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누굴까

환경뮤지컬 누굴까

이 대본은 애초 전남 영암에 거주 중인 추순희씨가 쓴 글을 토대로 뮤지컬 대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작  /  추순희

각색 / 김균형  

작곡 / 김서경

등장인물

집게                                 이승용
미꾸라지                         조윤경
버들이                              양선아
올챙이                              김유미
소금쟁이                         노  현
먹보 개구리                     변민우
징돌                                  이성호
징순                                  이기쁨
송사리1                           조경민
송사리2                           김화영
코러스                              변종혁, 황승욱 &

구성

1 낭주골
2 불안한 마음
3 비
4 징돌
5 사람들에게로

무대

월출산 바람골

1 낭주골

노래1 여기는 월출산 / 합창

징순
우리의 영원한 지도자. 우리의 희망. 집게 할아버지!

집게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의 생일에 와 주셔서. 저는 그러니까 뭡니까 그것이 그게 하여간 우리 모두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거 뭣이냐 그러니까 그것이 이런 저기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우리가 그러니까 항상 거시기가 거 머시기해서 거시기를 거시기 해야 하는 겁니다. 항상 우리가 거시기를 잊지 말고 거시기하게 거시기를 거시기 하도록 합시다.

송남
바람골 집게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러 이 자리에 와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차린 것은 많지만 조금만 드시고요. 우리 젊은 물고기들이 약간의 여흥을 준비했는데 커다란 박수로 아주 커다란 박수로 즐겁게 봐 주시고요. 하여간 허벌나게 흥겨운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자 우리의 자랑스런 소금쟁이가 시작합니다.

송남
다음은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 춤!

송남
마지막으로 바람골을 대표하는 바람골의 대표 가수 버들이!!!

송남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공식 순서! 다 함께 한 마당!!!

개구리
야, 튀어!

미꾸라지
왜?

개구리
그냥.

올챙이
튀어라.

버들
그래 튀어라.

2 불안한 마음

집게
아이고 저 녀석들. 나도 왕년에는 한 가닥 했었는데. (약간의 객기) 아 옛날이 그립다.

송남
저도 한 때는 인기 있었는데

송녀
어련하셨겠어.

징순
그래도 우리 마을 이 바람골에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아 좋네요.

집게
하긴 나도 저 녀석들 때문에 웃는다네. 허허,

송남
그러게요 저 아이들이 있으니 이 참새 골에는 계속해서 누군가 살 수 있겠죠.

집게
그렇지. 정말 우리의 희망이야.

송녀
맞는 말씀.

징순
그럼요 우리의 희망이죠..

집게
그나저나 이제 낮 시간도 짧아지고 곧 겨울이 올 것 같구먼.

송녀
겨울에는 눈이 내리죠.

송남
그렇지. 얼음도 얼고.

송녀
아, 서리가 내린다.

송남
이슬이 어름 되어 풀잎에 맺힌다.

송녀
아 겨울이로구나.

징순
그래요. 벌써 겨울이 가까이 왔어요.

집게
지난 여름은 참 즐거웠지. 물난리 한 번 만 빼면

징순
지난 여름 물난리…….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죠. 제 남편은 돌아오겠죠? 옛날에는 물난리가 많지 않았었는데……. 항상 맑은 물이 사시사철 골고루 흐르고 있었는데……. 지금은 뭐가 잘못됐는지 물이 많아졌다가 줄어들었다가 하여간 이상해진 것 같아요.

집게
그래. 뭔가 이상해지긴 이상해졌지.

징순
그렇죠. 할아버지도 그렇게 느끼시죠?

집게
그래. 느끼지.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

징순
두렵다고요?

송남
그랬던 것이다. 뭔가 이상해졌던 것이다.

송녀
그렇다. 과연 무엇이 이상해졌다는 것이냐?

송남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송녀
그것이 알고 싶다. 과연 진실은?

집게
(말을 피하며) 아니야. 아니야. 나는 벌써 여름이 다시 그리워진다네. 시원한 그늘에서 살짝살짝 쉬면서 아이들과 함께 여기 저기 여행도 다니고. 생각 만 해도 즐겁지 않나?

