더 즐거웠던 날들. 하루 종일 화면에서 얼굴보고 수시로 전화하면서 우리는 정말 재미있고 행복했어. 물론 수시로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자기.

여6
자기.


어서 와. 보고 싶었어. (부산 사투리로) 부산 처음이지?

여6
그래.


우리 오늘 재미있게 놀자고.

여6
알았어.


우선 점심부터 먹으러. 자갈치 시장으로.

여6
이렇게 몇 달을 정신없이 즐겁게 행복하게 보냈지. 서로 가까이에 있을 때보다 더 자주 보는 것 같고 더 깊이 있게 만나는 것 같고 또 더 사랑하는 것 같았어. (종이비행기 날아든다. 여자는 사랑편지라 생각하고 열어 보고) 그런데, 전화요금, 교통요금, 온갖 종류의 카드대금. 위기가 오기 시작하는 거야. 우선 경제적인 압박이 제일 먼저 오더라. 돈이 있어야 뭘 하지. 돈이 없어지니까…

여6
자기!


자기. 우리 이번 주에는 한 주 쉴까?

여6
왜?


응 그러니까 이번 주에 부장님이 부산에 오신다고 해서.

여6
그래? 그럼 그래야지. 잘 지내고 다음 주에 보자.


잘 지내. 사랑해.

여6
나도. 사랑해.


미안해. 이번 주 주말에도 근무해야 해서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


미안해. 이번 주도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

여6
(여자들을 향해) 이렇게 일차적으로 경제적인 위기가 우리를 떼어 놓았지. 서로 얘기는 못했지만 돈 그거 무서운 거다. 그리고 또 다른 압박이 가해지는 거야. 전화 붙잡고 있느라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니까 슬슬 주변에서 태클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 일단 회사에서 전화를 하기가 어려워져. (전화벨 울리고 전화를 보고) 자기. (그러나 옆 사람들 눈치를 보고). 지금 바빠서 전화 받을 수가 없어. 조금 있다가 내가 다시 전화할게. (살살 옆으로 피해서 전화) 자기. (옆 사람들 다가와서 모두 쳐다보고) 끊을게. (전화 끊고) 이런 식이 된 거야. 이러니 어떻게 뭘 지속할 수 있었겠느냐고. 경제적인 압박으로 서로 만나지도 못해, 일 때문에 서로 전화도 제 때 못하고. 겨우 퇴근한 후나 집에서 전화하는데. 문제는 서로 같이 하는 일이 없어지니까 같이 할 얘기가 없어지는 거야. 뭐랄까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지 못하니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여6
자기.


자기

여6
오늘 뭐했어?


오늘? 뭐 그냥 어제와 똑같지 뭐. 특별한 일이 있나? 자기는?

여6
나도 마찬가지. 뭐 똑 같은 하루 하루가 반복이지.


그렇지.

여6
그래.


맞아.

여6
그래.


그럼 전화 끊을까?

여6
그래. 안녕. 잘자.


그래. 잘자.

여6
자기.


자기

여6
오늘 뭐했어?


오늘? 뭐 그냥 어제와 똑같지 뭐. 특별한 일이 있나? 자기는?

여6
나도 마찬가지. 뭐 똑 같은 하루 하루가 반복이지.


그렇지.

여6
그래.


맞아.

여6
그래.


그럼 전화 끊을까?

여6
그래. 안녕. 잘자.


그래. 잘자.

여6
뭐 이렇게 진행이 되더라고. 서로 멀리에 있게 되면서 우린 어느새 멀어지고 있었어.


(메시지 낭독) 아마도 이번 주에는 올라가지 못할 것 같아. 잘 지내. 행복한 주말 보내.

여6
(답장) 나도 조금 바빠서 자기도 잘 지내. 행복한 주말 보내. 이런 일이 한두 번 생기더니 그 다음부터 가끔씩 생기기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건 필요할 때 옆에 없다는 거였어.


자기 미안해. 생일인데 같이 있지 못해서.


자기 미안해. 우리 400일인데 같이 있지 못해서.


자기 미안해. 필요할 때 옆에 있지 못해서.


그러던 어느 날 옆 사무실의 오대리와 저녁을 같이 먹게 됐어.


육순씨, 사실 나 그 동안 죽 계속해서 언제나 항상 말 없이 그냥 그렇게 조용히 은은하게 그윽하게 미소를 사랑의 마음으로 육순씨를 지켜봐 왔어요. 당연히 제가 살펴 본 바로는 애인도 없으시고. 맞죠?

여6
아니 저 애인 … 네 없어요.


나 그래서 육순씨와 그 뭣이냐 저기 이거 참 그러니까 그게 상당히

여6
저는 그렇게 멋진 여자가 아닌데.


뭐 사람이라는 게 그러니까 그것이 저기 이 그 저 뭣이냐 그냥 그렇게 저렇게 확

여6
그렇죠. 그 말이 옳죠. 호호호. 그리고 그 날부터 뭐랄까 오대리는 필요할 때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 후보가 된 거지. 시간이 지나고. 오대리와 난 근교로 바람이나 쐬러 나갔어.

여6
오대리님.