징순
그럼 지금은 즐겁지 않으세요?

집게
당연히 지금도 좋지. 얼마나 좋은 날이야. 물도 차거나 뜨겁지 않고, 하늘도 맑고 깨끗하고 비도 내리지 않고. 정말 계절의 왕이고말고.

징순
그렇죠. 이제 곧 겨울이 올 거에요. 겨울. 생각만 해도 신나요. 물론 물이 조금 차갑고, 해도 짧아져서 돌아다닐 시간이 적지만 그래도 눈 내리면 온통 하얗게 돼서 기분도 하얗게 되는 것 같고, 또 어름 얼면 그 사이로 상쾌하고 신나게 헤엄쳐 다닐 수도 있죠. 겨울도 나름대로 정말 재미 있어요. 하긴 일 년 사계절 언제나 좋지만.

송남
아 겨울!

송녀
아 겨울!

노래2 여기는 낙원 / 모두

집게
참 그 얘기 들었나?

징순
무슨 얘기요?

집게
그러니까. 저 아랫동네에 지난 주 사람들이 들이닥쳐 거의 모든 물고기를 잡아간 모양이야…….

징순
아니 사람들이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 와서 물고기를 잡아간단 말이에요? 큰일이네요. 정말 큰일이네요

송남
아, 그런 일이

송녀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송남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송녀
큰일입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집게
그렇다면 이제 곧 우리 바람골까지 사람들이 올라오지 않겠는가? 하긴 얼마 전에 이미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가서 버들이 부모랑 많은 동료들을 잡아가긴 했지

징순
그랬죠. 그 끔찍했던 일…….

징순
그래도 그건 우리가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여긴 워낙 골이 깊어서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우리도 얼른 좀 더 안전한 곳을 찾아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피난 가야겠어요.

집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소금쟁이
안녕들 하세요. 그런데 뭐가 그렇게 심각하세요?

집게
아무것도 아닐세.

버들
우리가 안 보여서 그러신 거죠?

개구리
야, 먹을 것 없니?

올챙이
역시 우리가 항상 옆에 있어야 돼. 우리가 안 보이면 온통 우리 바람골이 침묵이라니까.

미꾸라지
그만 하세요. 주로 그리운 것은 바로 접니다. 이 완벽한 몸매. 34 24 34 휴

올챙이
에헤이, 이것 보세요. (춤추며)

소금쟁이
(올챙이를 말리며) 제가 연습하고 있는 새로운 마술이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잘 보세요.

소금쟁이
어. 별로 재미없으신가요?

징순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네.

소금쟁이
에이~ 무슨 일이신데요. 두 분이 이렇게 걱정 하시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아요.

송남
정말입니다. 처음입니다.

송녀
과연 그들은 무슨 걱정을 하는 것일까요?

송남
그것이 궁금하다.

송녀
알아 맞춰 봅시다.

집게
얼마 전 다녀갔던 사람들에게 잡혀간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었단다.

징순
할아버지와 난 그런 일이 또 일어날까 걱정이 되고…….

소금쟁이
에이, 난 또. 이제 아무런 걱정 하지 마십시오.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집게
그래야겠지. 그래도 걱정이 되니까.

올챙이
그러면 우리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면 어떨까요?

집게
피난?

개구리
그렇죠. 피난. 먹을 것 많은 곳으로.

집게
글쎄 그것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미꾸라지
좋은 곳을 찾아 앞장만 서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모든 물고기들을 이끌고 갈 테니까.

집게
글쎄.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래도.

버들
우릴 믿으시라니까요.

집게
글쎄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래도.

올소미버개

그러니까 우릴 믿으시라는 것 아닙니까.

집게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니. 그런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개구리
한 번 믿어 보시죠.

집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노래3 우릴 믿으세요 / 올소미버개

집게
그래. 알았네. 내 꼭 자네들을 믿고 자네들이 가겠다는 곳을 찾도록 하지.

모두
알겠습니다.

미꾸라지
그럼. 저희들은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34 24 34의 완벽한 몸매. 물러갑니다.

집게
그 놈들 참.

징순
쟤들만 나타나면 그냥 정신이 없어요.

송남

그렇습니다. 쟤들만 나타나면 그냥 정신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송녀
왜 그럴까요? 왜 쟤들만 나타나면 그냥 정신이 없는 것일까요?

송남
정말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송녀
그렇습니다. 정말 미스터립니다.

집게
미스터 리 아니고 쟤들은 올챙이 소금쟁이 버들이 미꾸라지 개구리거든요.

송남
미스터 리가 아니랍니다.

송녀
그렇습니다. 미스터 리가 아닙니다.

집게
그래. 미스터 리가 아니야. 그건 그렇고. 우리 바람골의 물이 따뜻해지기 시작했어.

징순
물이 따뜻해졌다고요?

송남
그렇습니다. 따뜻해졌습니다.

송녀
맞습니다. 물이 따뜻해졌습니다.

송남
맞습니다. 물이 따뜻해졌습니다. 덕분에 지난 겨울에는 어름도 제대로 얼지 않았고 또 겨울이 그래도 약간은 편하게 지나갔던 것입니다.

송녀
그렇습니다. 겨울이 약간은 편했던 것입니다.

송남
그런데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됩니까?

송녀
그렇습니다. 꼭 알고 싶습니다.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징순
저도 궁금하네요. 몇 년 전 겨울 기억나지 않으세요? 너무 춥고 어름도 너무 두껍게 얼어서 몇몇 물고기는 그 어름에 갇혀서 겨우내 움직이지도 못했잖아요. 그런데 작년 겨울엔 그런 일이 없었으니 얼마나 좋아졌어요?

집게
그렇지. 분명히 좋아졌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좋은 일만은 아니라니까.

송남
네.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송녀
왜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일까요? 다시 물어 보겠습니다.

징순
아니 왜요?

집게
예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 바람골 물이 따뜻해지면 안 된다고, 큰일이 나게 된다는 얘기가 있지.

징순
큰일이요? 무슨 일인데요?

집게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는 일이니까 다른 물고기들에게 괜히 말해서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아.

징순
저에게만 한 번 말씀해 보세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집게
글쎄 아직 확실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고 하잖아. 그래서 망설이고 얘기하지 못하지만 하여간 나는 무척 두렵다네.

징순
걱정하실 것 없어요. 이곳 바람골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집게
그래야지. 꼭 그래야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지.

3 비

개구리
(뛰지 않고 스멀,,,,스멀,,, 걸어 다닌다)

버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개구리
쉿~ 나 지금 본능을 잠재우는 중이야.

올챙이
뭐라고? 본능을 잠재운다고?

개구리
쉿, 자꾸 내게 말해서 나의 본능을 일깨우지 말란 말이야.

소금쟁이
본능.

송남
네. 개구리가 드디어 제대로 돈 것 같습니다.

송녀
그렇습니다. 불쌍한 저 개구리.

개구리
에이.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네. 모두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송남
네. 그렇습니다. 이제 신경질을 냅니다.

송녀
본능을 잠재우면 바로 저렇게 변해갑니다.

송남
다른 말로 하면 미쳤다고 하지요.

송녀
그렇습니다. 미친놈.

개구리
그게 아니고 지금 기네스 도전 중이란 말이에요.

미꾸라지
기네스 도전?

개구리
그래. 지난 번 짧게 뛰기가 수포로 돌아갔거든. 거의 1주일을 1센티씩 뛰어 다녔는데. 그만 너무 답답해서 길게 뛰어 버렸어. 이번엔 오랫동안 뛰지 않기거든, 정말 내 본능을 영원히 잠재워 버리려 한다고.

올챙이
(책을 꺼내 읽으며) 저 도전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아? 저번 기네스 도전자! 물 건너 산 넘어 아마존에 사는 우깔라깔라깔라씨가 장장 528시간 40초라나 뭐라나 무려 22일 동안 뛰지 않고 기어서 뱀이 됐대~

미꾸라지
아조 지랄 염병입니다~

버들
어라 갑자기 비가 오는데?