멋진데요. 육순씨.

여6
오대리님도 멋져요.


나는 그러니까 저기 그 뭣이냐 그게 이 저

여6
맞아요. 우리는 항상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뽀뽀나 한 번

여3
그러니까 네가 그 부산 남자를 찬 거지? 그래. 아이고 시원하다. 야, 삼식아 이 놈아 시원하다.

여6
아니야.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어.

여2
왜 맞는데. 네가 그 놈을 그냥 확.

여4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여6
그래. 결론적으로 내가 그게 그러니까 있잖아 나는 그게 그러니까 그냥 그렇다고

여5
알았어. 알았어. 우리가 연애 한 두 번 하냐? 척하면 삼천리지.

여1
하여간 중요한 건 여자 눈에 눈물 흘리게 하는 놈들은 그냥 다 확 모두.

7 실연클럽

여7
안녕하세요? 우리 실연클럽 창단식에 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배우들에게) 일단 자리를 잡고 앉으시죠. 어떻게 얘기는 많이 나누셨습니까? (여6에게) 어떠셨습니까?

여6
어떻냐고요? 그렇죠 뭐. 잘 아시면서.

여7
그렇죠. 참 사랑하기 힘들죠. 자, 오늘 여기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이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견디어 냈습니다. 우리가 오늘 실연클럽을 창단한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경우를 얘기하고 해결책을 찾아 행복해지자는 것입니다. 일단 이상의 경우를 정리하자면 사랑이 깨지는 이유들은 이렇네요. 한쪽이 배신한 경우, 그리고 서로가 멀리에 떨어져 있게 돼서 서서히 멀어진 경우, 그리고 백수파의 경우처럼 서로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없는 경우. 마지막으로 흔히 얘기하는 성격차이. 저렇게 무조건 말을 하지 않는 무언파, 언제나 상대에게 “노”만하는 무노파, 뭐든지 의심하고 파고드는 집착파. 이런 경우들은 정말 피곤하죠. 물론 오늘 우리가 얘기하지 않은 이런 경우들도 있습니다.

여7
이런 진지하지 않은 관계, 혹은 일회성의 관계는 많습니다. 돈이 좋아서, 첫 눈에 반해서, 흔히 말하는 엔조이로 한 번, 남의 떡이 커 보여서. 그러나 오늘 우리의 창단식에서는 이런 진지하지 않은, 이유 없는 사랑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참 오늘 얘기하지 않은 이런 진지한 헤어짐도 있기는 있습니다.

여7
물론 이런 상황은 주로 주변에 의하여 헤어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부모님의 반대, 다른 사람과의 비교, 또는 친구가 자꾸 별로라고 얘기해서. 그리고 또 … 하여간 귀가 문젭니다. 어쨌든 이렇게 많은 이유들로 남과 여는 괴로워합니다. 그렇다면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실연당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해답은 결자해지. 묶은 사람이 풀어야죠. 즉 당사자들이 만나서 찾아야겠지요? 자 그러면 남자를 불러내서 한 번 얘기를 들어보죠. (무대 뒤로) 남자 나오세요.

여7
(여1에게) 자, 시작하세요.

여1
(앞으로 나서며 남자에게) 야! 너 이리와 봐.


(앞으로 나온다)

여1
너 왜 그러니? 왜 나를 떠나는 거니?


나는 그냥. 응… 자기가 이해를 해. 사람은 원래 다 그렇잖아. 뭔가 새로운 대상을 항상 원하잖아. 사랑하다 싫증나면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 만나고 뭐 그런 거지. 사랑 한 번에 인생을 걸 필요는 없다고.

여1
참 니 생각 한 번 터프하다. 사람이 뭐니? 응? 싫증이 나더라도 참고 서로 의지하면서 둘만의 꿈을 실현해 가는 게 사람 아니야? 싫증난다고 떠나면 그럼 너는 지금부터 옷 벗고 옆집 개처럼 여자나 찾아 다녀라. (옷 벗기려 덤벼든다.)


하지만, 이게 나야.

여2
그래. 너 같은 인간이 많아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지. 그럼 나하고는 어때?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게 내 성격이야.

여2
성격? 너는 견딜 수 있니? 네가 나 같았더라면 너는 견딜 수 있었겠느냐고?


넌 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어.

여2
뭐라고? 이해? 말을 해야 이해할 거 아니야. 부모 자식 사이에도 말을 안 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데, 네가 말을 안 하면 내가 어떻게 널 이해하니?


그냥 기다려 줄 수 없었어? 내가 알아서 풀겠다잖아.

여2
아니 그럼 표현을 하지 말던지! 눈빛이며 말투며 기분 나쁜 거 다 티내고 왜냐고 물어보면 ‘아니 난 괜찮아’ 라고 말하고. 그런 내 상태를 너는 이해하려고 해봤니?


나도 노력했어. 안 되는걸 어떻게 해. 이게 바로 성격 차이겠지.

여2
그래, 극복할 수 없는 성격차이.

여3
이제 내 차례지. 너 왜 나하고 헤어졌더라?


그렇게 흥분하지 마. 그게 내 잘못 만은 아니잖아?