미꾸라지
비 맞기 싫습니다. 들어갑니다. (먼저 후다닥 들어간다.)

올챙이
형 우리도 얼른 들어가자

개구리
그래 (폴짝)

올챙이
형!~~

개구리
아이고. 내 기록. 에이~씨

올챙이
그래도 아무도 보지 못했으니까 그냥 뛰지 않았다고 우겨.

개구리
그래 우겨야겠다. 난 뛰지 않았다.

송남
나는 봤다.

송녀
나도 봤다.

개구리
에이. 씨.

징순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는데요?

집게
글쎄 금방 그칠 기세가 아닌데? 마을 사람들에게 조심하라고 경보령을 내려두는 게 좋겠어

징순
얘들아. 지금은 조금 위험하니까 집에들 가서 쉬고 있거라.

버들
할아버지 무서워요 또 이렇게 큰 비가 오면

집게
버들아 걱정하지마 우리가 함께 있잖니. 자 일단 모두들 피해 있자.

미꾸라지
이거 위험한데? 예사 비가 아니야

버들
지난 번처럼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냐?

올챙이
그런 소리 하지마.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소금쟁이
그래.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개구리
아무 일 없다. 아무 일 없다.

송남
얘들 미쳤네요. 아무 일 없다니.

송녀
그렇죠. 비 오는데 아무 일 없다면 미친 거죠.

집게 자 모두들 이리로 모여봐요! 자 모두 이리로 모이세요! 이건 예사 비가 아닙니다. 저번처럼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다들 동그랗게 모여서 서로 떠내려 가지 않도록 잡아 줍시다 자 동그랗게 서요 크게 자

집게
조금만 참읍시다 조금만 참으면 됩니다

송남
버들아 이 아저씨 팔 꽉 잡아라

송녀
버들아 저 아저씨 팔 꽉 잡으란다.

버들
네 아저씨

집게
자 비가 그쳐가고 있어요 모두들 마지막으로 힘내세요

소금쟁이
물이 줄어들고 있어요.

집게
그러게 물이 드디어 줄어 드는구나. 조금만 더 견디면 되겠다. 자 모두 힘냅시다.

집게
아이고 힘들어라. 이제 나도 갈 때가 된 모양이야.

송남
네. 갈 때가 되셨다는 군요. 어디를 가신다는 얘긴지?

송녀
갈 때가 되셨다? 이 순간 과연 우리의 집게 할아버지께서 가시려는 곳은?

송남
화장실

송녀

송남
양로원

송녀

송남
놀이터

모두

송남
피씨방

모두

송남

모두

송남
골?

모두

집게
어쨌든 이번에는 큰 일이 생기지 않아 정말 다행이로군. 그나 저나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나 큰 물이 넘쳤어. 이거 분명 뭔가 잘못되긴 잘못되고 있어.

징순
글쎄요. 정말 이상해요.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리 큰 비가 오더라도 여기까지 물이 넘치진 않았는데. 뭔가 잘못되긴 잘못된 것 같아요.

집게
그래. 어디 일단 한 바퀴 돌아보자고.

징순
네. 그러죠.

4 징돌

징돌
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내 고향으로. 모든 것이 내가 떠내려가던 그 때 그대로로군. 그래도 여기는 아직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어. 이 바위. 내가 종종 술래잡기하며 숨던 곳이지.

노래4 변화없는 이곳 / 징돌

집게
(다시 등장하며 징돌의 뒷모습을 보고) 누구신지….?

징돌
(뒤돌아보며) 저예요. 아저씨.

미꾸라지
이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송남
네 맞습니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저 목소리.

송녀
그렇습니다. 저 목소리.

버들
(등장하며) 혹시 징돌 삼촌? 삼촌이야? 삼촌 맞아?

미꾸라지
그래. 삼촌이다. 징돌 삼촌.

징돌
네. 접니다. 제가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버들
삼촌.

징돌
그래. 버들아.

버들
삼촌, 정말로 삼촌이 돌아왔어.!! (포옹한다.)

집게
그래 자네가 드디어 돌아왔어. 정말로 징돌이가 맞고만. 맞아. 그래. 우린 자네가 돌아올 줄 알고 있었지.

노래5 징돌이 돌아왔다 / 버들, 아이들

집게
그래.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손을 잡다가) 아니 그런데 몸은 왜 이러나?

징돌
아, 이 팔이요. 이건 지난 번 떠내려가면서 다쳐서 그렇습니다. 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저야 워낙 건강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집게
그래. 다행이로군.

징돌
여기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미꾸라지
그럼요. 여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송남
그렇습니다. 문제가 없습니다.

송녀
그렇습니다. 문제가 없다고 이 분이 말씀하십니다.

버들
괜찮아요. 여기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징돌에게 안긴다.)

징돌
아. (약간의 통증이)

올챙이
아니 징돌 삼촌.

개구리
왜 그래요? 어디 아프세요?

소금쟁이
제가 다 고쳐드릴게요.

집게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단지 죽은 물을 조금 마셔서 그래.

버들
죽은 물을 마셔요?

개구리
죽은 물?

소금쟁이
어디에서?

미꾸라지
왜?

올챙이
죽은 물?

개구리
죽은 물?

소금쟁이
죽은 물?

버들
죽은 물?

미꾸라지
죽은 물?

모두
죽은 물? 죽은 물? 죽은 물?

징돌
얘들아. 차분히. 천천히. 한 사람씩.

집게
그런 문제가 드디어 생기고 있구먼.

징돌
드디어 생기다뇨? 그럼 아시고 계셨어요?

집게
그래. 그렇게 됐어. 그런 문제가 드디어 생겼어. 그리고 물도 따뜻해졌지?

징돌
어떻게 아세요?

집게
그래. 그렇게 됐구먼. 그래서 숨쉬기도 힘들어지고 많은 물고기들이 살 수 없어 떠나고 있지?

징돌
네. 바로 그렇습니다. 게다가 강바닥은 모두 썩어버렸고 물도 까맣게 변해서 하늘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징돌
정말 큰일입니다.

송남
정말 큰일입니다.

송녀
그렇습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미꾸라지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죠?

버들
우린 문제가 없지.

올챙이
그래. 우리는 열심히 재미있게 살면 되는 거야.

소금쟁이
스피드 스피드

개구리
먹을 것 없어?

집게
큰일이로구먼. 큰일이야. 장차 이 세상이 어찌 되려는지. 쯧쯧쯧

징돌
이 일을 어쩌면 좋죠? 정말 큰일입니다.

집게
그래. 그래. 자네 이야기는 차근차근 들어보기로 하고 어서 자네 부인을 만나 보아야지. 자네가 떠내려간 이후 얼마나 자네를 찾았는데. 얘들아 얼른 가서 징순 아줌마 좀 데려오거라.

아이들
네. 스피드. (뛰어 나간다)

집게
자네. 어디 또 다친 데는 없나?

징돌
겉으로는 별다른 상처는 없습니다. 그러나 속은 그렇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더러운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집게
그래. 그렇겠지.

노래6 불안해 / 집게 (Reprise)

징돌
저 아래 큰 물은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모든 물고기들이 숨 쉬기 어려워 하루 종일 숨쉴 곳을 찾아 다니기만 하죠. 많은 물고기들이 몸이 이상하게 변형되거나 비늘이 벗겨지거나 아가미에 상처를 입고 죽어 물 위에 둥둥 뜨고 있습니다. 그 물고기들이 썩어서 물이 또 썩고 그 썩은 물에서 다른 물고기들도 이상한 병에 걸려 또 이상하게 변해가고 결국 죽고 또 물에 뜨고. 그러나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수 많은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을지 아무도 그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징순
여보

징돌
여보.

징순
여보. 드디어 살아 돌아왔군요.

징돌
그래요. 이렇게 돌아왔어요.

징순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한 편으로는 돌아올 걸 믿었지만. 그런데. 다리는 왜 그러는 거예요? 많이 아파요?

징돌
아니에요. 그렇게 큰일이 아니에요. 괜찮아질 거예요.