여3
뭐라고?


그렇잖아. 너하고 나하고 함께 뭔가를 했으니까 박수 소리도 났을 것이고 헤어졌겠지. 내가 조금 전 그 수캐처럼 너한테서 떠난 것도 아니고.

여3
뭐라고?


난 죄 없다. 아니, 죄 있다. 난 너만큼 죄 있다.

여3
뭐라고?


너나 나나 항상 서로에게 반대만 했잖아. 무조건 아니야!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서로를 존중하지도 않았지.\

여4
나는…음… 모르겠다. 어쨌든 난 그래도 사랑했었는데… 하여간 성공해라. 끝까지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여5
얘 왜 이렇게 약해졌니? 지난 날 생각하면 아쉽지도 않아? 너 저 인간 뒷바라지를 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썼는데.

여4
글쎄. 결국 현실적인 이유로 돌아선 건 나니까.

여5
(남자에게) 야, 너 그거 기억하냐? 니가 사준 반지 세수 하다 빼놓고 하루 안 끼고 나갔다가 네가 하도 난리를 쳐서 학교에서 수업도 못 듣고 집까지 다시 가서 반지 끼고 나왔잖아. 도대체 무슨 의심이 그렇게 많고 무슨 집착이 그렇게 심한데? 내가 니가 프로그래밍 해 놓은 대로 행동하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로봇이냐?


사랑이었어.

여5
야, 그런 사랑 두 번하다가는 스트레스로 암 걸려서 40도 못 넘기고 죽겠다.

여6
나? 난.. 그저 그가 행복하길 바래.. 우리가 헤어진 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현실에 적응했다는 것뿐.. 우린 뜨겁게 사랑을 했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질수록 서로 공유할 것이 없어지고 또 필요할 때 곁에 없게 되면서 그냥 그렇게 멀어져 간 거고. 그냥… 잘 지내길 바래… 삼식씨~! 행복해야 해~ 삼식씨! 잘 지내~삼식아~

여7
네 감사합니다. 자, 이것으로 창단식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여7
이제 끝났으니까 가셔도 됩니다.

여1
가다뇨? 이게 끝이에요?

여2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에요?

여4
오늘 모임의 목적이 뭐죠?

여5
이건 너무 황당하잖아.

여7
아, 뭔가 더 하실 얘기가 남았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오늘 시작한 김에 끝까지 한 번 가보죠. 자 누가 먼저 시작할까요? (관객에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녀 관계에 대해서. 남녀의 사랑에 관해서. 다 남녀 모두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니까 남과 여에 대한 얘기라면 무슨 얘기든 괜찮습니다. 실연의 경험이 없으신가요? 한 번 얘기를 해보시겠어요? 없으세요? 그럼 다른 분은? (관객들의 이야기를 약간 들어보고) 아무래도 모두들 맘 편하게 말하는 것이 쉽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그럼 이렇게 하죠. 맘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불을 꺼드리겠습니다. 좋죠? 자 할 얘기들을 잘 정리하십시오. 조명 아웃.

여7
누군가 먼저 시작하세요.

여7
이런 얘기로 시작하죠. 우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으면 빨리 그만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억지로 맞추려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게다가 결혼하면 맞추려는 의지도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 왜 불행하겠습니까? 바로 성격차이 때문이죠. 이게 사소한 것 같지만 정말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 나는 집에서 쉬고 싶은데 상대는 나가자고 한다, 아침에 나는 밥을 먹고 싶은데 상대는 빵을 먹자고 한다. 매사가 이렇게 맞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불행한 경우가 됩니다. 성격차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스스로 불행하게 사셨다는 어떤 분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남녀 사이에 행복할 수 있는 비책을 얘기하시더군요. 첫째, 싸우면 5분 내에 화해할 것. 어차피 혼자 있어서는 싸움이 안 되죠. 아무리 잘못한 게 없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잘못입니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5분 내에 무조건 화해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무조건 예스라고 말할 것. 사실 남녀 사이에 무조건 예스한다고 무슨 엄청난 큰 일이 있겠습니까? 도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 무조건 예스라고 동의하는 겁니다. 이러면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군요. 물론 다 잘났는데 어떻게 동의합니까? 절대 동의 못하죠. 그렇죠. 그러니까 싸우게 되고. 그런데 동의 안하면 뭐 제대로 되던가요? 결국 싸우고 둘 다 기분만 더 나빠지죠. 저는 이 분의 의견에 절대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무조건 예스가 사실 연인들의 첫 만남 모습이거든요. 남녀가 처음 만날 때 서로에게 얼마나 조심하고 서로를 존중합니까? 그렇지만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 내 거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서로에게 맞추기를 강요하고 또 다소간 함부로 하게 되죠. 처음과는 완전히 반대가 돼 버렸죠. 그러므로 사랑으로 아프지 않으려면 결론은 바로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왜 공자께서 말씀하셨죠. 사람을 언제나 귀한 손님 대하듯 하라. 여기에서 사람의 ㅁ을 ㅇ으로 바꾸면 우리 사랑으로 행복해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됩니다. 사랑을 언제나 귀한 손님 대하듯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