징순
아니에요. 얼굴 색도 이상하고

징돌
여보. 말하기는 싫지만 사실 나는 많이 아파요. 아마 저 밑의 큰 물에서 병을 얻은 것 같아요. 그곳은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은 물이 되어가고 있어요. 붕어 아기도, 미꾸라지 아기도 모두 병들어 죽어가고 어른들도 몸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어요.

징순
어떻게 그런 일이.

징돌
걱정하지 말아요. 곧 괜찮아질 테니. 괜히 당신에게 피해만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해요. 이제 정말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에요.

송남
네. 감동의 순간입니다.

송녀
그렇습니다 저 둘은 다시 결합할 수 있습니다

송남
큰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던 우리의 징돌이

송녀
그리고 그 물에서 살아나 다시 돌아온 징돌이

송남
징돌이를 기다리던 징순이

송녀
사랑하는 징순이.

집게
그래. 많이 피곤할 테니까 일단 가서 조금 쉬라고.

징돌
예.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5 사람들에게로

미꾸라지
(무대에 누워 소리를 지르다 일어나 앉아) 그만. 그만. 아이고. 이게 무슨 꿈이 이래? 내가 마음이 너무 약해. 그래서 무슨 얘기만 들으면 이렇게 생생하게 꿈을 꾼단 말이야. 안되지 안되지. 이 34 24 34의 몸이. 그나저나 이거 어쩌나 내 꿈에서처럼 저렇게 검은 물이 몰아 닥치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되는 건가? 아이고 큰일났네. 검은 물이 몰아 닥치기 전에 얼른 다른 곳으로 도망이라도 가야겠어. 스피드.

집게
(다른 물고기들과 등장하며) 미꾸라지.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나?

미꾸라지
아이고. 할아버지. 제가요. 꿈을 꾸었는데요. 검은 물들이 우리 바람골을 휩쓸고 지나가는 꿈이었어요. 저는 지금도 떨려요

집게
미꾸라지. (꽥) 미꾸라지.

버들
그렇습니다. 미꾸라지는 엄살이 분명 심합니다.

미꾸라지
아니라니까. 너희들도 이런 꿈 한번 꿔봐.

소금쟁이
그래 우리도 단체로 한 번 꿔보자. 자 전체 차려. 누워.

미꾸라지
장난하지 말고.

올챙이
당신이 지금 장난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장난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미꾸라지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니까.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이해하시죠. 이런 일이 만일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무서울지. 당장이라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요. 어쨌든 저는 더 이상 이곳에 사는 것이 겁이 나요. 얼른 집에 가서 짐 챙겨 떠나야겠어요. 이 완벽한 몸매 34 24 34

버들
같이 가자. 얘들아 얼른 짐 챙기고 다시 모여.

집게
잠깐. 잠깐. 얘들아. 떠난다고? 어디로? 저 위로는 물길도 제대로 없고 또 가더라도 먹을 것이 부족해서 살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다고 아래로 내려가면 이미 썩은 물에 도저히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함부로 행동할 일이 아니야.

미꾸라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개구리
꿈 잘못 꾸면 물고기 이상하게 됩니다.

소금쟁이
저 상태가 정상은 아니죠.

송남
맞습니다. 저 상태는 약간 이상한 상태입니다.

송녀
그렇죠. 이상한 상태.

집게
글쎄. 떠나든 떠나지 않든 어쨌든 문제는 생기게 돼있어. (모두를 돌아 보고) 내가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고 있어.

징순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세요? 왜 물이 더위지고 비도 많아지는 거죠?

집게
머지 않아 이 바람골에도 큰 일이 일어나게 될 거야

징돌
설마 저 아래 물처럼 이곳이 더러워지게 되나요?

집게
그렇게 되기도 하겠지

버들
그렇게 되기도 하다뇨? 그럼 그것보다 더 심각해 진다는 말씀인가요?

집게
아마 그렇게 될 거다

미꾸라지
네?

집게
무슨 일이냐 하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게 된다는 거지

징순
네? 모두 사라진다고요?

징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노래7 세상은 끝나가는거야 / 집게

집게
잘들 듣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지금 정상이 아니야. 저 물 밖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오염시킨 땅과 물과 공기로 인해 모두가 살아갈 수 없도록 변해가고 있어. 무작정 나무를 베어내서 산이 무너지고 홍수가 일어 나고, 오염으로 더러워진 공기가 비를 타고 내리고 그 더러운 빗물이 흐르면서 땅을 오염시키고 식물을 오염시키고 그 식물을 먹은 동물이 오염되고, 또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온갖 쓰레기들로 인해 땅이 썩고 그 썩은 땅으로 흐르는 물을 타고 결국 강도 썩고 바다도 썩고. 그 물에 살고 있는 식물과 동물이 죽어서 썩게 되고 그 식물과 동물을 먹이로 하는 모든 생명체가 결국 죽게 되는 거지.

징돌
안돼요. 그런 일이 생기게 둘 수는 없어요.

집게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어쩌겠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데.

징순
그럼 누구죠? 누가 우리를 더 이상 살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거죠?

버들
할아버지. 무서워요

집게
이 할아버지도 무섭단다. 그렇지만 어떡하겠니? 그렇게 되게 돼 있다는데.

징돌
그럼 그 일은 막을 수 없는 일인가요? 그냥 알면서도 기다려야만 한다는 건가요? 방법을 알려주세요. 제가 무슨 일이든 다 하겠어요.

집게
글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네. 그래서 안타깝다네.

징순
그럼 누가 할 수 있다는 거죠? 누구죠? 어서 말씀해 주세요. 어서요

집게
바로 저 물 밖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지. 이 모든 것의 시작이 그들 때문이라네.

버들
그들은 왜 그러는 거죠? 왜 그들 때문에 우리도 죽어야 하는 거죠? 왜요? 왜?

집게
글쎄 뭐랄까? 우리는 그들과 별도로 사는 건 아니기 때문이지. 우리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이지. 자연은 우리를 모두 하나로 만들었기 때문이지. 그렇지 하나로

노래8 이런 방법은 / 전체

버들

우리가 땅 위로 가야 해요. 가서 사람들에게 이 비밀을 말해 주어야 해요. 그래서 그들과 우리가 하나라는 걸 알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해요.

미꾸라지
그래요. 우리 모두 얼른 땅 위로 사람들을 만나러 갑시다.

올챙이
그럽시다. 그러자고요. 그들에게 북쪽 끝의 얼음이 녹고 세상이 끝나가고 있는 비밀을 알려 주어야 해요. 어서어서 서두르자고요.

아나운서
지구가 점점 살기 어려운 별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의 어름이 하루가 다르게 녹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별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 땅은 크게 변할 것입니다. 홍수가 잦아져 더 이상 마음 편히 살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날씨가 더워지면서 더위에 잘 견디는 병원체들이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 뎅기열 뇌염 등의 전염병을 급속도로 확산시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기와 들쥐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옮기는 수 많은 병들이 다시금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 것입니다. 또한 오염된 공기를 포함하고 있는 산성비로 인하여 식물들이 말라 죽을 것이고 하천과 지하수까지 오염되어 수 많은 물고기가 죽게 될 것이며 사람들에게도 피부병과 탈모증을 유발할 것입니다. 숲이 사라질 것이고, 생물들이 멸종될 것이며, 오존층이 더욱 넓게 뚫려 우리는 마음 편하게 태양을 쪼일 수 없을 것이며, 적조현상, 부영양화 등등 우리의 삶의 환경은 계속 파괴될 것입니다. 공기와 물과 땅이 모두 오염되어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이 땅에 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이 변화하면 인간은 변화해야 할 것이며,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도 파괴될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입니다.

버들
(돌 틈에서 나오며)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나 혼자 뿐인가요?

집게
버들아! 버들아! 왜 그러고 울고 있니? 어서 일어나거라. 너 혼자라도 세상에 나가서 알려야 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낭주골이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이제 곧 큰 일이 날 거라고. 어서 일어나서 가거라. 가서 알리거라.

버들
나 혼자요? 나 혼자 어떻게요?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듣지도 않을 텐데. 알았어요.

노래11 지구는 하나 / 합창